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2년만에 '울트라스텝'...금리 1% 대폭 인상

2022-09-29 10:48
예금금리 5%, 재융자금리 5%, 재할인율 3.5% 등 각 1%포인트 올려
주요국 자이언트스텝 여파...인플레이션 통제, 대외금리차, 통화안정 등 반영

베트남 중앙은행(SBV)[사진=베트남통신사(TTXVN)]


베트남 중앙은행(SBV)이 2년 만에 금리 인상을 전격 단행했다. SBV는 기준금리 척도로 활용되는 재융자금리, 은행 간 금리 등 주요 기준금리를 대부분 1%포인트 올린다고 지난 23일 발표했다. 베트남 정부가 금리 인상을 공식 고지한 것은 2020년 10월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베트남통신사(TTXVN), 베트남플러스 등 현지 관영 언론에 따르면 SBV는 현행 정책금리를 최저 0.35%포인트에서 최대 1.5%포인트까지 올렸다. 이에 따라 1~6개월 정기예금 금리 상한은 종전 연 4%에서 5~5.5%로 올라갔고 1개월 미만 요구불예금 금리 상한은 0.2%에서 0.5%로 상승했다. 또 중앙은행이 시중은행에 빌려줄 때 적용하는 금리인 재할인율(discount rate)은 2.5%에서 3.5%로 뛰었으며 은행 간 하루짜리 금리인 오버나이트금리(overnight interbank rate) 역시 5%에서 6%로 인상됐다.

응우옌티홍행 SBV 총재는 “중앙은행은 거시경제 안정을 위한 유연한 통화정책과 금리정책을 펼치기 위해 모든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할 것”이라며 “가장 큰 과제는 인플레이션 통제”라고 말했다.

이번 베트남 기준금리 인상은 미국, 유럽 등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지속적으로 금리 인상을 단행한 가운데 동화 가치 하락 등 대외 요인을 고려한 여파로 풀이된다. 앞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와 유럽중앙은행(ECB)은 연속해서 기준금리를 자이언트 스텝에 해당하는 0.75%포인트 인상했다. 

특히 베트남은 이번에 1%포인트 인상하는 울트라 스텝을 단행하면서 내부적으로도 높아지고 있는 물가 상승 압력과 코로나19 이후 경기 과열 양상도 완화하겠다는 포석이다.

앤드루 제프리 아시아개발은행(ADB) 베트남사무소장은 SBV의 이번 금리 결정은 세계적인 추세를 따른 것이라며 상대적으로 개방도가 높은 통합경제로서 금리 인상 움직임은 객관적이고 적절해 보인다고 말했다.

 

[그래픽=아주경제DB]


이처럼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베트남 현지 시중은행 금리 인상도 예고되고 있다. 이미 일부 시중은행들은 예금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베트남플러스에 따르면 SBV가 통화정책을 결정한 이후 베트남수출입은행(Eximbank·엑심은행)은 1~12개월짜리 정기예금 금리를 0.5~1.1% 인상했다. 1개월짜리는 연 4.5%, 6개월은 4.7%, 9개월은 6%, 1년짜리는 최대 6.3%로 올렸다. 

사이공하노이은행(SHB)은 1~6개월짜리 정기예금 금리를 4.4~4.8%로 0.8~0.9% 인상했으며, 1년짜리 이상은 0.4~0.5% 인상했다. 끼엔롱은행(KienlongBank)은 종전 0.2%였던 1개월 미만 수시입출금통장 금리를 최대치인 0.5%로 인상했으며 1~6개월 미만은 5%로 1%, 6개월 이상은 0.2% 인상했다.

비엣캐피털은행(VCB)은 1개월 미만을 0.2%에서 0.5%로, 1~6개월 미만 정기예금 금리를 3.9%에서 5%로 인상했고, 6개월 이상은 0.5~0.6% 인상했다. 박아은행(Bac A Bank)은 1개월 미만을 0.5%로 인상했으며, 1~6개월 미만은 4.5~4.8%로 0.5~0.8%, 6개월 이상은 0.2~0.3% 인상했다. 

베트남 주요 4대 국영은행인 비엣콤은행(Vietcombank), 베트남투자개발은행(BIDV), 비엣틴은행(VietinBank), 아그리은행(Agribank) 등은 아직 금리 인상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곧 인상 여부를 발표할 예정이다. VN다이렉트 증권에 따르면 베트남 평균 예금금리는 현재 수준에서 3~5% 인상되면서 연말까지 평균 6.1~6.3%로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쩐꽌히엔 VN다이렉트증권 수석애널리스트는 “SBV의 이러한 움직임은 돈이 싼(저렴한 대출) 시대가 끝났고 미래 금리 수준이 확실히 더 높을 것임을 나타낸다”며 “먼저 시중은행의 자본 동원에 부담을 줄 것이다. 시장의 유동성이 하락하면서 단기적으로는 신용성장(대출) 제한과 증시 하락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