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재우의 프리즘] 시진핑 1인 통치시대 .. 미·중 '치킨게임'에서 우리의 외교 전략은

2022-10-31 16:57

[주재우 경희대 교수]


지난달 중국 공산당은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와 제1차 중전회(‘1중전회’)를 개최했다. 당대회는 지난 5년 동안 당의 성과와 미래 계획을 공표하는 자리다. 이를 통해 중국은 당대회 보고와 더불어 당장(黨障·당헌) 개정안과 결의안을 발표했다. 이번에 개정된 당장에는 사상 처음으로 ‘대만 독립’을 반대하는 입장 표명의 문구를 삽입했다. 시진핑 사상을 마오쩌둥과 레닌·마르크스의 것과 같은 반열에 올렸다. 23일 1중전회에서는 시진핑 3기가 확정되고 당의 최고 의사결정 조직인 중앙정치국 상임위원을 포함한 중앙정치국 위원 및 후보위원과 중앙기율위원회까지 총 509명의 인사를 확정했다. 

이번 당대회 보고에서 몇 가지 특징을 발견할 수 있었다. 우선 앞으로 5년을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 건설에 '관건적인 시기’로 명명한 것이다. 둘째, 시진핑의 집권이 3연임을 넘어서 4연임까지 갈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 시진핑의 집권 기간을 3연임으로 국한하려는 그 어떠한 정치적 행보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통상 중국 공산당이 차기 후계자를 고려했다면 이는 매 5년 주기로 개최되는 당대회에서 드러난다. 과거의 전례에서 보면 차기 후계자는 중앙정치국 상임위원회(‘상임위’)에 포함되기 마련이다. 이때 이들의 나이는 대부분 50~55세 정도였다. 후진타오의 경우 50세였고, 시진핑은 55세였다. 이들이 발탁된 나이는 중앙정치무대에서 예상되는 정치 수업 기간을 고려해 결정되었다. 

차기 후계자는 상임위원회에 발탁이 되는 동시에 중국 공산당 중앙서기처의 제1서기관에 임명되는 것이 관례였다. 이들은 당의 서기로 경험을 축적하면서 또 다른 경험을 통해 정치 경험을 축적한다. 이는 중국 공산당의 중앙당교(黨校)의 교장직이다. 즉, 당의 전문 간부를 배양하는 당 대학교의 총장직을 의미한다. 당교의 교장으로 재직하면서 그 또한 당의 교리와 사회주의 이념과 사상으로 재무장하는 기회를 부여받는다.

또 하나의 관건은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직(職)이다. 중국의 정치지도자들 역시 전후 세대로서 군 경험이 미천하다. 이들은 군사훈련 또한 거의 대부분 받아보지 못했다. 그럼에도 중국 공산당의 최고지도자는 당권, 정권(국가주석)과 군권 등 이른바 ‘3권’이 부여되기 때문에 군 경험의 전력이 요구된다. 게다가 중국의 군이 당의 군이고 당의 지휘를 받는 구조에서 중국 공산당의 최고지도자는 군의 최고통수권자이다. 따라서 차기 지도자는 군을 지휘할 수 있는 역량과 지식을 구비하기 위해서라도 중앙군사위 부주석을 겸직해야 만 한다.

결국 시진핑의 3연임 이상이 가능하다는 징후는 상기한 '3권' 중 두 개의 인사 결과에서 드러났다. 중앙서기처의 1서기는 베이징시 시장 출신이자 이번 당대회에서 상임위 서열 5위인 차이치(蔡奇)가 임명되었다. 1955년 12월생인 그의 나이는 올해 67세이다. 중국 공산당 인선의 연령 기준이 유효하다면 5년 뒤 72세의 나이로 차기 당대회에서 또다시 당의 지도자로 등용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그는 곧 발표될 중앙당교의 교장이 되어도 이번 인선을 끝으로 차기 당대회에서는 연령 기준(67세 이하)을 초과하기 때문에 또다시 발탁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중앙군사위 부주석직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차기 지도자를 암시하는 어떠한 의사도 보이지 않는다. 이번에 새로 임명된 두 부주석은 장유샤(张又侠·72) 제1부주석과 허웨이둥(何衛東·65) 제2부주석이다. 장유샤는 연령 제한 기준을 초과했지만 발탁되어 연령 제한이 무의미해진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더욱 불러일으킨 사례라 할 수 있다. 허웨이둥도 5년 뒤를 생각하면 연령 기준을 초과하기 때문에 장유샤의 사례로 장담할 수 없지만 이론적으로 다시 등용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시진핑의 후계자를 염두에 두었다면 당은 제2부주석 자리에 후계자를 임명하는 것이 전례였다.

이번 당대회에서 드러난 또 하나의 특징은 중국 공산당이 느끼는 불확실성 시대에 대한 불안감이다. 세계가 우크라이나전쟁과 코로나 사태 등이 지속되는 불확실성의 시대로 진입한 데 대해 중국 또한 명확하고 확고한 정책 입장을 내세우지 못한 점은 주목할 만하다. 특히 중국 공산당이 주장하는 기존 정책의 방식을 견지하겠다는 결의를 내세우면서도 다른 한편 출구전략을 염두에 둔 발언도 종종 나타났다. 그리하여 당대회 보고서에 제기된 주장 속에는 상호 모순적인 면모가 드러났다.

