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남동 주민센터 [사진=우주성 기자 wjs89@ajunews.com]
“키는 어떻게 되시나요? 생년월일은요? 혹시 대략적인 인상착의 아세요? 피어싱 위치가 어디라고요? 접수자분 성함이랑 관계, 연락처는요?"
전날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서 초유의 압사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30일 실종자 신고와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마련된 서울 한남동 주민센터에는 가족과 지인들의 행방을 묻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오전 7시 40분경 방문한 해당 센터에는 약 30여명에 달하는 인력이 주민센터 1층에서 실종 신고를 접수하고 있었다. 모든 전화기의 수화기가 들려 있었고, 근무자들은 쉴 새 없이 실종자의 인원과 신체적 특징, 연락처와 신고자의 인적 사항 등을 확인 중이었다. 현재 해당 참사와 관련해 해당 주민센터는 20개의 회선을 통해 전화 접수를 받는 중이다. 3층에는 실종자에 대한 유일한 현장 방문접수도 받고 있다.
서울 한남동 주민센터에서 현장 실종접수 중인 시민들. [사진=우주성 기자]
이곳 주민센터에는 오전 10시 기준 1736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오전 8시까지의 실종자 접수 누계는 798건이었지만 1시간 만에 603건의 신고가 추가 접수되기도 했다. 시간이 갈수록 실종된 가족과 지인을 찾기 위한 신고가 더욱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침까지 아들의 소식이 닿지 않았다는 한 중년 남성은 엘리베이터도 이용하지 않고 다급히 3층까지 빠른 걸음으로 올라와 현장 접수 장소에 들어서기도 했다.
이곳 지하 1층에는 현장 접수를 마친 30여명의 시민들이 초조하게 가족과 지인의 무사귀환만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다. 20~30대 연령대가 많았지만, 자식과 연락이 닿지 않아 찾아온 부부 등 중장년의 모습도 적지 않게 눈에 띄었다. 주민센터에서 제공한 적십자사 담요 등을 몸에 두른 채 계속해서 지인에게 연락을 시도하는 시민도 있었다.
주민센터 안에서는 시민들의 오열과 흐느낌이 그치지 않았다. 한 60대 여성은 주민센터 입구에서 전화를 받고 주저앉아 오열해, 현장 직원들이 황급히 순천향대병원으로 이송하기도 했다. 지인 결혼식 뒤풀이에 나갔다가 연락이 끊긴 자식을 기다리던 한 60대 여성은 “한 시가 급한데 어떻게 된 상황인지 모르겠다. 사고는 10시 반에 일어났다는데, 혹시 다른 곳 신원조회가 됐냐”고 상황을 물어보기도 했다.
실종자를 기다리는 신고자들. [사진=우주성 기자]
남편의 부축을 받고 현장 접수를 진행하고 있던 한 중년 부부는 다행히 딸과 연락이 닿아 안도하는 모습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충혈된 눈으로 연락이 왜 안 됐냐며 전화로 친구를 책망하던 한 20대 남성은 “그 근처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는데 연락이 끊겨 걱정 중이었다. 무사하다니 다행”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현장에는 외국인 남성 5명도 지인의 행방을 묻기 위해 실종자 접수처를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 스리랑카 국적의 리하스(33)씨는 ”지난 밤 11시 반부터 1시 반까지는 전화가 계속됐는데 그 후로 전화기가 꺼져 있다. 그 후로 다른 친구와 동료들이 전화를 해도 아침까지 연락이 없어 급히 와봤다“고 말했다.
이날 소방당국에 따르면 전날 오후 10시 15분경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해밀톤호텔 옆 골목 일대에서 대규모 압사사고가 발생했다. 30일 오전 10시 소방당국은 151명이 숨지고 82명이 다쳐 모두 233명의 사상자가 나왔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