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준의 지피지기] 중국 20차 전당대회 … "시진핑 3연임 저지 세력이 없다"

2022-09-14 06:00

[박승준 논설고문]

중국공산당 제20차 전당대회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정식 명칭이 ‘전국대표대회(全大)’인 전당대회는 5년마다 한 차례씩 개최된다. 5년 전인 2017년 10월 18일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개최된 제19차 전당대회에는 전국에서 모여든 2338명의 대표가 참석했다. 회기 1주일의 대회 마지막 날인 10월 25일 대회에서 선출된 376명의 중앙위원은 제1차 중앙위원회 전체회의(19기 1중전회)를 열어 25명의 정치국 위원, 7명의 정치국 상무위원과 1명의 총서기(시진핑·習近平)를 선출했다. 오는 10월 16일 개최 예정인 제20차 전당대회도 비슷한 회기와 회의 절차를 거쳐 300명 안팎의 중앙위원들과 30명 전후의 정치국 위원, 10명 안팎의 정치국 상무위원과 1명의 당 총서기를 선출할 예정이다.

문제는 이 1명의 당 총서기에 이미 5년의 임기를 두 번 역임한 시진핑이 세 번째로 선출되느냐, 아니면 다른 인물이 새로운 총서기로 선출되느냐 하는 점이다. 시진핑의 전임자인 장쩌민(江澤民·96)과 후진타오(胡錦濤·80) 두 명의 전임 당 총서기는 5년 임기를 두 번 역임하고 퇴임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11일에 개최된 제19기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는 ‘당의 100년 분투의 중대한 성취와 역사 경험의 결의’를 채택해서 “시진핑 총서기가 당 중앙의 핵심이며, 전당(全黨)의 핵심”이라는 ‘두 가지의 확립(兩個確立)’과 “당 중앙의 권위와 집중적이고 통일적인 영도(領導)를 잘 옹호하자”라는 ‘두 가지의 옹호(兩個維護)’를 결의했다. 오는 20차 전당대회에서 또다시 시진핑을 당 총서기로 선출하는 3연임안을 통과시키겠다는 결의를 한 것이었다.

그러나 올해 들어 지난 2월 4일 베이징(北京) 동계올림픽 개막식 참석차 방중한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이 정상회담을 갖고 ‘한계가 없는(without limit)’ 협력을 한다는 합의를 하고, 2월 14일 푸틴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 푸틴의 러시아 침공을 중국 관영매체들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충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특별군사 행동’이라고 보도함으로써 중국이 푸틴의 러시아 침공을 옹호하는 자세를 취하자 중국공산당 원로들을 포함한 지도부의 시진핑 3연임에 대한 태도가 달라졌다. 중국공산당 원로들의 시진핑에 대한 태도와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중국공산당 지도부 내의 태도 변화는 지난 4월 15일 중국 외교부의 3인자로 푸틴과 시진핑의 정상회담을 주도한 러위청(樂玉成) 부부장이 외교부를 떠나 TV와 라디오 방송을 주관하는 광파전시국(廣播電視局) 부국장으로 좌천되는 인사가 단행됨으로써 외부로 알려졌다.

그러나 중앙위원, 정치국원, 정치국 상무위원, 당 총서기의 움직임을 포함한 중국공산당 내부의 움직임은 회의 직후에 발표되는 공보(公報) 이외에는 철저히 비밀에 부쳐져 있어 알기가 힘들고, 관찰과 추정만 가능할 뿐이다. 장쩌민, 후진타오 두 명의 전임 당 총서기와 주룽지(朱鎔基·94), 원자바오(溫家寶·80)를 포함한 원로들이 8월 초·중순에 베이징에서 동쪽으로 300㎞ 정도 떨어진 여름 휴양지 베이다이허(北戴河)에서 현직 당 지도부들과 휴양을 겸한 회의를 해서 가을의 당 대회나 중앙위 전체회의의 기본 방향을 정한다는 사실도 실제로 확인된 경우는 없었다. 단지 베이다이허 회의가 열리는 보름 정도의 기간에 중국 관영 중앙TV에 현직 지도자들의 현장 시찰 모습이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로 베이다이허 회의의 존재를 추정해보는 것이 전부다.

