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 국가 간 기술 경쟁, '디지털 지정학'을 활용해 새 기회를 발굴하라

2022-10-03 14:00
최윤석 가트너 코리아 시니어 파트너 기고
CIO 포함 기업 경영진 위한 네 가지 제언

최윤석 가트너 코리아 시니어 파트너 [사진=아주경제DB]

지정학은 국제 관계에서 국가 간 발생하는 권력관계의 지리적 영향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4차 산업 혁명 시대를 맞아 인공지능, 빅데이터, 클라우드 컴퓨팅 등과 같은 첨단 디지털 기술이 미래 국력의 핵심으로 인식되면서 기술은 국가 안보를 영위하는 동시에 국가 경제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특히 최근 미·중 기술 경쟁에서도 보았듯이, 기술 거버넌스가 국가 안보의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디지털 지정학'의 양상마저 드러나고 있다. 디지털 지정학은 디지털 기술과 사이버 공간에서 펼치는 국가 간 경쟁으로, 다국적 기업의 경영진이 해결해야 할 가장 파괴적인 트렌드 및 문제 중 하나로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업의 CIO(최고정보책임자)를 비롯한 경영진은 기업의 리스크를 평가하고 필요에 따라 디지털 시스템을 재구성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기업의 리더가 디지털 지정학의 네 가지 측면을 보다 자세히 분석하여 잘 활용한다면 기업에 새로운 도전과 기회의 문을 열어줄 수 있다. 

먼저 디지털 주권을 보호해야 한다. 디지털 주권은 디지털 자원 및 공간에 대한 국가나 지역 정부의 통제 권한을 의미한다. 정부는 EU의 GDPR(개인정보보호규정)과 같은 입법 및 규제 권한을 통해 디지털 주권을 주로 행사하고 있으며, 점점 더 치외법권 영역으로 관심을 돌리고 있다. 이로써 이제 기업이 어디에서 운영하든 각국의 법률을 준수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CIO는 적극적인 개입을 통해 기업의 IT 운영 모델과 관행이 현재 시행 중인 법률 및 규정을 준수하도록 해야 한다. 법적 환경을 파악하고 IT 조직이 전사적으로 규정 준수를 지원하는 방법을 다른 경영진에게 설명하는 것이 CIO의 주요 역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앞으로 디지털 주권은 다국적 기업의 복잡하고, 역동적이며, 확대되는 규정 준수 의무의 주요 원천이 될 전망이다. 

지역 기술 산업 육성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 첨단 기술 산업은 빠른 성장세, 전략적 중요성, 세수 및 고용 기회 창출 등을 비롯한 이점들에 비해 특정 국가 자원이 필요하지 않아 전 세계 공공 정책 입안자들의 큰 관심을 끌고 있다. 현재 많은 정부가 자국 내 기술 부문을 개발하는 데 투자하고 있으며, 특히 하이테크 산업을 유기적으로 성장시키기 위한 하이테크 연구개발 투자 유치에 주력하고 있다. 

기업은 디지털 지정학을 추진하는 주체들이 새로운 거버넌스 의무를 초래하거나 환경적 요인을 변화시키는 경우, 지역 산업을 육성하려는 정부의 정책이 새로운 기회 창출로 이어진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또한, 대부분의 정부 또는 행정부가 지정학적 위험을 회피하고자 강력한 지역 기술 산업을 구축하려고 하기 때문에 기업은 추진하는 이니셔티브를 국가별로 현지화하고 이 기회를 활용하여 정부와 적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 

필요한 군사력도 확보해야 한다. 국가 군사 및 보안 운영 측면에서의 디지털화가 증가함에 따라, 기업은 여러 국가에서 일부 기술의 가용성이 제한되는 문제에 직면할 것이다. 기업은 디지털 공간에서 국가 간 공방을 벌이는 사이버 전쟁의 새로운 영역에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 

CIO는 더 이상 한 국가에서 특정 기술 또는 공급업체 사용에 의존할 수 없다. 이로 인한 업무 중단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업은 핵심 공급업체가 변화하는 정부 규제에 영향을 받는지에 대해 정기적으로 평가하고, 공급업체 및 기술 위험을 전문적으로 심사하는 조직을 구축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사이버 공간 거버넌스에 대한 직접적인 통제권을 행사할 필요성이 있다. 사이버 공간 통제에 대한 국가 간 경쟁은 다국적 기업의 운영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디지털 기술이 모든 사회적 측면을 관통하면서, 정부는 자국 기술이 국민들의 핵심 가치와 일치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각국 정부는 점점 국가적인 차원에서 디지털 인프라 보안 강화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다. 

디지털 대전환기 속에서 사이버 안보는 이제 보안 생태계의 또 다른 도약을 위한 핵심 요소로 평가되고 있다. 사이버 공간 거버넌스에 대한 정부의 통제는 기업의 통제권 밖에 있지만, 기업은 연례 사이버 환경 업데이트 브리핑을 개최하는 등 더 적극적인 활동을 추진함으로써 사이버 공간 통제를 위한 국가적 경쟁과 그것이 기업 운영에 미치는 실질적인 영향에 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