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돋보기] 익명의 입금자가 보낸 15만원…피싱이 시작됐다

2022-10-06 14:45
익명의 입금자에게서 돈이 들어온 뒤 계좌 정지됐단 글 등장
익명의 입금자 "정지 풀려면 150만원 보내라" 메시지 보내
피해자 "사건 발생 사흘이 지나도 진전 없어...공론화할 것"

[사진=게티이미지뱅크]

"HE942로부터 15만원이 입금됐습니다."

이 알림을 받은 한 누리꾼은 얼마 안 가 자신의 모든 계좌가 정지됐다. 입금된 15만원이 보이스피싱에 연루된 돈이었기 때문이다. 돈을 보낸 입금자명 'HE942'는 메신저를 통해 "계좌 정지를 풀려면 돈을 보내야 한다"고 협박했다. 피해자는 통장을 인질 삼아 돈을 요구하는 신종 보이스피싱이 등장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6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익명의 입금자로부터 돈이 입금된 뒤 자신의 계좌가 사고 계좌로 등록돼 모든 거래가 정지됐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에 따르면 본인도 모르는 돈 15만원이 입금된 날짜는 지난 3일 오후 7시께. 얼마 안 가 글쓴이는 카카오뱅크로부터 본인 통장이 금융사기 이용 계좌로 신고 접수돼 지급 정지가 됐다는 문자를 받았다. 글쓴이는 곧바로 계좌를 확인했고 'HE942'라는 입금자명으로부터 15만원이 입금된 사실을 확인했다.

문제를 직감한 글쓴이는 카카오뱅크 고객센터에 문의했고 센터 측은 "보이스피싱 피해자의 돈이 송금돼 즉시 지급 정지 조치했다"고 답변했다. 또 "전기통신금융사기에 이용된 계좌는 보이스피싱 피해자가 신고하면 은행 측에서 즉시 지급 정지를 할 수 있다"고도 설명했다. 글쓴이는 센터 측에 "15만원을 당장 반환할 테니 이체한 사람의 은행을 알려달라"고 요구했으나 돌아온 답변은 "개인정보라 알려줄 수 없다"였다.
 

익명의 입금자로부터 15만원이 입금된 뒤 계좌를 정지 당한 글쓴이 [사진=온라인커뮤니티]

실체를 알 수 없는 입금자로부터 돈이 입금된 뒤 계좌 정지를 당한 사례는 글쓴이뿐만이 아니었다. 다른 온라인 커뮤니티의 한 회원도 같은 입금자명으로부터 15만원이 입금된 뒤 얼마 안 가 계좌를 정지당했다고 글을 남겼다. 해당 회원은 입금자명이 메신저 아이디로 추측돼 텔레그램에 검색했더니 한 계정이 등장했고, 이 계정에 계좌를 정지 시킨 이유와 이를 풀 방법 등을 물었더니 150만원을 요구해왔다고 주장했다. 즉 시스템과 데이터를 인질 삼아 금전을 요구하는 랜섬웨어와 비슷한 수법인 셈이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글쓴이도 텔레그램을 통해 HE942와 대화를 시도했으나 "돈을 보내지 않으면 계좌 정지를 풀어줄 수 없다"는 답장이 돌아왔다. 또 글쓴이가 "분하다 진짜"라고 메시지를 보내자 "돈 줘야 함"이라며 자신에게 돈을 줄 때까지 계좌를 쓰지 못할 것이라고 협박했다. 피해자는 사건이 발생한 지 사흘이 지나도록 진전이 없는 상태를 답답해하며 익명의 입금자 정체가 밝혀질 때까지 공론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 방송사는 이같은 수법에 당한 피해자들로부터 제보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비슷한 수법으로 피해를 봤다는 한 누리꾼은 "이들에게 돈을 보내더라도 보이스피싱범들이 계좌 동결을 풀기란 불가능"이라며 "이들에게 섣불리 돈을 입금해 괜한 돈을 더 날리지 말라"고 당부했다.
 

[사진=아주경제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