올해의 경우 지난 8월 초부터 전국을 연결하는 네트워크 뉴스 신원리엔보(新聞連播)에 모습이 보이지 않던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8월 16~17일 중국 남부 광둥(廣東)성 선전(深圳)시를 시찰하면서 덩샤오핑(鄧小平)의 동상에 헌화하는 모습이 8월 18일 방영됐다. 놀라운 것은 3연임을 시도한다는 시진핑 당 총서기가 베이다이허 회의를 끝내고 8월 16~17일 랴오닝(遼寧)성 일대를 시찰하는 모습이 다음날인 8월 19일에야 신원리엔보의 메인뉴스로 방영됨으로써 ‘리상시샤(李上習下)’가 현실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낳았다. 1955년생으로 올해 67세인 리커창 총리가 당의 실권자가 되고, 69세인 시진핑은 국가주석과 중앙군사위 주석직만 유지하는 선에서 타협이 이뤄진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이 대만과 일본의 온오프 미디어와 유튜브를 달궜을 뿐이다.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시대가 시작된 이후 당 총서기를 지낸 장쩌민과 후진타오의 시대에는 68세 이후 현직에 임명되거나 선출될 수 없다는 ‘칠상팔하(七上八下)’의 당과 국무원 고위직 인사원칙이 실제로 적용됐다. 올해 69세인 시진핑도 결국은 칠상팔하의 당 내부합의에 따라 2선으로 물러앉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돈 이유다.

그러던 가운데 9월 들어 1일과 6일 두 명의 전직 중국공산당 고위간부가 20차 당 대회를 앞둔 중국공산당 내부사정을 폭로하는 글을 미국 외교 전문지에 게재해 주목을 받았다. 한 명은 1980년대에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간부로 중국공산당 고위층들의 연설문을 담당하다가 1989년 천안문 사태 때 미국으로 망명한 우궈광(吳國光)이고, 한 명은 1998년부터 2012년까지 14년간 중국공산당 고위간부 재교육 기관인 당교(黨校)에서 교수를 지내고 미국으로 망명한 차이샤(蔡霞)이다. 우궈광은 스탠퍼드 대학이 운영하는 온라인 계간 ‘차이나 리더십 모니터(China Leadership Monitor)’에 시진핑이 지난 10년간의 통치 기간에 중국공산당 엘리트 그룹의 구조를 어떻게 바꾸어 왔는가를 분석한 글을 기고했다. 차이샤는 9월 6일자 외교 전문지 포린 어페어즈(Foreign Affairs)에 ‘시진핑의 약점(The Weakness of Xi Jinping)’이라는 제목의 글을 실어 “시진핑의 3연임이 이뤄질 경우 그의 망상과 편집증이 중국의 미래를 위협할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

우궈광은 “서로 다른 꿈을 죽이고 자신의 체제 유지하기(Killing the Different Dreams, Keeping the Same Regime)’라는 제목의 글에서 시진핑은 지난 10년간의 당 총서기 임기 동안 중국공산당 엘리트들의 인적 구조를 대부분 바꾸어놓았다고 분석했다. “먼저 부자가 되라”는 ‘선부론(先富論)’과 사회주의 시장경제론으로 대표되는 덩샤오핑 시대의 엘리트들 사고 구조를 ‘초심을 잃지 말라(不忘初心)’는 정치구호 제시와 반부패 숙청 캠페인을 통해 “중국이 부자가 되는 중국의 꿈(中國夢)은 달성해야 하지만, 당원들은 부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모순적인 목표를 달성하려고 시도했다는 것이다. 시진핑은 2012년 11월부터 2017년 6월까지의 첫 임기 5년 동안 모두 200만명 이상의 중국공산당 간부들을 부패했다는 이유로 재교육했다. 중앙당 고위급 간부 280명과 행정부의 국장급 간부 8600명을 재교육시켰고, 이 가운데에는 205명의 중앙위원 가운데 25명을 처벌한 경우도 포함됐다. 281명의 지방 당 최고위 간부들 가운데에는 97.5%의 인물들을 자신의 이름으로 승진시켰다고 우궈광은 주장했다.

