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사용제한' 기본권도 우선순위?..학교는 시정권고, 쿠팡 물류센터는 각하

2022-09-15 16:05

[사진=연합뉴스]

국가인권위원회가 휴대전화 사용 제한이라는 비슷한 진정을 놓고 학교와 기숙사 등 학생 대상의 규정에 대해 시정을 권고했다. 하지만 물류센터 근로자 관련 진정 사건에서는 각하하는 상반된 결정을 내려 그 배경에 이목이 집중된다.

인권위는 지난해 11월 고등학교 일과 중 학생들의 휴대전화 사용을 전면 제한한 것은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통신의 자유가 과도하게 제한되지 않는 범위에서 ‘학생생활규정’을 완화할 것”을 권고했다.

지난 8월에는 고교 기숙사 내에서 휴대전화 소지 및 사용을 제한한 조치에 대한 진정에 대해 인권위는 학생들 손을 들어줬다. 통신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하지 않도록 기숙사 휴대전화 규정을 개정하라고 권고한 것이다.

반면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가 쿠팡풀필먼트서비스 물류센터 작업공간 내 휴대전화 반입 제한이 차별이라며 제기한 진정에서는 차별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각하했다. 그러면서 시정권고가 아닌 의견표명 형식으로 통신의 자유를 언급했다. 기본권 차원에서 ‘통신의 자유’를 언급한 것은 동일하나 물류센터의 경우, 시정권고 수위보다 낮은 의견표명을 내린 것이다. 

이를 두고 법조계는 “인권위가 통신의 자유도 중요하지만 안전보다 우선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는 해석을 내리고 있다. 통신의 자유가 안전보다 더 우선된다고 판단했다면 의견표명이 아닌 학교나 기숙사처럼 시정권고 판단을 내렸을 것이란 해석이다.

인권위뿐 아니라 헌재도 휴대전화 사용 관련 자유 침해를 주장하는 사건에서 안전에 중점을 둔 판단을 내렸다. 지난해 7월 헌재는 자동차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한 현행법 조항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헌재가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금지 법률 조항의 위헌 여부를 판단한 것은 처음으로, 헌재는 “국민의 생명신체재산 보호라는 입법 목적의 달성을 위해 휴대전화 사용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일반적 행동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결정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