가령 해외 의존도를 낮추고 과학기술과 산업의 자립자강을 강화하기 위해 2020년에 발표된 쌍순환(雙循環·이중순환) 성장전략에 대한 설명을 살펴보자. 쌍순환 전략 목표 달성을 위해 과학기술, 인재와 교육 등의 수단을 강조했고 자립자강을 위해 내수시장과 자국 산업의 발달을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대외적인 경제협력을 강조한 대목에서 독자적인 발전 전략에 대한 불안감을 읽을 수 있었다.

대만에 대한 보고서의 내용도 마찬가지다. 대만 유사시에 무력 동원도 마다하지 않겠다면서 이런 의지의 대상은 외부 세력이나 대만의 독립분자로 정의했다. 그리고 그다음 문장에서 ‘대만동포’를 겨냥하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무력을 대만에 동원하고 사용할 경우 어떻게 대만동포를 겨냥하지 않을 수 있는지 반문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무력 동원은 대만동포의 희생을 불가피하게 만들 것이다. 따라서 대만의 독립 시도와 같은 유사 사태에 무력 동원이 쉽지만은 않다는 중국의 내적 우려를 이런 모순적인 발언에서 읽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눈에 띄는 출구전략 발언의 사례는 ‘제도형 개방’을 강조한 데 있다. 제도형 개방은 두 가지 의미에서 볼 수 있다. 하나는 대외적인 개방의 형식으로 중국이 추구하는 중국 기술표준에 중국의 개방 관련 제도의 요구 사항을 해외 투자자와 기업이 맞춰야 중국 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또 다른 의미는 중국도 국제기준과 국제제도 및 규범을 준수하면서 대외 개방 정책을 견지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중국은 2020년에 '중국표준2035'를 발표하면서 국제기술표준에 대한 중국화를 2035년까지 완성하려는 야심을 밝혔다. 즉, 해외 기술이 중국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중국 기준에 부합하라는 전제조건을 내건 것이다. 쉽게 말해 일부 국가에서 220V(볼트)가 아닌 110V의 전압을 사용하는 사례로 이해하면 된다. 중국은 자국의 정책 목표를 달성하려는 의지가 강함에도 기존의 질서와 제도 및 규범을 아직 완전히 무시하지 못하는 단계임을 분명하게 의식함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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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중국 공산당이 사회주의 현대화의 기초를 닦기 위한 첫 5년을 관건적인 시기로 정의하면서 미국과의 전략 경쟁이 한층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도 지난 10월 12일 '국가안보전략'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중국과의 전략 경쟁의 시대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이 보고서는 탈냉전의  종결로 강대국 정치의 시대가 열렸다고 천명했다. 그러면서 중국을 최대 위협 국가라는 인식을 공식화했다. 미국이 자국의 전략이익을 중국으로부터 보호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결의를 보인 대목이다.

미국과 중국 간의 전략 경쟁은 최소한 2024년까지 ‘치킨게임’ 양상을 보이며 이어질 것이다. 2024년 1월 대만의 총통(대통령) 선거가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중 양국은 대만해협 지역에서 전략적 우위를 점하기 위한 포석을 경쟁적으로 둘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미국은 2023년 하반기부터 대선 정국에 들어간다. 현재 미국의 초당적인 반(反)중국 정서를 감안하면 대통령 후보자 경선에 참여하는 이들은 중국에 강경한 입장과 태도로 나설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런 상황에서 한·중 관계 또한 녹록지 않을 것이다. 미국은 대만해협 지역에서 전략적 이익을 수호하기 위해 한·미·일 군사관계의 강화뿐 아니라 중국을 견제하고 압박하기 위한 정책과 법안을 연속적으로 채택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에겐 미국의 이런 행보를 미리 내다보고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반도체법안(Chip4)’ ‘인플레이션 감축법안(IRA·일명 ‘배터리보조법’)’ ‘바이오법’의 사례와 같이 미국에 뒤통수를 맞아서는 안 된다. 지금 미국은 중국의 과학기술의 도약을 견제하기 위한 일련의 법안을 구상 중이다. 정보통신기술에서부터 희토류·광물자원의 확보, 식량·에너지 자원까지 다양한 법안을 논의 중이다. 또한 대만을 군사적으로 무장시키기 위한 법안도 다수 논의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이런 미국의 법안과 전략 구상에 대한 우리의 분명한 입장과 목표를 심도 있게 검토해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는 국익의 손실을 최소화할 있는 전략 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 우리에겐 미국 측 전략 구상 참여에 대한 중국의 반응을 신경 쓰기에 앞서 미국의 전략 의도, 취지와 목표를 먼저 간파하는 것이 급선무다. 이런 노력이 선행되어야 우리가 중국 반응에 독자적으로나 미국과 공동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수 있다. 시 주석 1인 통치 시대 중국의 움직임에 대응하기 위해 지금 우리에겐 미국과의 긴밀한 협의와 소통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이다. 
 

주재우 필자 주요 이력

▷베이징대 국제정치학 박사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중국연구센터장 ▷브루킹스연구소 방문연구원 ▷미국 조지아공과대학 Sam Nunn School of International Affairs Visiting Associate Profess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