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경제만 쥐어 짜고 인플레 억제 못해" 유엔도 경고...늘어나는 긴축 비판론

2022-10-04 14:13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사진=AFP·연합뉴스]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억제만 보고 질주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당장 금리 인상을 멈춰야 한다는 비판이 잇따른다. 연준의 고강도 긴축이 세계 경제만 벼랑 끝으로 몰고 갈 뿐 공급망 혼란발(發) 인플레이션에는 잘못된 처방이란 지적이다.
 
유엔 산하 기구인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3일(현지시간) 연례 보고서를 내고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이 빈국 경제를 짓누르는 등 막대한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UNCAT는 연준을 포함한 주요 중앙은행들이 고물가를 잡기 위해 급속도로 금리를 올리는 최근 행태는 역효과를 유발하는 ‘도박’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연준이 초긴축을 지속하면 개발도상국이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전망했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1%포인트 올리면 3년 동안 부유국 국내총생산(GDP)은 0.5%, 빈국은 0.8% 각각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연준이 올해 단행한 금리 인상만으로 중국을 제외한 개발도상국 GDP가 3년에 걸쳐 약 3조6000억 달러(약 518조원) 감소할 것으로도 예상했다.
 
레베카 그린스팬 UNCTAD 사무총장은 “경기 침체 위기에서 물러날 시간이 아직은 있다”며 “우리는 인플레이션을 진정시키고 모든 취약 계층을 지원할 수 있는 도구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금리 인상은) 가장 취약한 사람들, 특히 개발도상국에 피해를 주고 있고 글로벌 경기 침체를 야기할 위험이 있다”고 덧붙였다.
 
연준이 빅 스텝과 자이언트 스텝을 오가며 융단폭격식으로 금리를 올리자 유럽중앙은행(ECB)과 영란은행(BOE) 등 세계 주요 중앙은행들도 긴축의 고삐를 죄고 있다. 전례 없는 초긴축에 글로벌 금융시장이 연일 요동치는 등 경제가 무너질 것이란 비관론이 팽배하다.
 
보고서는 글로벌 무역 마찰로 인한 에너지·식품 가격 급등이 물가를 끌어올리는 만큼 금리 인상을 고집할 게 아니라 횡재세나 반독점 조치, 원자재 투기에 대한 엄격한 규제 등 인플레이션을 정밀 타격하는 대책을 도입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연준의 긴축 행보가 경제만 쥐어짤 뿐 물가 억제에 효과가 없다는 반론이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연준의 심각한 기준금리 인상은 디플레이션 위험을 초래한다”고 꼬집었다. 제러미 시겔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교수는 “연준은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대유행)에 사상 유례없는 통화 부양 정책을 펴다가 인플레이션을 초래했고, 이를 제때 거둬들이지 못하면서 뒤늦게 긴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며 “(연준의 통화정책은) 기껏해야 D학점 정도”라고 비판했다.

이 밖에도 채권왕으로 불리는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캐피털 CEO, 캐시 우드 아크 인베스트먼트 CEO 등도 연준의 긴축 행보를 우려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