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구리시, 수백억 사업 민간에 맡기고 관리 '구멍'...자치법규도 몰랐다

2022-10-11 16:10
위탁업체 20년 만에 홈페이지 공개 '사후약방문'

[사진=구리시]

구리시가 연간 100억원 안팎을 오가는 예산이 투입되는 쓰레기소각장 자원회수시설(구리타워) 운영 사업을 민간 사업자에 맡겨 놓고 관리는 허술하게 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는 지난 20여 년간 자치법규를 위반한 사실을 인지조차 하지 못하다가 뒤늦게 수습하는 사후약방문 행태를 보였다.
 
11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구리시는 2001년부터 2020년까지 구리타워 민간위탁 운영업체 목록과 수의계약 현황, 자금 집행 등 사항을 시 홈페이지나 구리시 자원회수시설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지방자치법 제104조 제3항 및 행정권한의 위임 및 위탁에 관한 규정’을 따르는 구리시 자치법규인 ‘구리시 사무의 민간위탁 조례 제17조(위탁계약 체결 등) 4항’을 위반한 것이다.
 
구리시 사무의 민간위탁 조례 제17조 4항에는 ‘시장은 제1항에 따라 계약이 체결되면 수탁기관의 명칭, 위탁사무의 명칭, 위탁 기간 등을 시 홈페이지 등에 게시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4항에는 이어 ‘다만, 관계 법령에 따라 비공개 대상은 게시하지 아니할 수 있다’고 돼 있지만 구리타워 운영 사업이 비공개로 할 사안으로 보기 어렵다는 게 관련 업계 중론이다.
 
구리시가 해당 사업 운영권을 위탁한 업체는 ㈜삼중나비스로, 전직 삼성중공업 직원들이 2001년 설립한 것으로 알려진 폐기물 소각시설 관리 업체다.
 
구리타워는 완공됐던 2001년부터 2006년까지 시공사였던 삼성중공업이 수탁해 운영했지만 2007년부터 올해까지는 삼중나비스가 운영하고 있다.
 
당시 삼중나비스는 경호엔지니어링종합건축사무소와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해 각각 53%, 47%를 출자해 들어왔다. 여기서 삼중나비스는 공동수급체의 대표자 역할을 하며 자금 관리 및 대금 청구 등 권한을 가진다.
 
구리시와 삼중나비스는 구리시 사무의 민간위탁 조례 제17조 5항(위탁기간은 3년 이내로 한다)에 따라 2~3년마다 위탁 협약을 맺어왔다.
 
삼중나비스 특혜 의혹이 제기되자 구리시는 2019년 언론 매체를 통해 연말 계약이 만료되면 추후엔 공개입찰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시는 또다시 동일 회사와 올해 연말까지 3년 계약을 맺었다.
 
◆ 끊이지 않는 의혹···구리시 특정감사단 '운영 전반에 문제 있다' 지적
 
삼중나비스와 관련된 특혜 의혹이 지속해서 제기되자 구리시는 특정감사단을 꾸려 감사에 착수해 운영 전반에 문제가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지난해 7월 구리시는 공무원 3명과 시민감사관 6명 등 총 9명으로 감사단을 꾸려 ‘최근 3년(2018~2020년)간 위탁사무 운영 전반 및 민간위탁금 집행 등’에 대해 특정감사를 벌였다.
 
감사단은 삼중나비스에 대해 산책로 정비공사 등에서 계약 및 하자 처리 소홀과 수의계약 사항 미공개, 지방계약법 위반 등 사례가 발견됐다고 했다.
 
주요 지적 사항으로는 시설운영비 집행 부적정, 민간위탁금 예산 편성 소홀, 직원 근로 및 급여와 관련해 퇴직급여 지연 지급, 근로계약서 작성 소홀 등 문제를 지적했다.
 
그러면서 소관 부서(구리시)에서는 민간위탁금 등 예산 편성, 위탁사무 운영의 적정성 여부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확인, 사후평가 강화, 결과에 대한 적절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한편 구리타워 운영 위탁업체와 수의계약, 자금 집행 내역 등을 특정감사 이전까지 공개하지 않은 데 대해 구리시 측은 “공개해야 하는지 몰랐기 때문”이라며 “지난해 알게 된 후부터는 공개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실제로 구리시는 ‘구리시 자원회수시설’ 홈페이지에 지난해 8월 5일 ‘2021년 2분기 구리자원회수시설 수의계약 현황’ 자료를 시작으로 구리타워 운영 관련 내용을 공개하기 시작했다.
 
이어 같은 해 9월 14일 ‘구리자원회수시설 운영관리 민간위탁 계약체결’ 공고를 통해 삼중나비스와 경호엔지니어링종합건축사무소와 위탁사무 계약을 맺은 사실을 공개했다. 이들 업체와 계약을 맺은 지 약 15년 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