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과기인] ⑰ 오순영 KB금융그룹 AI센터장 "에반젤리스트로서 AI 도입 자문...'금융비서' 모바일로 확산이 첫 목표"
2022-09-19 00:10
오순영 KB금융그룹 금융AI센터장(상무) 인터뷰
한컴 첫 여성 CTO에서 금융업계 AI 전도사로 변신
KB금융그룹 AI 내재화 위한 업무 본격화...OCR과 AI 금융비서에 매진
한컴 첫 여성 CTO에서 금융업계 AI 전도사로 변신
KB금융그룹 AI 내재화 위한 업무 본격화...OCR과 AI 금융비서에 매진
다른 금융회사들이 AI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대형 IT 기업과 협력하는 것과 달리 KB금융그룹은 외부 협력뿐만 아니라 외부 IT 전문가와 개발자 역시 지속해서 확충함으로써 AI 기술 내재화를 꾀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지난 6월 오순영 전 한글과컴퓨터 최고기술책임자(CTO)를 금융인공지능(AI)센터장(상무)으로 영입한 것을 꼽을 수 있다.
금융 디지털 전환을 위해 윤진수 KB금융 IT총괄(CITO) 겸 KB국민은행 테크그룹 부행장과 박기은 KB국민은행 테크혁신본부장(전무)에 이은 세 번째 외부 인재 영입 사례다.
1977년생인 오순영 금융AI센터장은 2004년 한컴에 입사해 2019년 한컴 창사 이후 처음으로 여성 CTO로 임명됐다. 이후 한컴오피스 호환성 향상과 AI 음성인식 기술을 활용한 콜봇 서비스 개발 등 성과를 냈다.
오순영 센터장은 KB국민은행과 KB금융지주 양측 임원을 겸직하며 앞으로 AI 기반 뱅킹 서비스 혁신에 매진할 방침이다. 다음은 오순영 센터장과 일문일답한 내용.
-금융AI센터장은 어떤 역할을 하는 자리인가.
"KB금융그룹 고객과 내부 직원들을 위한 AI 기반 풀 뱅킹 서비스를 개발하고 현업에 적용하는 조직이다. AI는 SI(시스템 통합)처럼 단순히 구현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금융 AI 가이드라인을 포함해 지속해서 챙겨야 하는 부분이 많은데, 이를 KB국민은행과 계열사에 전파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금융권은 AI에 대한 관심은 높지만 바쁜 현업으로 인해 실무에 도입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때가 많다. 따라서 실무 부서 측 AI 도입 요청을 청취하는 일뿐만 아니라 '고객 문서 인식에 AI OCR(광학문자판독)를 도입하는 것은 어때요' 같은 형식으로 먼저 도입을 제안하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AI의 유용함을 알리는 'AI 에반젤리스트(개발 전도사)'로 보아도 무방하다."
-금융AI센터의 업무 목표와 인원 구성은.
"가장 큰 목표는 AI 기반 풀뱅킹 서비스를 통해 고객과 직원들에게 혁신 경험을 제공하는 것으로 KB의 AI 자문 역할과 비즈니스 활용을 지원한다.
AI 전략기획 수립을 비롯하여 AI 기술을 공유 및 협업하고, AI 기술의 비즈니스 적용을 선도하며, 금융 특화 AI 기술의 내재화 역시 진행한다.
특히 신경 쓰는 부분은 AI 인재 양성에 대한 것인데, 금융 AI는 단순히 AI 개발 관련 지식이 많다고 개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여신, 수신, 자금세탁 방지를 포함해서 금융업이라는 도메인(사업영역)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따라서 뼛속까지 IT 개발자·엔지니어인 분들과 현업에서 금융 실무를 익힌 분들이 함께 근무하며 협력하면서 금융과 인공지능을 모두 이해할 수 있는 조직으로 성장하고자 한다."
-현재 KB국민은행의 금융 서비스에 AI가 어떻게 적용되고 있나.
"금융 AI는 현재 KB국민은행 프런트 오피스(고객 접점)와 백 오피스(내부 업무) 등 금융 사업 전반에 적용되고 있다. 프런트 오피스는 콜봇, 챗봇, 로보어드바이저, 키오스크용 AI 비서 등이 대표적인 사례고, 백 오피스는 자금세탁 방지, RPA(로봇자동화), 신용평가 모델 고도화 등을 꼽을 수 있다."
-금융AI센터장으로서 현재 집중하고 있는 업무는.
