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90% 병합 지지"…점령군 투명함 들고 가가호호 방문

2022-09-26 16:21

9월 25일(현지시간) 친러시아 분리주의 세력이 장악한 도네츠크 지역의 한 주민이 러시아 병합 찬반을 묻는 주민투표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타스통신·연합뉴스]

러시아 측이 우크라이나 영토 병합을 위한 주민 투표의 참여율이 70%가 넘는다고 주장했다.
 
25일(현지시간)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인 도네츠크와 루한스크의 주민 투표 참여율은 각각 77.12%, 76.09%를 기록했다.

러시아는 도네츠크, 루한스크, 자포리자, 헤르손 등 우크라이나 4개 지역에서 러시아 병합 찬반을 묻는 주민투표를 23일부터 27일까지 닷새간 진행하고 있다.
 
투표 시작 나흘 만에 참여율이 절반을 넘는 등 주민들이 적극 참여하고 있다는 게 러시아 측 주장이다. 자포리자와 헤르손의 투표율도 51.55%, 48.91%를 기록했다고 타스통신은 전했다.
 
매체는 “투표 3일 만에 3개 지역(도네츠크, 루한스크, 자포리자)에서 투표율이 50%를 넘겼다”면서 주민투표가 성사됐다고 강조했다. 러시아 선거 당국은 등록 유권자의 50% 이상이 참여할 경우 주민투표가 성사된다고 주장한다.
 
또한 타스통신은 “세르비아, 독일, 프랑스, 터키 등 외국 참관인들이 주민투표에서 어떠한 부정행위도 보고하지 않았다”며 “이들은 투표 절차가 국제 원칙에 부합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오는 27일 투표가 완료되면 러시아는 이달 안으로 영토 편입 절차를 완료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매체는 자포리자의 주민투표에서 약 93%가 러시아와의 병합을 지지했다고 전했다. 타스통신은 “투표 첫날인 23일에 주민 500여명이 투표했다”며 “이 중 응답자 93%가 자포리자의 러시아 연방 가입을 지지했고, 7%만 이를 반대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외신은 러시아 점령군들이 투명 투표함을 들고 가가호호 방문하는 식으로 주민투표가 강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2014년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크름반도를 강제 병합할 당시 진행됐던 국민투표에서는 97%가 병합에 찬성한다고 답했었다.

다게스탄 지역에서 일어난 징집 반대 시위 모습. [사진=ABC 뉴스 영상 갈무리] 

러시아 내부에서는 징집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거세다. 러시아의 독립 인권 감시 단체인 OVD-인포(Info)에 따르면 러시아 전역에서 징집에 반대해 구금된 사람은 2000명이 넘는다.

러시아 남부의 다게스탄에서는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해 최소 100명이 구금됐다. 다게스탄은 무슬림 위주의 소수민족이 모여 사는 지역으로, 전체 인구는 약 8000명에 불과하다. 
 
징집에 반대한 남성 100여 명이 항의하자 경찰이 공중에 사격을 가하는 등 폭력적으로 시위를 진압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온라인을 통해 확산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