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檢 '기소유예 처분' 잇단 취소..."자의적인 검찰권 행사"

2022-10-07 14:43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심판정[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헌법재판소가 혐의가 있는 것을 전제로 내린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에 잇따라 제동을 걸었다. 기소유예 처분은 혐의는 인정해도 여러 가지 사정으로 처벌이 적절하지 않다고 봐 기소하지 않는 것이다. 헌법재판소법 제68조에 따르면 공권력의 행사 혹은 불행사로 기본권을 침해받으면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곤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최근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 취소를 구하는 헌법소원재판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처분을 취소하는 결정을 했다. 헌재는 이 같은 결정을 하면서 "기소유예 처분엔 중대한 법리오해 및 수사미진의 잘못이 있어 '자의적인 검찰권 행사라 할 수 있다"며 "그로 인해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됐다"고 밝혔다. 

2017년 A씨를 고소한 B씨가 있다. B씨는 고소장에 A씨의 주민등록번호를 기재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대표로 있는 빌딩 관리단이 수집하고 관리 중인 '구분소유자 관리카드'에 기재된 A씨의 주민등록번호를 쓴 것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돼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B씨는 서울북부지검 검사의 기소유예 처분에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헌재는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헌법소원 심판 청구를 인용하면서 "청구인(B씨)이 개인정보 처리자에 해당하지 않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검찰의 처분을 취소했다. 이어 "개인정보보호법은 위반죄의 주체를 개인정보 처리자로 규정하는데, '개인정보 처리자'는 업무를 목적으로 개인정보를 처리하는 공공기관이나 법인, 단체, 개인 등을 말한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카페에서 다른 사람의 휴대전화 충전기를 자신의 것으로 오해하고 가져간 C씨에게 제주지검이 내린 절도죄 기소유예 처분도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취소했다. 헌재는 "수사기록만으로 절도의 고의나 불법영득 의사가 있다고 단정하기 부족해 기소유예 처분은 중대한 수사 미진 또는 증거 판단의 잘못이 있다"며 C씨가 낸 헌법소원 심판을 인용했다. 

특히 C씨는 카페에서 자리를 옮기기도 했는데 전에 앉았던 자리로 돌아가 충전기를 콘센트에서 빼는 모습이 폐쇄회로(CCTV)에 담겼다. 그런 다음 C씨는 충전기를 의자에 올려두고 카페에 2시간 가량 더 머물렀다. 헌재는 "피청구인(검찰)과 경찰은 'C가 이용하지 않은 자리에 가서 충전기를 빼낸 뒤 바로 가방에 넣었다'고 인정했다"면서도 "이는 절도의 고의와 불법영득의사를 인정할 사정을 잘못 파악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헌재는 각 사건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하면서 "검찰이 청구인에게 한 기소유예 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했다"며 "자의적인 검찰권 행사라 볼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