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이 제조업·비제조업을 막론하고 다음 달 경기를 부정적으로 전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력 수출업종에서 좋지 않은 전망이 나오면서 수출 실적에도 ‘적신호’가 포착된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11월 BSI 전망치가 86.7을 기록했다고 25일 밝혔다. 이는 2020년 10월(84.6) 이후 25개월 만에 최저치다.

BSI는 100을 기준으로 이보다 높으면 기업들의 경기 전망이 전월보다 긍정적, 반대의 경우 부정적이라는 의미다. BSI 전망치는 지난 4월(99.1)부터 8개월 연속 기준선(100)을 하회하고 있다.

BSI 전망치와 더불어 10월 BSI 실적치 역시 90.3을 기록하며 100을 밑돌았다. BSI 실적치 역시 지난 2월(91.5)부터 9개월 연속 100 미만을 기록했다. 기업들이 미래 전망을 여전히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가운데 실적의 악화도 장기화하면서 경제계의 우려가 심화하고 있다.

11월 업종별 BSI는 제조업(84.0)과 비제조업(89.7)이 지난 6월부터 6개월 연속 동반 부진했다. 제조업과 비제조업이 동시에 6개월 이상 부진 전망을 기록한 것도 2020년 10월 이후 25개월 만에 처음이다.

제조업에서는 전달에 이어 이번에도 모든 업종이 기준선(100)을 밑돌았다. 국내 수출을 주도하는 전자·통신(반도체 포함), 자동차·기타운송마저도 90.0과 89.7로 2개월 연속 부진했다. 게다가 11월 전망치가 전월에 비해 각각 5.0포인트, 7.1포인트씩 하락했다.

전경련은 수출 주력업종에서 부정적인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최근 둔화하고 있는 수출 실적이 더욱 부진할 것으로 분석했다.

비제조업 업종도 최근 요금이 오른 전기·가스·수도(106.3)를 제외한 모든 업종에서 100 미만의 BSI 전망치를 보였다. 특히 지난달 외식 물가 상승률(전년 대비)은 9.0%이며, 1992년 7월 이후 30년 2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 영향으로 ‘여가·숙박 및 외식업’ 전망치(88.9)는 전월보다 22.2포인트나 떨어졌다.

11월 조사부문별 BSI는 △자금사정(90.0) △채산성(90.9) △투자(93.4) △수출(93.9) △내수(95.6) △고용(98.1) △재고(103.0) 등 모든 부문에서 부정적인 전망을 보였다. 재고 부문의 경우 기준선(100)을 상회하는 경우 재고 과잉을 뜻해 부정적 전망을 의미한다. 특히 부진할 것으로 전망되는 자금사정 분야는 기준금리 인상, 회사채금리 상승, 주가하락 등 직·간접금융시장에서 자금조달 여건이 여의치 않은 데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국내외 경기침체가 본격화되면서 기업들은 매출 둔화, 재고 증가, 자금 사정 악화 등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글로벌 긴축,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미·중 분쟁 등으로 향후 어려움이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이어 그는 “기업 심리 급랭 방지를 위해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하고 국회에 계류된 법인세 감세안을 조속히 통과해야 한다”며 “이에 더해 투자유인을 위한 세제상의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