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씨네 리뷰] 의미도, 재미도 영리하게…영화 '리멤버'
2022-10-20 06:00
"낭만적이네요. 이 조명, 온도, 습도···." 한 예능 프로그램의 출연자가 남긴 말이다. 장소, 날씨, 몸 상태 등 하나하나가 모여 '분위기'를 만든다는 의미다. 영화도 마찬가지. 그날의 기분, 나의 경험이 영화의 '평가 기준'이 되기도 한다. 이처럼 '최씨네 리뷰'는 필자의 경험과 시각을 녹여 관객들에게 영화를 소개하는 코너다. 조금 더 편안하고 일상적으로 담아내고자 한다. <편집자 주>
가슴이 뜨거워지는 영화들이 있다. 한국인이라면 더욱 벅차고 애국심까지 울컥 차오르는 그런 영화 말이다. 하지만 일하면서 그런 부류의 영화를 만날 때면 더욱 경계해야 한다. 혹여나 그 뜨거움에 속아버릴 때가 있어서다.
친일파 청산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이야기를 담은 영화 '리멤버'(감독 이일형)는 뜨거울 수밖에 없는 이야기지만 뜨거움에 의존하거나 관객들을 가르치려 하지 않는다. 계몽적인 이야기로 전락하지 않고, 장르적 재미까지 챙기는 그야말로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셈이다.
뇌종양 말기를 선고 받은 80대 노인 '필주'(이성민 분). 그는 자신의 곁을 지키던 아내가 세상을 떠나자 필생의 숙원이었던 '복수'를 위해 땅속에 묻어두었던 권총 한 자루를 꺼낸다.
'필주'는 일제강점기 당시 친일파에게 가족을 모두 잃었다. '필주'는 고통 속에 살고 있지만, 가족들을 죽음으로 내몬 친일파들은 존경받으며 행복하게 살고 있다. '필주'는 그들을 처단하기 위해 60여 년간 치밀하게 계획을 세워왔고, 이를 이행하기 위해 아르바이트 현장에서 만난 20대 청년 '인규'(남주혁 분)를 끌어들인다.
'인규'는 일주일 동안 자신의 차를 운전해달라는 '필주'의 부탁을 받아들인다. 이유도 모른 채 '필주'의 복수에 동행하게 된 셈이다. 그러나 첫 복수 현장에서 '인규'의 모습이 노출되고, 유력 용의자로 지목되며 계획은 틀어지고 만다. 경찰은 수사망을 좁혀오고, '필주'는 사라지는 기억과 싸우며 복수를 이어간다.
이일형 감독은 전작 '검사외전'이 그랬듯, 각각 다른 성격을 가진 두 인물이 하나의 사건으로 엮이며 진정한 친구가 되어가는 과정을 담아냈다. 이 감독의 장기인 '버디물'은 장르적 쾌감을 끌어낼 뿐만 아니라 '리멤버'가 가지는 한계들을 타파해나가는 요소가 된다.
80대 노인인 '필주'와, 20대 청년 '인규'를 대비시켜 아픈 과거를 현재 시점으로 바라보게끔 만드는바. '필주'가 느낀 고통은 과거가 아니고, 현재 우리와도 밀접하게 닿아있음을 '인규'를 통해 느끼게 한다. 관객들이 멀지 않게 느끼도록 만든 영리한 구성이다.
또 '리멤버'는 80대 알츠하이머 환자 '필주'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캐릭터적으로 한계에 부딪히곤 하지만 이를 다양한 요소로 극복한다. 80대 노인이기에 움직임이 느릴 수밖에 없는 한계는 엄청난 속도감을 자랑하는 스포츠카로, 알츠하이머라는 한계는 뛰어난 순발력과 위기 대처 능력을 가진 캐릭터라는 설정으로 헤쳐 나간다. '필주'가 한계를 깨고 계획들을 하나씩 이뤄가는 모습은 관객들에게 엄청난 카타르시스를 안겨준다.
다만 영화의 장점인 '속도감'은 단점으로 볼 수도 있겠다. 60여 년 동안 복수의 계획을 세웠던 '필주', 자신도 모른 채 위험한 동행에 휘말려 혼란스러운 '인규'의 감정과 서사가 너무나 빨리 흘러가 버린다. 일제강점기라는 아픈 역사에, 배우들의 연기에 기대려 한다는 인상도 남는다.
배우들의 연기가 아쉬운 점들을 상쇄한다. 배우 이성민은 80대 노인 '필주'를 완벽에 가깝게 표현했다. 노인 '분장'이 관객들에게 거슬릴 틈 없이 걸음걸이며 목소리까지 '필주'라는 인물에 맞게 설계됐다. 이성민의 깊은 감정연기, 연기 스펙트럼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인규' 역의 남주혁도 뛰어난 연기를 보여주었다. '보통의 청년' 그 자체를 표현한 그는 여느 관객들, '보통의 청년'에게 눈이 되어준다. '김치덕' 장군 역을 맡은 박근형의 활약도 만족스럽다. "악역이 성공해야 작품이 성공한다"는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말을 떠올리게 한다.
