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수교 30주년 특별 기고] 한·중 관계는 신냉전의 프레임을 벗어나야

2022-10-12 17:38

<편집자주> 올해는 1992년 8월 24일 한국과 중국이 수교한 지 30년이 되는 해입니다. '삼십이립(三十而立)'이라는 말이 있듯이 한·중 양국 관계의 우호와 협력을 다져야 하는 시기가 됐습니다. 한국과 중국 수교 30주년을 맞아 지난 시절을 되돌아보며 앞으로 뜻을 함께하자는 취지로 각계 저명인사의 깊이 있는 견해가 담긴 글을 본지에 싣게 되었습니다. 지난 30년은 한·중 양국이 어려움을 함께 극복해나가고 경제 파트너로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는 등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물론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에 적지 않은 어려움도 있었지만 한국과 중국은 함께 많은 역경을 이겨왔습니다. 한·중 관계는 이제 새로운 기점에 서 있습니다. 

이번 기고 릴레이에는 한·중 수교 과정의 경험담부터 한·중 교류를 위해 현장에서 땀 흘린 여러분들의 이야기까지, 양국 수교 30주년의 역사가 생생히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다가오는 30년에 대한 희망과 기대가 가득히 담겨있습니다. ​한국의 북방외교와 중국의 개혁개방 그리고 세계사의 변화에 순응하는 한·중 수교는 우리들의 소중한 역사이기에 독자들에게 이 글이 한·중 관계를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장충의 연세-차하얼연구소 소장[사진=한·중수교 30주년 기념사업준비위원회]

올해는 한·중 수교 30주년 되는 해다. 그동안 양국 관계는 정치, 경제, 문화, 인적 교류 등 전 분야에 걸쳐 급속히 발전했으며, 양국 국민들에게 큰 이익을 가져다주었다. 동시에 상호존중, 공평정의, 협력공생하며 국제관계의 모범을 보여주었다. 또한 양국은 역내 및 국제무대에서도 서로 협력하여 평화의 수호자, 발전 번영의 추동자 역할을 하여 지역과 세계의 평화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필자는 30년간 한·중 양국관계의 발전을 지켜봤으며, 직접 참여하기도 했다. 물론 30년 동안 양국은 밀월도 있었고 사드사태와 같은 분쟁과 마찰도 있었다. 비록 양국관계에 부침(浮沈)은 있지만 미래는 밝을 것이라 자신했다. 

하지만 세계정세의 급속한 변화에 따라  한·중 관계가 삼십이립(三十而立) 될 현시점에 중요한 기로에 서게 되었다. 바로  한·중 관계가 신냉전의 프레임에 갇힐 것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이 신냉전은 미·중 간의 대립과 마찰에서 기인했다. 미·중 관계는 가치, 이데올로기, 안보, 경제, 지정학에 이르기까지 전방위로 대립과 마찰이 확대되고 있다. 이런 미·중 전략경쟁의 분위기는 신냉전의 프레임을 형성하며 한·중 관계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재 신냉전은 아직 분위기만 고조되고 있고 현실적으로 발생한 단계는 아니다. 중국은 소련-북한과 함께 북방삼각, 한국은 미국-일본과 함께 남방삼각을 이루며 진영 대결하던 냉전의 과거가 반복되고 있는 수준은 아니며, 여전히 동북아 역내국가들 간의 대화는 건재하고 있다. 만약 신냉전 구도가 동북아에 고착화되면 안정적 공동발전뿐만 아니라 핵문제를 포함한 안보상황이 크게 악화될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미·중 양국의 건설적 역할과 함께 역내국의 지혜가 필요하다.

우선, 명확하게 신냉전을 반대해야 하고 신냉전을 선동하거나 조장하는 행위를 삼가야 한다. 이에 대해 역내 국가 특히 중국과 한국이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둘째, 편들기를 하지 말아야 한다. 미국과 중국이 역내 국가를 자기 편들기를 강요하지 말아야 하고 역내 국가들도 지역 안정을 위해 자주적이고 확고한 외교 안보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셋째, 역내 국가 간의 조율과 협력을 강화하여 원활한 고위층 소통을 보장하는 동시에 경제협력, 인문교류를 적극 추진하여 국가 간의 공감대 형성에 조력하고 냉전사고를 해소해야 한다. 

중국과 한국은 모두 냉전의 피해국이자 냉전의 최전방에 있었다. 신냉전에 반대해야 하며,  한·중 양국이 또다시 신냉전에 휘말리면 안 된다. 이러한 걱정은 기우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