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탄 역사 117년 전남 화순광업소 내년에 문닫는다
2022-10-04 13:45
117년의 채탄 역사를 가진 대한석탄공사 전남 화순광업소가 내년에 문을 닫는다.
4일 대한석탄공사에 따르면 내년 말에 화순광업소가 문 닫고 2024년 말 태백 장성광업소가, 2025년 말에는 삼척 도계광업소가 잇따라 폐광하게 된다. 석탄공사 노사정협의체도 정부 방침에 잠정 합의했다.
정부가 지난해 말 공고한 제6차 석탄산업 장기계획에 따라 올해부터 석탄공사의 석탄 생산량을 107만 톤으로 한도를 설정한 데 따른 것이다.
탄광은 화순 동면을 비롯해 동복면, 한천면, 이양면, 청풍면 일대 200㎢에 분포됐다. 면적은 30.7㎢, 갱도 길이가 80km에 이른다.
193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연탄을 캐기 시작했고 이후 1973년과 1978년 두 차례에 걸친 석유 파동을 거치면서 부흥기를 맞았다.
화순군 동면 오동리 최병철 이장은 “당시 마을의 모든 상점들은 광업소 직원들 덕분에 먹고 살았다. 모든 음식점, 술집에서 광업소 다닌다고 하면 무조건 외상을 줬다. 위세가 대단했다. 오죽하면 교사나 경찰관들도 공무원을 그만두고 광업소로 이직했겠느냐? 일이 고되고 사고도 많았지만 오랫동안 서민들 밥벌이였다"고 회상했다.
화순읍 만연리 박대원씨(61)는 “중학교 때 학교에서 선생님이 육성회비 걷는 날을 탄광 월급날, 25일로 맞췄다. 학부모 중에 광업소 다니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았다. 또 화순 전통시장이 3일과 8일,이렇게 5일장이었는데 28일이 되면 시장이 눈에 띄게 북새통이었다. 특히 막걸리집이 잘 됐다. 연탄가루를 많이 마셔서 이걸 씻어내는데 돼지고기와 막걸리가 그만이라는 속설이 나돌아서...”라고 했다.
호황을 누리던 화순의 광업소는 88서울올림픽을 맞아 정부가 석탄사용을 규제하고 에너지원 구조를 바꾸면서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이어 1989년 액화천연가스(LNG)로 난방이 바뀌고 1990년대 들어 정부의 석탄 감산 정책에 따라 생산량이 크게 줄었다. 지난해 생산량은 6만3000톤에 그쳤다. 잘 나가던 80년대에 비해 10분의 1도 안된다. 근무인력도 그만큼 줄어 지금은 270여명에 불과하다.
화순군은 탄광 문을 닫기 전에 광부들에게 특별위로금을 주고 새로운 일자리를 마련해 주는 것을 시급한 과제로 삼고 있다. 또 탄광 부지를 사들여 본격적으로 개발할 작정이다. 부지 매입비를 325억원으로 책정하고 중앙정부가 전액 지원해 줄 것을 요구했지만 아직 반영되지 않고 있다.
화순을 지역구로 둔 신정훈 국회의원은 “우리나라 에너지 안보와 산업 발전의 밑거름이 됐던 광부들의 땀과 희생이 정당한 보상을 받아야 된다”면서 “폐광 잔여 부지를 화순군이 하루빨리 인수해 대체산업을 펼쳐 나갈 수 있도록 정부측에 적극적으로 예산 지원을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구복규 화순군수는 “광업근로자들이 평생 고된 채탄작업을 하며 국가와 화순경제에 기여했다. 이들에게 특별위로금을 주고 고용승계 될 수 있게 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고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화순광업소 부지매입비 전액을 국비로 지원하고 순직한 석탄산업 종사자의 추모공원 등 폐광 복구계획을 실행하는데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화순군은 이곳에 오는 2030년까지 사업비 7500억원을 들여 체험형 복합관광단지와 추모공원을 조성할 계획이다.
우선 5억원을 투입해 오는 11월부터 내년 10월까지 전문가들에게 맡겨 개발계획의 타당성을 검토하기로 했다.
관광단지에는 석탄역사관을 비롯해 힐링숲길, 탄광체험장, e스포츠타운, 락공연장, 로봇경기장, 골프장을 조성할 계획이다.
석탄종사자 추모공원은 화순군 동면에 있는 광산근로자 위령탑 일대 1만 여㎡에 만들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 신정훈 의원과 국민의힘 이철규 의원은 지난 9월 29일 화순에서 ‘조기폐광 대체산업 육성을 위한 정책간담회를 열었다. 폐광 문제가 화순 만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자리에는 구복규 화순군수와 박상수 삼척시장, 이상호 태백시장, 원경환 대한석탄공사 사장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