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수정의 호텔 in] 제주신화월드서 즐긴 '스캉스'
2022-10-21 00:01
호텔 4개에 쇼핑·카지노·놀이시설 보유
식당만 41개…세끼 모두 먹으려면 2주
식당만 41개…세끼 모두 먹으려면 2주
최근에는 호캉스 '끝판왕'이 등장했다. 이름하여 스캉스(스위트룸+호캉스)다. 서비스와 여가의 질을 높일 수만 있다면 하룻밤에 수백만 원도 기꺼이 지불할 수 있다는 여행자 심리를 제대로 자극한 상품이다.
기자도 최근 제주도에서 스캉스를 즐겼다. 적잖이 부담스러운 금액이었지만 코로나19 확산세에 제대로 된 여행을 즐기지 못한 만큼 이 정도 경비는 기꺼이 부담할 수 있다는 마음이 컸다.
결론부터 이야기해보자면 '스캉스' 만족도는 최상이었다. 잘 쉬고, 잘 먹고, 잘 놀았다. 여행의 목적, 제대로 달성했다.
이곳은 2018년 3월 공식 개장했다. 자칭 여행기자이자 호텔 담당 기자라고는 하지만 제주신화월드를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삽을 떴을 때 잠시 들러 보기만 했을 뿐)이다.
"일주일 내내 머물러도 다 둘러볼 수가 없어요. 아마 마음먹고 호텔 곳곳을 다니면 3만보는 훌쩍 넘을걸요?"
제주신화월드는 국내 최대 규모 복합리조트다. 독채를 제외한 호텔만 4개다. 여기에 컨벤션센터와 쇼핑 시설, 외국인 전용 카지노, 40개 넘는 식음시설, 테마파크, 워터파크 등 놀이시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부대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실로 어마어마한 규모다.
한눈에 담기지도 않는 이곳에서 스캉스를 즐긴다는 것 자체가 설렜지만 사실 넓은 객실은 거들 뿐 호텔을 예약할 때 가장 고려한 것은 따로 있었다. 바로 '식음시설'이었다. 따로 자동차를 대여(렌트)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왕이면 호텔에서 자는 것뿐 아니라 먹고 노는 것까지 모두 즐기고 돌아가겠다는 심산에서 고른 호텔이었다.
제주신화월드에서 만날 수 있는 식음업장은 총 41개다. 아침, 점심, 저녁 모두 제주신화월드 내에서 해결해도 모든 레스토랑을 경험하려면 꼬박 2주가 걸린단다.
머무는 시간이 길었다면 식음업장 41곳 '도장 깨기'에 당당히 성공하겠지만 주어진 휴가는 단 이틀에 불과하니 '선택과 집중'을 할 수밖에 없기에 41개 식당 중 가장 구미가 당기는 곳 세 군데를 콕 집어 방문했다.
'시간 내에 얼마나 많이 먹을 수 있는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제공된 요리를 얼마나 잘, 제대로 음미했는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짐을 풀고 오롯이 휴식을 즐긴 후 가장 먼저 찾은 곳은 메리어트관 5층에 있는 스카이 온 파이브 다이닝. 이곳은 최근 '와인 앤 다인' 콘셉트로 새 단장을 마쳤다.
뷔페답지 않게 음식 가짓수는 적었다. 음식 가짓수를 확 줄인 것은 '양보다 질'을 추구하겠다는 호텔 측 의지였다고.
물론 음식 가짓수가 적다고 만만하게 봐선 안 된다. 특히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는 뷔페의 장점과 고메 요리를 즉석에서 즐길 수 있는 레스토랑의 장점을 한데 모았다. 특히 와인과 맥주, 음료를 무제한으로 곁들일 수 있다는 것은 이곳의 강점이다.
주문하면 즉석에서 구워 제공하는 스테이크 한 점이 입안에서 열렬히 춤을 추었고, 여기에 달콤 쌉쌀한 와인 한 모금을 곁들이니 여행의 8할이라는 '기분 내기'의 정점을 찍었다.
모처럼 늦잠을 잤다. 일어나니 시곗바늘은 어느새 정오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점심은 뭐 먹지'를 고민하다 중식당 '성화정'으로 향했다. 평소 '일일 1자장면'을 외칠 정도로 중식을 좋아하는 딸아이 결정이 한몫했다.
차림표를 훑어보다 가을 단풍 프로모션을 주문했다.
분명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음식들인데 정갈한 '고급 요리' 한 상이 되어 눈앞에 차려졌다.
크림소스 새우, 건해삼 고추잡채, 누룽지탕, 흑 후추장 소스 소고기 채끝 등심볶음, 그리고 식사로 짬뽕(짜장, 볶음밥 등도 선택할 수 있다)까지 다양하게 구성됐다.
편하게 앉아 먹는 기쁨 제대로 누린 후 배를 두드리며 기분 좋게 퇴장했다.
점심을 먹은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호텔 곳곳을 산책하며 시간을 보내다 보니 어느새 시간은 저녁 6시 3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여정의 마지막 날, 푸짐한 '만찬'을 즐기고 싶었다. 한 상 차림도 좋지만 역시 한국인은 뷔페다. 명색이 '제주도'에 왔는데 해산물을 외면할 수는 없었기에 해산물이 강점인 '랜딩 다이닝'으로 향했다.
원하는 해산물을 마음껏 담아 천천히 즐겼다. 제주에서 쉽게 볼 수 없는 고급 해산물들을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다는 점에 이미 뷔페 애호가 사이에 입소문이 자자하다고.
지갑은 얇아졌고 살은 올랐지만 그래도 '가심비'를 제대로 잡았다. 그것으로 이번 여행은 퍽 흡족했다. 앞으로도 이런 여행을 즐길 계획이 있냐고 묻는다면 '당연하다'고 답하리라. 여행의 목적은 본디 푹 쉬고, 잘 먹고, 제대로 노는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