금융당국, 자금경색 대응 잰걸음…금융사 해외채권 발행 확대 추진

2022-10-30 10:21

김주현 금융위원장.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국내 자금 시장 경색 우려에 대응해 금융당국이 금융회사들의 해외 채권 발행을 확대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를 통한 우량채 매입, 정책금융을 통한 비우량채 매입, 은행의 자금 중개 기능 활성화에 이어 금융회사의 해외 채권 발행까지 열어주면서 전방위적으로 자금난 해소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금융감독원, 금융사들과 자금 시장 안정을 위한 논의를 했는데 이 자리에서 국내 금융사들의 해외 채권 발행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금융당국은 그동안 환위험 노출 가능성을 우려해 금융권의 해외 채권 발행을 자제시켰지만 국내에서 회사채와 기업어음(CP) 발행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면 적극적인 해외 채권 발행에 나서는 것도 대안 중 하나로 보고 있다.

실제로 현대캐피탈은 지난 26일 일본에서 200억엔(약 1930억원) 규모 사무라이 본드(엔화 표시 채권)를 0~1%대 금리로 발행했다. 최근 국내외 채권시장의 조달 금리가 급격하게 오르는 상황 속에서도 초저금리를 유지하는 일본 시장을 주목해 현지에서 발행하는 데 성공했다. 비슷한 맥락에서 금융당국은 한국전력·한국가스공사 등 신용도가 높은 공기업의 자금 조달을 은행 대출로 돌리고 해외에서 회사채를 발행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주요 대형 여신전문업체들이 저렴한 조달 비용 때문에 해외 자금 조달을 희망하지만 외화 부채나 전체적인 외화 건전성 정책 차원에서 제약이 있었다"면서 "하지만 요즘 같은 상황에서는 대형 캐피털사 등이 해외 채권으로 들어오는 전액을 환헤지하면 달러 유동성을 공급해 환율 하방 압력으로 작용해 좋은 효과가 생긴다"고 말했다.

정부는 단기 자금 시장에 대한 관리 강화에도 나섰다. 매입 채권에 대한 기존 총량 관리를 종목별 점검으로 바꿔 매일 시장을 점검하고 있다. 현재 단기 자금 시장의 일부 채권에서 문제가 발생하면서 '돈맥경화'로 번지는 만큼 채권을 전체적으로 관리할 게 아니라 문제가 되는 개별 종목에 대해 '핀셋 관리'를 하겠다는 의미다.

금융당국은 다음 주중 3조원 규모의 채권시장안정펀드 캐피털콜(출자금 납입 요청)을 개시하고 KDB산업은행을 통한 증권사 CP 2조원 매입 프로그램 등을 통해 대대적인 자금 투입에 나설 방침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증권사나 은행, 채권, CP 시장 등 모든 자금 시장 분야를 매일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자금 시장이 어느 정도 진정됐고 이런 각종 지원을 통해 확실히 불을 끌 것"이라면서 "위기를 함께 돌파하려는 금융권의 인식과 공동 노력이 정말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