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대회 한달 앞둔 시진핑의 外遊... 중앙亞 선택한 이유

2022-09-06 16:05
32개월 만에 해외순방, 카자흐·우즈벡 방문
3연임 자신감···차기 지도부 교체작업 마무리
G20 앞두고···푸틴과 끈끈한 결속 확인
美 맞서 세 불리는 SCO···안보·경제 협력 강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중국 코로나19 사태 발발 이후 약 2년 8개월 만에 첫 해외 순방에 나선다. 시 주석이 선택한 순방지는 중앙아시아의 우즈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 중국 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를 한달 앞둔 중요한 시기에 최고 지도자가 해외 순방에 나선 것은 이례적이다. 올해 20차 당대회는 시 주석의 3연임을 확정 지을 중요한 시기다.
 
카자흐스탄·우즈벡 방문하는 習
카자흐스탄 외교부가 5일 브리핑에서 시 주석이 14일 자국을 국빈 방문해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을 만나고 각종 양자간 협정을 체결한다고 밝혔다고 로이터는 이날 보도했다.

시 주석이 카자흐스탄 방문에 이어 15~16일에는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열리는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 참석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동할 예정이라는 소식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을 통해 보도됐다. 
 
중국 외교부는 아직 시 주석의 중앙아시아 해외 순방을 확인하지 않았지만, 보도대로 시 주석이 카자흐스탄과 우즈벡을 방문하면 코로나19가 본격 확산하기 직전인 2020년 1월 미얀마를 방문한 이후 2년 8개월 만의 해외 순방이다.
 
習 3연임 자신감···차기 지도부 교체작업 마무리
특히 20차 당대회를 한달 앞둔 중요한 시기에 중국 최고 지도자가 해외 순방에 나선 것은 차기 당지도부 라인업 구성이 사실상 마무리됐고, 시 주석의 3연임도 확정됐음을 시사하는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스티브 창 런던대학교 소아스(아시아중동아프리카 지역학 대학원) 중국연구소 소장은 FT를 통해 시 주석이 당대회를 앞두고 해외 순방에 나서는 것은 "자신의 입지에 대한 확신의 표현"이라며 "시 주석의 지위가 도전받을 수 있다는 세간의 추측을 무산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 중국 최고 지도자는 일반적으로 당대회가 열리는 해에는 여름철 베이다이허 회의가 끝난 후 해외 순방에 나선 전례가 거의 없다. 지도부 교체를 앞두고 당내 권력 투쟁이 격화할 수 있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앞서 장쩌민 전 국가주석이 2002년 16차 당대회(11월)를 한달 앞둔 10월 미국을 방문했는데, 당시엔 이미 지도부 인사가 마무리된 상태였다. 16차 당대회에서는 평화로운 승계작업이 이뤄지며 장쩌민은 군사위원회 주석직만 갖고 총서기직은 후계자인 후진타오에게 넘겨줬다.
 
G20 앞두고···푸틴과 끈끈한 결속 확인
시 주석의 순방이 오는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리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사전에 우군을 적극 끌어모으기 위함이란 관측도 있다.   
 
20차 당대회에서 3연임을 확정지은 시 주석은 G20 정상회의를 집권 3기의 첫 외교 무대로 대외 영향력을 과시하기 위한 무대로 삼을 계획이다. 시 주석은 G20 정상회의에 대면 참석할 예정으로, 이곳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앞서 시 주석이 우즈벡에서 열리는 SCO 총회에 참석해 푸틴 대통령과 회담한다면 미·중 정상회담에 앞서 양국 간 결속을 한층 더 다지고 미국에 맞서는 공동 전선을 구축하기 위한 포석이 될 전망이다. 
 
미국과 전략적 경쟁을 벌이는 중국과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한 서방국 제재를 받는 러시아는 그동안 전략적 협력을 강화해왔다. 중국이 서방국 수출 제재로 가격이 내려간 러시아산 원유를 적극 사들이는가 하면, 러시아가 최근 금융 제재를 피해 달러·유로 대신 위안화 자산을 적극 늘리는 게 대표적인 예다.
 
시 주석 방문에 앞서 중국 공산당 서열 3위 리잔수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이 5일 러시아를 방문하는 것도 중국과 러시아간 끈끈한 결속을 보여준다. 리 상무위원장은 5일부터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제7회 동방경제포럼에 참석해 푸틴 대통령과도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美 맞서 세 불리는 SCO···안보·경제 협력 강화
이밖에 중국이 이번 SCO 무대를 통해 안보는 물론 에너지를 비롯해 경제 다방면에서 중앙아시아와 협력을 강화하려는 의도도 깔려있다. 특히 시 주석이 방문할 카자흐스탄은 중국의 북동쪽 국경에 인접해 있으며, 광물·금속·에너지 등을 수출하며 중국과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중국 주도의 SCO는 러시아, 중앙아시아 4개국(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등이 2001년 창설한 지역 안보기구로, 일각에선 '동양판 나토(NATO)'라 불리기도 한다. 2017년 인도·파키스탄이 가입한 데 이어, 올해 SCO 총회에서는 원래 옵서버 국가였던 이란이 공식 가입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