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 불안에 세계 각국 리더십 삐걱
2022-10-17 17:13
글로벌 경제 위기 속에서 세계 각국 리더십이 삐걱거리고 있다. 굵직한 선거를 앞두고 권위주의로 회귀하거나 극우 혹은 극좌가 돌풍을 일으키는 등 정치 지형이 양극단으로 분열되는 모습이다. 시장이 새로 내놓은 경제정책에 낙제점을 주면서, 영국에서는 사상 최단기 총리가 나올 가능성마저 나온다.
16일 로이터, 데일리메일 등 외신에 따르면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가 빠르면 이번 주에 축출될 전망이다. 보수당이 분주히 움직이면서, 트러스 총리가 영국 역사상 최단기 총리가 될 수 있다는 소식이다.
외신 다수는 10월 31일을 운명의 날로 예상했다. 영국 정부가 중기예산과 독립기구인 예산책임처(OBR)의 중기재정 전망을 발표하는 31일 이후에도 금융시장이 불안하다면, 트러스 총리가 자리를 보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란 분석이다.
트러스 총리의 정치적 생명이 내리막길을 걷게 된 것은 경제정책 때문이다.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이 치솟는 상황에서 내놓은 대규모 감세 정책이 영국의 재정을 갉아먹을 것이란 우려다. 더구나 영국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BOE)이 긴축에 나선 상황에서 감세 조치를 강력히 고수하며 통화정책과 재정정책 간 엇박자 문제를 야기했다.
경제가 정치권의 발목을 잡는 것은 영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에서는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 승리에 대한 전망이 우세하다. 미 CBS 방송과 여론조사기관인 유고브가 지난 12~14일 등록 유권자 2068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한 결과, 11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224석을 확보하며 민주당(211석)을 앞지를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응답자의 65%는 ‘경제가 악화하고 있다’고, 48%는 ‘민주당의 정책이 경제를 망치고 있다’고 답했다. 사실상 선거의 성패를 가를 주요 문제는 경제라고 볼 수 있는 셈이다.
글로벌 경제 위기 속에서 민심이 출렁이자 지정학적 문제로 위기를 타개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난다. 내년 6월 대선을 앞둔 튀르키예(터키)는 그리스와의 해묵은 갈등인 에게해 동부 지역에 대한 영토 분쟁을 꺼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최근 기자회견을 통해 그리스 정부가 영토 분쟁 해결에 불성실할 뿐만 아니라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이 그리스의 편을 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어느 날 밤 갑자기 도착할 수 있다”며 그리스를 침공할 수 있다고 위협했다고 NYT는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튀르키예 외교관은 약 20년을 집권한 에르도안 대통령이 불안정한 집권을 연장하기 위해 지정학적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있다고 NYT에 비판했다. 튀르키예의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보다 83.45% 상승하며, 1998년 7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정부의 입김에 중앙은행은 금리를 인하해 튀르키예 통화인 리라화의 가치는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고 있다.
경제 위기 속에서 유럽에서는 극우가, 미국의 뒷마당으로 통하는 중남미에서는 극좌가 득세하고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지난달 총선에서 이탈리아형제들(Fdl)이 이끄는 보수 연합이 승리하며 여자 무솔리니로 통하는 조르자 멜로니 Fdl 당수가 사상 첫 여성 총리 자리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중남미에서는 미국과 거리를 두는 좌파 정권의 출범이 잇따른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지난 6월 바이든 행정부가 로스앤젤레스에서 주최한 미주 정상회의 참석을 거부했다. 8개국 정상이 회의를 보이콧하면서 미국의 체면이 구겨졌다.
이달 30일 열리는 브라질 대선에서는 좌파 대부로 통하는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브라질 대통령의 당선이 유력시된다. 12년 만에 재집권에 성공하는 것으로, 미국과 거리를 두고 중국, 인도 등 다른 신흥국들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공약을 내세웠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다툼 속에서 입장을 바꾸는 나라들도 나온다. 필리핀은 미국과 거리를 뒀던 외교 정책을 전면 수정하고, 중국과 영유권을 다투는 남중국해에서 미국과의 합동 군사훈련을 최근 실시했다. 중앙아시아에서는 타지키스탄 등이 대중국 의존도를 재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