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사업장 인증받은 'SPC 제빵공장' 사고에 불매운동 조짐
2022-10-19 15:38
19일 이은주 의원실이 공개한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자료에 따르면 SPL 평택공장에서는 지난 5년간 37건의 재해사고가 발생했다. 이 중 40%(15건)가 이번 사망사고와 유사한 끼임사고였다. 안전사고 역시 올해만 11건 발생했다. 대부분 고온의 제빵기계를 이용해 작업하다 생긴 화상이었다.
이번 사고는 회사의 안전 의식 부재에서 온 ‘예고된 인재’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사고가 발생한 혼합기계에서는 끼임 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났지만 사고 후에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이 혼합기는 끼임 방지를 위해 덮개가 열리면 자동으로 가동이 중단되는 장치조차 없었다.
산업안전보건규칙에 따르면 혼합기를 가동할 때 노동자가 위험에 처할 우려가 있다면 덮개 등을 설치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또 동력으로 작동되는 기계는 덮개가 열릴 경우 자동으로 멈추는 방호 장치 설치를 규정하고 있다.
지난 16일 경찰과 고용부의 현장 조사 결과, 공장에 있는 혼합기 9대 가운데 7대는 안전장치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고용부가 해당 공장을 대상으로 2018년부터 올해 9월까지 진행한 산업안전보건 감독과 점검 결과 적발된 사례는 없었다. 사고가 발생한 SPL 평택공장은 2016년 최초로 안전경영사업장 인증을 받은 뒤 2019년과 올해 5월 두 차례 연장까지 받았다.
안전경영사업장 인증 제도는 안전공단이 사업장으로부터 인증 신청을 받아 심사하고, 기준을 충족하는 사업장에 인증서를 수여한다. 안전공단은 끼임사고 방지 장치 설치 여부 확인 없이 안전 인증을 내준 것이다. 2020년에는 정부의 ‘대한민국 일자리 으뜸기업’으로 선정돼 최근 3년간 고용부의 정기근로감독도 면제받았다.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는 SPC그룹 계열사인 던킨도너츠 원자재 생산공장도 평택공장과 비슷한 구조라고 지적했다. 던킨도너츠의 교반기 공정도 20kg이 넘는 포대를 혼자서 교반기에 투입하다 보니 위험한 끼임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 노출돼 있다는 것이다.
화섬노조 관계자는 “고용부는 당장 유사한 기계를 사용하는 SPC의 계열 생산공장들, 그리고 필수적인 안전조치와 안전관리를 받지 못하고 노동하는 SPC계열 프랜차이즈들에 대한 긴급 안전점검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5일 SPL 평택공장에서 근무하던 여성 A씨(23)는 배합기에 소스를 만드는 작업을 하던 중 배합기 내부에 몸이 끼이는 사고로 숨졌다. 그러나 A씨가 사망한 다음날, 나머지 기계에서 작업이 이어졌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네티즌의 공분을 샀다. 이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상에는 SPC가 운영하는 계열사 브랜드 목록과 함께 ‘SPC불매’운동이 확산하고 있다.
한편 고용부는 사고가 일어난 사업장의 산업안전보건법 및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이날 SPL 안전책임자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