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돋보기] 히잡 벗은 여성 수호하는 이란 남성들…전 세계도 응원

2022-09-27 01:00
20대 여성 아미니 체포 뒤 사망에 분노 폭발
남녀 손잡고 저항 나서, 유례 없는 시위 전개
이란 남성들, 여성 향해 달려드는 경찰 제지
탈 히잡 운동 들불, "억압 안돼" 한마음 격려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아 체포됐다가 사망한 마흐사 아미니의 사건에 분노한 시민들이 9월 19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3일(현지시간) 이란의 평범한 20대 여성 마흐사 아미니(22)가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체포 당한 후 숨졌다. 이 소식을 접한 이란 여성들은 분노하며 거리로 나왔고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탈 히잡 운동'이 전역으로 퍼져 나갔다. 탈 히잡 운동에는 이란 남성들도 대거 참여해 역사상 전례 없는 시위로 번지는 양상이다. 

26일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탈 히잡 운동 시위대가 히잡을 벗어 불에 태우며 환호하고, 머리카락을 자르면서 항의하는 모습 등이 올라왔다. 

시위대는 "독재자에게 죽음을", "히잡에 죽음을" 등의 구호를 외치며 거리를 행진하기도 했다. 

경찰은 시위대에 수차례 발포하거나 최루탄을 쏘고 여성 시위자를 보도블록에 밀쳐 쓰러뜨리는 등 과격하게 진압했다. 

눈길을 사로잡은 건 시위 행렬에 가담한 이란 남성들이었다. 수많은 남성이 탈 히잡 운동을 하는 여성들과 함께 목숨을 걸고 싸우는 중이다. 

남성 시위자들은 진압봉을 휘두르며 여성 시위자를 향해 달려드는 경찰을 제지하고, 여성 시위자를 향한 공기총 발포도 직접 몸으로 막아섰다. 
 

차에 올라타 탈 히잡 운동 시위를 벌이고 있는 여성을 이란 남성 등 시위대가 수호하는 모습. [사진=MSNBC 영상 갈무리]

히잡을 벗고 차량에 올라선 여성들을 남성 시위자들이 밑에서 수호하는 모습도 전파를 탔다. 

남성과 여성 할 것 없이 시위대가 경찰 차량에 불을 지르는 등 물리적으로 대항하는 영상도 전 세계로 퍼져 나가고 있다.

남존여비 문화가 팽배한 이란에서 남녀가 모두 참여해 인권 보호를 외치는 운동이 들불처럼 번지자 세계인들도 반응하기 시작했다. 

영국 방송사 채널 4 뉴스(channel 4 news)가 미국 유튜브에 올린 '이란 히잡 시위: 대통령이 단호한 행동을 경고한 가운데 35명 사망'이라는 영상에는 "그들이 마땅히 받아야 할 변화를 가져올 수 있기를 바란다. 누구도 억압 아래서 살면 안된다"는 시청자 댓글이 달렸다.

"이란의 여성들과 그들을 지지하는 남성들에게 행운을 빈다", "이란 국민들에게 깊은 존경을 표한다" 등의 댓글도 잇따랐다. 
 

이란 시위대 남성들과 사복 경찰들이 싸우는 장면. [사진=트위터]

국내 누리꾼들도 인스타그램 내 '이란 여성들의 인간다운 자유를'이라는 게시물에 "모두가 멋있고 이번 일로 탈 히잡이 이뤄졌으면 좋겠다", "희생을 하지 않고 자유가 찾아와야 되는데 항상 죽음이라는 희생이 뒤따르고 고통이 있은 뒤에 자유가 오는지 모르겠다. 지지하고 응원하게 된다" 등의 응원 글을 올렸다. 

한 누리꾼은 "어릴 적에 테헤란에서 2년 살았는데, 내게는 멀지만 가까운 느낌의 나라이다. 같이 투쟁해주시는 남자 분들도 정말 감사하다. 이란 파이팅이다"라고 적었다. 

이 밖에 탈 히잡 운동이 세대 간 갈등에 가깝다며 "이슬람권 국가에 교환학생으로 지내면서 알게 된 여자친구들이 있습니다. 종교 문제로 인한 갈등이 팽배한데, 성별보다는 세대 갈등이 정말 극심했다"고 안타까움을 표한 누리꾼도 있었다. 

다른 누리꾼은 "같은 여성으로서 응원한다. 고리타분한 사람들이 싹 물러나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래픽=아주경제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