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커머스에 칼 빼든 공정위, 자율규제 도입 앞두고 업계 긴장감 증폭

2022-09-22 06:00

[사진=연합뉴스 ]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취임 후 3일 만에 신세계그룹 SSG닷컴에 대한 현장조사에 착수하면서 이커머스업계에서는 본사와 납품업체 간 불공정행위를 둘러싸고 현장 조사가 업계 전반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 속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오는 23일까지 서울 강남구 SSG닷컴 본사에 대해 현장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공정위는 SSG닷컴에 납품업체에 대한 상품 지급, 판촉 비용 관련 자료 등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말 마켓컬리가 공정위 현장조사를 받은 데 이은 이커머스 기업에 대한 두 번째 현장조사다.

특히 이번 조사는 한 위원장 취임 이후 첫 행보라는 점이 주목된다. 공정위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온라인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이커머스 본사의 남품업체 갑질 등 불공정거래가 크게 늘었을 것으로 판단하고 이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 따르면 온라인 플랫폼 관련 분쟁은 코로나19로 비대면 거래가 증가한 2020년 이후 급증했다. 2018년 17건이었던 분쟁 건수는 2020년 73건, 2021년 103건으로 늘었다. 이 중에서 오픈마켓 사업자와 입점업체 사이 분쟁은 전체 접수의 69%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 현장조사가 진행된 컬리와 SSG닷컴은 ‘대규모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대규모유통업법)이 적용되는 이커머스 기업이다. 통신판매중개 서비스만 영위하는 이커머스 기업의 경우 대규모유통업법 적용 대상이 아니지만, 직매입·위수탁매입 등을 하는 경우 대규모유통업법이 적용된다. 직매입의 경우 납품 계약 시 본사가 납품업체보다 우위에 있기 때문에 불공정 행위가 발생하기 쉬운 구조로 꼽힌다.
 
공정위의 이번 조사가 이커머스 업계 전반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공정위는 앞서 네이버와 11번가, 위메프, 인터파크, 지마켓, 쿠팡, 티몬 등 7개 오픈마켓 사업자의 판매자 이용약관을 심사해 불공정 약관 조항을 적발했고, 7개 기업은 문제가 된 약관 조항을 자발적으로 시정하기로 했다.
 
윤석열 정부가 온라인 플랫폼 기업에 대한 정부 개입을 줄이고 '자율규제'에 방점을 찍으면서 이전 정부에서 추진되던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온플법)'이 사실상 폐기되는 듯 했으나 공정위의 잇따른 이커머스기업 현장 조사로 인해 방향성이 바뀌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플랫폼의 혁신 성장을 위해 자율규제에 맡기겠다고 했지만 시작과 함께 공정위의 현장조사가 진행돼 혼란스럽다”면서 “공정위가 현 정부의 기업 규제 완화 철학과 반대 행보가 이어질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앞서 한기정 신임 공정위원장은 16일 열린 취임식에서 “급속히 성장한 온라인 유통 분야를 비롯한 가맹·유통·대리점 분야의 우월적 지위 남용행위에 대해 엄정히 대응해 나가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