시진핑은 또 전임 후진타오 시대에 형성된 공산주의 청년단(共靑團) 중요 인맥들을 은퇴시키거나 반 은퇴시켜 세력을 축소 약화시켰다. 시진핑은 이 과정에서 이전 마오쩌둥(毛澤東)의 정치구호를 다시 생각나게 하는 ‘자아혁명(自我革命)’과 ‘무산계급 전제정치 아래서의 계속 혁명’이라는 구호를 적용했다. 우궈광은 결론적으로 시진핑이 중국공산당 엘리트 그룹의 구조와 사고방식을 바꿔놓았기 때문에 시진핑의 3연임을 저지할 그룹이 없는 상황이어서 시진핑은 어떻든 3연임에 성공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포린 어페어즈 영어 기고문에 중국어본을 링크시켜 중국인들에 대한 접근을 시도한 당교 교수 차이샤의 기고는 ‘시진핑의 약점’이라는 제목대로 3연임을 시도하고 있는 시진핑의 과거와 현재에 대한 폭로를 기고문의 소재로 삼았다. 차이샤는 자신을 “중국공산당의 내부 투쟁을 중앙당교 교수로서 15년 동안 관찰했다”고 소개한 뒤 “2012년 퇴임하고 2020년 시진핑을 비판하는 글을 쓴 후 당적을 박탈당하고, 퇴직금과 연금을 모두 뺏긴 뒤 신변에 위험을 느껴 미국으로 망명하게 됐다”고 밝혔다. 차이샤는 “시진핑은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시대에 마오쩌둥이 만들어놓은 개인 종신 독재체제를 무너뜨리고 그 자리에 건설해놓은 집단지도체제를 무력화시켰다”고 비난했다. 차이샤는 “시진핑은 2012년 11월부터 2022년 2월까지의 집권 기간에 80차례 정치국원들에 대한 집체학습을 실시했는데, 시진핑은 이 집체학습의 대부분을 자신의 장편 연설로 채웠다고 폭로했다. 차이샤는 특히 시진핑이 덩샤오핑의 도광양회(韜光養晦) 정책을 버리고 미국에 직접 도전해서 중국 위주의 세계질서를 구축하려는 모험적이고 공격적인 외교노선을 선택한 것도 중국의 이익과는 거리가 먼 선택이었다고 비난했다. 차이샤는 특히 시진핑은 2019년 12월 우한(武漢)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진자가 발견됐을 때 사실을 숨기고 ”번영하는 중국을 지켜야 한다“는 잘못된 생각을 심어주기 위해 제로 방역(動態淸零)을 고집하고 있는 점도 중국에 재난을 안겨주고 있다고 비난했다. 격렬한 비난을 담은 차이샤의 결론은 ”시진핑의 망상과 편집증은 중국의 미래를 위협하고 있다“고 폭로함으로써 시진핑의 3연임은 이루어져는 안 된다는 주장을 폈다.  

[미니박스]  

중국공산당 20차 당 대회 일정

2022년 8월 30일 정치국 회의 : 20차 당 대회 개최 발표
2022년 9월 9일 : 20차 당 대회에서 당규약 개정 예고
2022년 10월 9일 : 제19기 중앙위원회 제7차 중앙위원 전체회의(7중전회)에서 20차 당 대회 보고 내용 확정 예고
2022년 10월 16일 : 당 대회 개막
2022년 10월 23일(예상) : 제20기 중앙위원회 1차 회의(1중전회) 당 총서기, 정치국 상무위원회 인선 발표       





필진 주요 약력

△서울대 중문과 졸 △고려대 국제정치학 박사 △조선일보 초대 베이징 특파원 △인천대 중어중국학과 초빙교수 △현 최종현학술원 자문위원 △아주경제신문 논설고문 △ 호서대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