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전북도지사 경선의 두 주역, 향후 정치 행보에 '관심'
2022-09-15 09:49
2002년 경선의 데자뷰…정세균-강현욱 정치 역정 '극과 극'
묘하게 닮은 김관영 도지사-안호영 의원 향후 선의의 경쟁에 이목
묘하게 닮은 김관영 도지사-안호영 의원 향후 선의의 경쟁에 이목
공교롭게도 올해 민주당 전북도지사 경선이 지난 2002년과 묘하게 닮아있는 데다, 당시 치열하게 격돌했던 두 정치인의 이후 정치 역정이 극과 극이었다는 게 뒤늦게 회자되어서다.
지난 2002년 제3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현 더불어민주당 전신인 새천년민주당 도지사 경선에는 당시 국회의원(진안·무주·장수, 군산)이었던 정세균 전 국무총리과 강현욱 전 전북도지사가 나섰다.
당시 도지사 경선은 정세균 전 총리의 여유로운 승리로 끝날 것으로 예상됐으나, 결과는 강 전 지사의 신승이었다.
이에 정 전 총리 측근들 사이에서는 석연치 않은 경선 과정을 문제삼았지만, 정 전 총리는 깨끗하게 승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후 강현욱 전 도지사는 74.56%의 압도적인 득표율로 민선3기 전북도지사에 취임했다.
예상치 않은 패배로 정치적 위기에 처했던 정세균 전 총리는 2년 후에 치러진 제17대 총선(진안·무주·장수·임실군)에서 78.08%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건재를 과시했다.
하지만, 관선에 이어 민선까지 도백의 자리에 오른 강현욱 전 지사의 4년은 아픔의 연속이었다.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 유치(부안 위도 및 군산 비응도)와 동계올림픽 유치 실패 등이 이어지면서 도민의 실망감이 커졌다. 태권도원을 무주에 유치한 것이 유일한 위안거리일 정도였다.
결국 강 전 지사는 2006년 지방선거에서 불출마를 전격 선언했다. 강 전 지사는 불출마가 “자신의 의지”라는 점을 강조했지만, ‘수사당국의 외압 공방’은 아직도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이후 강 전 지사는 지역을 떠나 서울 등에 거주하며 ‘정치 원로’로서 고향발전을 위해 힘을 보태고 있다.
이에 반해 정세균 전 총리는 경선 패배가 되레 ‘약’이 될 정도로, 승승장구했다.
2008년 제18대 총선에서 진안·무주·장수·임실군 지역구 의원으로 당선된 이후, 2012년 제19대 총선에서는 대한민국 ‘정치 1번지’로 평가받는 서울 종로로 옮겨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제20대 총선에서도 금뱃지를 단 정 의원은 제20대 전반기 국회의장, 제46대 국무총리 등 주요 요직을 거치며, 대한민국 정치사의 거목으로 우뚝 섰다.
우선, 출신 지역부터가 똑같다.
경선의 승리자였던 강현욱 전 지사와 김관영 현 지사의 고향은 군산시이다. 아깝게 패배한 정세균 전 총리와 안호영 의원의 고향은 진안군 동향면이다.
군산시와 진안군 출신의 대결이 20년 만에 펼쳐진 셈이다.
살아온 인생이나 정치역정도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강 전 지사의 경우 군산고등학교와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한 뒤 행정고시에 합격한 후 경제관료로 근무하다, 지난 1992년 정치인으로 변신했다.
김관영 지사는 군산제일고와 성균관대를 졸업하고 최연소 회계사 시험 합격, 행시 및 사시 합격 등 ‘고시 3관왕’을 달성한 뒤, 행정관료 및 변호사로 활동하다 2012년 제19대 총선을 통해 정치계에 데뷔했다.
강 전 지사와 김 현 지사는 정치를 하며 당적을 바꾼 경력도 닮아 있다.
초기 민주자유당, 신한국당에서 활동하다 2000년 초에 새천년민주당에 입당한 강 전 지사와 비슷하게, 김 현 지사도 민주통합당, 국민의당, 바른미래당을 거쳐 올 대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에 복당한 뒤 국민대통합위원장이란 중책을 맡았다.
반면 정 전 총리와 안 의원은 전형적인 정치인생을 걸어왔다.
정 전 총리의 경우 전주 신흥고와 고려대 법과대학 졸업 후 민간기업에서 근무하다 고(故) 김대중 대통령의 제안에 따라 정치에 입문한 뒤, 6선을 기록한 정치인이다.
안 의원은 전라고와 연세대를 나와 사시에 합격한 이후 시민단체 활동을 하다가 2016년 제20대 총선에서 당선돼 정치계에 발을 들였다.
정 전 총리는 더불어민주당 계열의 정당에 몸담아왔고, 안 의원은 한 번도 당적을 바꾸지 않았다.
민주당 경선도 비슷하게 끝을 맺었다.
2002년 당시 강 전 지사의 예상을 뒤엎는 승리로 귀결됐듯이, 2022년 경선에서도 가장 늦게 출발한 김관영 현 지사가 악재를 딛고 결선투표에서 안 의원을 제치고 승리를 거머쥐었다.
일단 현재로선 세간의 스포트라이트는 김 지사에게 쏠려 있다.
‘경제도지사’를 내세운 김 지사는 취임하자 마자 새만금 하이퍼튜브 종합시험센터 유치, 익산 국립 호남권 청소년디딤센터 유치, 군산항 제2준설토 투기장 건설사업 확정 등 대규모 국가사업 선정을 이끌어내며 도민의 기대감을 한층 끌어올리고 있다.
이에 비해 안 의원은 이재명 당 대표 체제 하에서 수석대변인을 맡은 만큼, 조만간 진행될 국정감사에서 존재감을 발휘하는 등 전북을 대표하는 정치인으로서의 위상을 제고시켜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전북 정치권 관계자는 이에 대해 “묘하게도 20년 전의 일이 사람만 바뀌어서 일어날 정도여서 관심이 가는 대목”이라며 “김 지사나 안 의원 모두 정치적 역량이 뛰어난 만큼, 선의의 경쟁을 통해 전북발전과 정치위상 제고에 길항(拮抗) 역할을 해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