"입사 후 3개월 동안 현업 부서에서 금융AI센터에 어떤 부분을 기대하는지 연관된 현업 부서 리더들을 만나며 말하는 내용들을 경청하였는데, 모두 공통적으로 AI를 통해 지속해서 현업을 개선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지기를 기대했다. 그러기 위해 KB금융그룹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AI 자산을 모으고 중복성 프로젝트는 줄여나가며 효율성을 높이기로 하였고 컴퓨터 비전, 자연어 처리, 음성 인식 등 다양한 AI 기술 가운데 무엇을 내재화해야 금융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지 역시 고민하며 관련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이 점에서 가장 먼저 추진 중인 작업은 OCR 기술의 전 계열사 확대 적용과 AI 금융비서의 모바일 버전 개발이다.
금융권만큼 OCR 기술이 유용한 분야가 없다. 고객이 제출하는 다양한 형식의 금융 서류를 OCR 기술을 통해 AI가 상당 부분 인식하여 작업해 줌으로써 직원들 부담을 줄이고 업무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이를 KB국민은행을 비롯하여 KB금융그룹 모든 계열사로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또한 금융AI센터는 KB국민은행 키오스크에 적용된 AI 금융비서를 고도화하고 이를 모바일 버전으로 만드는 작업에도 매진하고 있다. AI 금융비서가 개인 맞춤형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초개인화' 작업도 함께 진행할 방침이다.
KB국민은행은 실제적인 AI 기술 내재화를 위해 금융 특화된 자연어 처리 기술인 'KB-STA'를 보유하고 있다. 시중 자연어 처리 엔진보다 좀 더 정확하게 금융 용어를 인식하고 관련 답변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개발자 몸값이 나날이 높아지는데, 개발자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은 없나.
"개발자가 IT 기업에서 금융사로 자리를 옮기면 보수적인 업무 문화와 내부망·외부망이 분리된 불편한 개발 환경 등으로 인해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하는데 실제로 KB금융그룹에 와보니 그렇지 않았다.
KB국민은행 개발자들은 IT를 전담하는 테크그룹에 배치되어 열린 업무 문화와 클라우드를 중심으로 한 오픈 개발 환경에서 업무를 하고 있다."
-AI 기술 내재화를 위해 향후 어떤 작업에 매진할 계획인가.
"고객이 KB국민은행의 AI 서비스에서 불편함이 느껴지지 않도록 지속해서 AI 기술과 서비스 완성도를 높여나갈 계획이다. 현재 서비스에 적용된 KB-STA는 2.0으로 금융권에서 쓰는 금융 언어를 더 정확하게 이해하고 답변할 수 있도록 AI 성능을 강화한 3.0도 곧 적용될 예정이다.
기업이 모든 AI 기술을 내재화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KB금융그룹도 마찬가지다. ROI(투자 이익률)를 면밀히 살펴보고 어떤 AI 기술을 내재화하고 어떤 기술을 외부 기업에 맡길지 정확히 분류함으로써 다른 핀테크·테크핀 기업과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고자 한다. 외부 IT 전문가도 지속해서 영입할 계획이다."
-여성 개발자로서 커리어를 이어오면서 힘들었던 부분과 이를 극복한 방안은?
"사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여성'이라는 점을 특별히 인식한 적은 없다. 다만 출산과 육아는 지속해서 어려움으로 작용했다. 어려움은 가족과 대화하며 협조를 구함으로써 극복할 수 있었다. 얼마나 이 일을 좋아하고 잘할 수 있을지 가족들과 이야기 나누며 출산·육아에서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주변을 보면 여성들이 커리어를 이어가면서 겪는 가장 큰 어려움으로 출산·육아에 따른 경력 단절을 꼽는다. 사실 정부와 기업 차원에서 많은 경력단절 여성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실제로 이러한 프로그램의 혜택을 입는 여성들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좀 더 적극적인 홍보와 지원 프로그램의 확대가 필요할 것 같다.
경력단절 여성 재취업에 대한 사회인식 변화도 필요하다. 여성이 다시 일하고자 할 때 가족들이 자연스럽게 도와줄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한다. 경력단절 여성도 중간에 커리어 손실이 있었던 점을 인정하고 직급이나 직책보다 새로운 시작과 성장을 위해 필요한 근무여건이나 환경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그리고 새로운 시작에 따른 심적인 부담감은 결국은 본인 스스로 이겨내야 한다."
-따님이 있는 것으로 안다. 개발자로서 삶을 추천할 것인가?
"본인이 좋아한다면 당연히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제가 커리어를 여기까지 이어올 수 있었던 원동력은 '덕업일치'에 있다. 일이 좋고 재밌었기에 오늘 이 자리에 오는 것이 가능했다.
사실 딸도 여성이기에 늘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노력하는 엄마를 좋은 롤모델로 생각하고 있고, 현재 가장 든든한 지원자이기도 하다. 저 역시 딸이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이든, 그리고 그 일이 개발자라면 든든한 지원자로서 역할을 다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