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효진·김동진 PD의 예능 프로그램은 언제나 '신드롬'을 일으켜왔다. 가수·배우·예능인들이 가족 구성원을 이뤄 시골에서 1박 2일을 보내는 '패밀리가 떴다', 구성원들이 매주 새로운 임무를 해결해나가는 과정을 담은 '런닝맨', 허당 탐정단이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범인은 바로 너' 등 예능 프로그램의 판도를 바꿔나갔다.

디즈니 플러스 예능프로그램 '더 존: 버텨야 산다'(이하 '더 존')도 마찬가지다. 인류를 위협하는 재난 속 탈출구 없는 8개의 미래 재난 시뮬레이션 존에서 펼쳐지는 인류 대표 유재석, 이광수, 유리의 상상 초월 생존기를 담은 '더 존'은 조효진·김동진 PD의 전작들처럼 국내는 물론 해외 관객들의 마음마저 홀리며 '신드롬'을 일으켰다.

"유재석씨와 함께 요즘 유행하는 관찰 예능이나 연애 프로그램 말고 다른 걸 해보고 싶다고 이야기했어요. 워낙 '예능 다변화'에 관해 열심히고 사명감 같은 것도 두고 계시거든요. 여러 이야기를 나누다가 '버티는 걸 해오자'는 이야기가 나왔고 같이 이야기를 나누어 쓰니 자연스레 출연진으로 발전하게 되었고요."(조효진 PD)

'더 존'은 강추위와 맞서는 '아이 존', 지구 온난화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워터 존', 좀비들을 피해 살아남아야 하는 '바이러스 존', 공포에 노출되어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켜야 하는 '세이프티 존', 감정적 재난을 담은 '브레인 존', 경제 활동 위협을 담은 '머니 존'까지 8개의 시뮬레이션 존에서 4시간을 버텨야 하는 모습이 담겨있다.

"코로나19 범유행으로 전 세계가 위기를 맞았을 때 한 신문 기사를 읽게 되었어요.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것'이라는 문장을 보고 영감을 얻게 되었죠. '버티는 걸 예능적으로 풀어낸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세 명의 출연진이 재미있게 상황들을 버텨낸다면 시청자들에게 작은 위로를 전해주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프로그램을 대하는 태도는 그런 데서 출발한 거예요."(조효진 PD)
  조효진·김동진 PD는 'X맨' '패밀리가 떴다' '런닝맨' '범인은 바로 너'에서 호흡을 맞추었던 유재석·이광수, 예능 프로그램에서 두각을 보여온 소녀시대 유리를 캐스팅해 익숙하면서도 낯선 조합을 완성했다.

"일단 유재석씨는 프로그램의 시작점을 함께했으니 당연히 함께하셔야 했고요. 우리가 이야기한 콘셉트를 잘 지켜갈 수 있는 게 누굴까 생각했을 때 바로 이광수씨를 떠올렸어요. 두 사람의 만남을 2년여간 보지 못했으니 시청자분들도 즐겁게 생각할 거로 생각했어요. 또 이들의 케미스트리를 끌고 가는 캐릭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는데요. 중요한 역할이기 때문에 출연진들에게 의견을 많이 물었어요. 유재석 씨가 유리 씨를 추천하면서 '더 존'의 캐스팅을 완성하게 되었죠. 세 분의 케미스트리가 점점 더 발전되면서 이제는 진짜 남매 같다고 할까요? 사실적이고 재미있게 느껴져서 좋아요."(조효진 PD)

유재석·이광수는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춘 믿음직한 출연진이었지만 동시에 이들에게서 낯선 모습과 반응을 끌어내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너무나 잘 아는 사이였기 때문이다.

"유재석·이광수씨는 워낙 오래 호흡을 맞춰왔기 때문에 이들이 어떻게 하면 더욱 좋은 케미스트리를 발휘할지 잘 알고 있어요. 다만 제가 고민해야 하는 건 이들 역시 제가 어떻게 연출을 해나갈지 알고 있다는 거예요. 어떤 상황을 만들어두었을지 예상할 테니까요. 그래서 반대로 꺾어야 하는 부분이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유재석씨가 라면을 쉽게 지나치지 못한다는 걸 알고 (먹을 수 있도록) 유도하고 꺾는 상황을 만들어 반전을 끌어내도록 한 거죠."(조효진 PD)
  너무나 잘 아는 사이기 때문에 예상을 벗어나기가 힘들었다는 말이 허투루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작은 리액션들이 조효진·김동진 PD의 예상을 뛰어넘었고 작은 리액션들이 쌓여 이들의 새로운 관계성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런닝맨' '범인은 바로 너'에서 자꾸 외모 논쟁을 펼치는데 거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어요. '수려한 외모를 가지지 않은 이'를 물지 않는 좀비를 등장시켜서 거기에서 재미난 상황들을 만들어내기도 했고요."(조효진 PD)