영화 속 파편처럼 흩어져있는 은유와 상징을 찾아보는 재미, 영화 속 의미에 관해 나누는 재미도 큰 작품이다. 이일형 감독은 "친일파들과 일본 잔재의 측면을 넘어 옳고 그름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말한바. 극장을 나선 뒤에도 여러 차례 곱씹을 수 있겠다. 오는 26일 개봉. 러닝타임은 128분이고 관람 등급은 15세 이상이다.
가슴이 뜨거워지는 영화들이 있다. 한국인이라면 더욱 벅차고 애국심까지 울컥 차오르는 그런 영화 말이다. 하지만 일하면서 그런 부류의 영화를 만날 때면 더욱 경계해야 한다. 혹여나 그 뜨거움에 속아버릴 때가 있어서다.
친일파 청산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이야기를 담은 영화 '리멤버'(감독 이일형)는 뜨거울 수밖에 없는 이야기지만 뜨거움에 의존하거나 관객들을 가르치려 하지 않는다. 계몽적인 이야기로 전락하지 않고, 장르적 재미까지 챙기는 그야말로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셈이다.
뇌종양 말기를 선고 받은 80대 노인 '필주'(이성민 분). 그는 자신의 곁을 지키던 아내가 세상을 떠나자 필생의 숙원이었던 '복수'를 위해 땅속에 묻어두었던 권총 한 자루를 꺼낸다.
'인규'는 일주일 동안 자신의 차를 운전해달라는 '필주'의 부탁을 받아들인다. 이유도 모른 채 '필주'의 복수에 동행하게 된 셈이다. 그러나 첫 복수 현장에서 '인규'의 모습이 노출되고, 유력 용의자로 지목되며 계획은 틀어지고 만다. 경찰은 수사망을 좁혀오고, '필주'는 사라지는 기억과 싸우며 복수를 이어간다.
이일형 감독은 전작 '검사외전'이 그랬듯, 각각 다른 성격을 가진 두 인물이 하나의 사건으로 엮이며 진정한 친구가 되어가는 과정을 담아냈다. 이 감독의 장기인 '버디물'은 장르적 쾌감을 끌어낼 뿐만 아니라 '리멤버'가 가지는 한계들을 타파해나가는 요소가 된다.
또 '리멤버'는 80대 알츠하이머 환자 '필주'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캐릭터적으로 한계에 부딪히곤 하지만 이를 다양한 요소로 극복한다. 80대 노인이기에 움직임이 느릴 수밖에 없는 한계는 엄청난 속도감을 자랑하는 스포츠카로, 알츠하이머라는 한계는 뛰어난 순발력과 위기 대처 능력을 가진 캐릭터라는 설정으로 헤쳐 나간다. '필주'가 한계를 깨고 계획들을 하나씩 이뤄가는 모습은 관객들에게 엄청난 카타르시스를 안겨준다.
다만 영화의 장점인 '속도감'은 단점으로 볼 수도 있겠다. 60여 년 동안 복수의 계획을 세웠던 '필주', 자신도 모른 채 위험한 동행에 휘말려 혼란스러운 '인규'의 감정과 서사가 너무나 빨리 흘러가 버린다. 일제강점기라는 아픈 역사에, 배우들의 연기에 기대려 한다는 인상도 남는다.
배우들의 연기가 아쉬운 점들을 상쇄한다. 배우 이성민은 80대 노인 '필주'를 완벽에 가깝게 표현했다. 노인 '분장'이 관객들에게 거슬릴 틈 없이 걸음걸이며 목소리까지 '필주'라는 인물에 맞게 설계됐다. 이성민의 깊은 감정연기, 연기 스펙트럼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인규' 역의 남주혁도 뛰어난 연기를 보여주었다. '보통의 청년' 그 자체를 표현한 그는 여느 관객들, '보통의 청년'에게 눈이 되어준다. '김치덕' 장군 역을 맡은 박근형의 활약도 만족스럽다. "악역이 성공해야 작품이 성공한다"는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말을 떠올리게 한다.
영화 속 파편처럼 흩어져있는 은유와 상징을 찾아보는 재미, 영화 속 의미에 관해 나누는 재미도 큰 작품이다. 이일형 감독은 "친일파들과 일본 잔재의 측면을 넘어 옳고 그름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말한바. 극장을 나선 뒤에도 여러 차례 곱씹을 수 있겠다. 오는 26일 개봉. 러닝타임은 128분이고 관람 등급은 15세 이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