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씨네 리뷰] 라미란·김무열 '정직한 후보2',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수없다
2022-09-28 06:00
"낭만적이네요. 이 조명, 온도, 습도···." 한 예능 프로그램의 출연자가 남긴 말이다. 장소, 날씨, 몸 상태 등 하나하나가 모여 '분위기'를 만든다는 의미다. 영화도 마찬가지. 그날의 기분, 나의 경험이 영화의 '평가 기준'이 되기도 한다. 이처럼 '최씨네 리뷰'는 필자의 경험과 시각을 녹여 관객들에게 영화를 소개하는 코너다. 조금 더 편안하고 일상적으로 담아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언젠가 "나이를 먹으면 웃을 일이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당시에는 TV 드라마만 보아도 웃음이 터졌을 때였으므로 그 말이 크게 와닿지는 않았다. 하지만 (나이를 먹기도 했고) 코로나19가 시작된 후에는 그 말이 사무치게 가깝게 느껴졌다. 속 시원히 웃을 일이 없었고 TV 드라마나 뉴스를 보더라도 혀를 찰 일이 더 많아서였다.
나날이 세상이 각박하게 느껴지는 가운데 오랜만에 속 시원히 웃을 일이 생겼다. '정직한 후보2'(감독 장유정) 시사회를 통해서였다. 영화는 돌려 말하거나 편법을 쓰지 않고도 관객들을 웃고 또 흥 나게 했다. 정직하게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 '정직한 후보2'의 강력한 무기다.
그러던 어느 날 '주상숙'은 바다에 빠진 시민을 구하고 강원도 시민의 민심을 얻게 된다. 강원도지사로 정계 복귀의 기회를 얻게 된 '주상숙'은 과거의 모습을 지우고 정직하게 도민들을 위해 일하고자 하지만 꿍꿍이를 가진 주변 인물들로 인해 혼란을 겪게 된다. '주상숙'의 지지율은 점점 곤두박질치는데 이번에는 믿음직한 비서 '박희철'(김무열 분)마저 거짓말을 할 수 없는 '진실의 주둥이'를 얻으며 상황은 걷잡을 수 없는 혼란으로 빠지게 된다.
'정직한 후보2'는 지난 2020년 2월 개봉해 153만 관객을 동원한 '정직한 후보'의 속편이다. 굵고 간결한 이야기와 웃음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정직한 후보'는 2년 만에 속편으로 관객과 만나게 됐다. 오랜만에 관객과 만나는 '정직한 후보2'는 전작보다 더욱 커진 규모감과 새로운 인물들로 관객들의 이목을 사로잡는다.
장유정 감독은 "형만 한 아우 없다"는 말을 뒤집기 위해 숱한 고민을 해왔다. 작품 곳곳에서 발견되는 고민의 흔적들을 만날 수 있었다. 장 감독은 전편에서 '주상숙'의 입을 빌려 썩은 정치를 풍자해왔다면 2편에서는 '주상숙'과 '박희철'을 통해 더욱 거센 폭로와 풍자를 시도한다. '썩은 정치인'에 관한 거침없는 폭로와 풍자는 1편을 뛰어넘으며 관객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안겨준다.
시원한 웃음 뒤 은은하게 잔상을 남기는 메시지는 '정직한 후보'의 특이점이다. 1편에서 재단 비리를 꼬집었던 장 감독은 2편을 통해 어렵지 않고 무겁지 않게 환경 문제를 다루며 관객들이 함께 고민하게끔 유도한다.
아쉬운 점들도 있다. 1편의 유머 코드가 시원하고 간결했다면 2편에서는 망설임의 흔적이 발견되곤 한다. 1편의 유머 코드를 반복하거나 배우들의 개인기에 의존하기도 한다. '원조 진실의 주둥이' 라미란과 새로운 '진실의 주둥이' 김무열의 활약을 지켜볼 새 없이 새로운 인물들의 개인기가 시선을 분산시킨다.
그럼에도 '정직한 후보2'에서 가장 인상 깊은 건 배우들의 활약이다.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에 빛나는 라미란은 '원톱 주연'으로서 제 몫을 톡톡히 해낸다. 라미란 아닌 '주상숙'을 상상할 수 없게끔 자신만의 영역을 공고히 해냈다. '박희철' 역의 김무열은 1편과 2편을 아우르며 관객들이 작품에 몰입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준다. '정직한 후보2'의 아이덴티티와 같다. 라미란과 김무열의 티키타카는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큰 즐거움이다. 또 전작에서 함께한 윤경호와 새롭게 합류한 서현우, 박진주, 윤두준의 연기력과 호흡도 인상 깊다. '연기 구멍'이 없는 배우 라인업인 만큼 이들이 주고받는 티키타카를 즐겨보는 것만으로도 러닝타임이 훌쩍 지나가곤 한다.
'정직한 후보2'는 오는 28일 극장 개봉한다. 관람등급은 12세 이상이고 상영 시간은 106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