"유재석씨·이광수씨가 유리씨를 피해서 찜질방에서 노닥거리는 건 우리가 연출하려야 할 수도 없는 장면이죠. 우리는 상황을 만들어둔 거고 재미있는 상황을 꾸려낸 건 출연진들이었어요. 꾀를 부리고, 걸리고, 혼나고 하는 게 웃음 포인트라고 생각하는데요. 출연진들이 예상과 다른 웃음 포인트들을 잘 잡아서 즐겁게 만들어준 거 같아요."(김동진 PD)

극한 상황에서 버텨야 하는 임무를 쥐다 보니 일각에서는 '가학적'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극한 상황에서 리얼한 반응을 끌어내야 하니 강도가 그 정도는 되어야 한다고 보았어요. 출연진 세 분께도 말씀드렸고요. '고생 좀 해야 한다'고 했는데, '당연하다'고 받아들이시더라고요. 유재석씨는 촬영 도중에도 '재밌다' '재밌다'고도 하세요. 힘들기는 해도 4시간 동안 버티는 과정에서 흥미를 느끼시는 것 같아요." (조효진 PD)
  최근 세계적으로 K콘텐츠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드라마에 비해 예능프로그램은 언어·문화 등의 이유로 세계 관객들에게 반응을 끌어내기가 쉽지 않다. '진입장벽'이 높다고도 평가된다. 하지만 '더 존'은 해외 시청자들에게 오히려 더욱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는 상황.

"우리는 한국 제작진이고 '더 존'은 한국 예능 프로그램이니까 당연히 한국 팬들이 우선이죠. 하지만 해외 시청자들도 놓칠 수는 없어요. 웃음의 간극을 줄이기 위해 고민했고 자막을 최소화하거나 상황이나 관계에서 오는 웃음에 주목했어요."(조효진 PD)
조효진·김동진 PD는 '패밀리가 떴다' '런닝맨' '범인은 바로 너' 등을 통해 해외 시청자들을 여러 번 유입 시킨 경험이 있다.

"'런닝맨'이 (해외 시청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끌어냈을 때 조금씩 차이점은 있겠지만 각 나라에서도 접할 수 있는 문화, 단순한 게임 위주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어요. '더 존'도 전 세계인들이 공감할 수 있는 주제를 가지고 '버티기'라는 단순하고 명확한 방법을 선보이고 있으니 해외 시청자들에게 반응을 끌어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김동진 PD)
'더 존'의 특이한 점 중 하나는 바로 출연자들에게 포기할 기회를 준다는 점이다. 출연진들은 각 시뮬레이션 존에서 버틸 수 없을 때 '포기 버튼'을 누를 수 있다. 다만 3명이 모두 '포기 버튼'을 눌러야 한다.

"'포기 버튼' 덕분에 우리가 각 시뮬레이션 존을 극한으로 만들 수 있었던 거예요. 버틸 수 있으면 버텨보고 아니면 포기하라는 거죠. 예능적 장치 중 하나였고 시뮬레이션 존을 더욱 사실적으로 꾸밀 수 있도록 만들었어요. 깔끔하게 포기할 줄 알아야 버틸 수도 있는 거니까요."(김동진 PD)

"4시간을 무조건 버텨야 할 필요 없다고 했어요. 우리는 돌발 상황이 일어나면 좋거든요.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걸 해내거나, 다른 상황으로 튀어버리는 일도 재미있으니까요. 예능 프로그램하면 출연진들이 대체로 임무에 성공하고 끝나는데 이게 '버티기'로 바뀌고, '포기 버튼'으로 자율성에 맡기니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 낸 것 같아요."(조효진 PD)
  '더 존'은 디즈니 플러스에서 공개된 후 전 세계 특히 아시아권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자연히 시즌2에 관한 이야기도 나오고 있는 상황.

"디즈니 플러스 관계자분들 말로는 '더 존'이 성과가 좋았다고들 하시더라고요. 우리도 연출자로서는 기대하고 있지만 제작사 입장에서는 쉽지 않은 이야기네요. 시즌1에 따라서 시즌2도 기대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조효진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