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물량 쌓이는데 태풍까지"... 시름 깊어지는 택배업계

2022-09-06 17:16
포항·경주 태풍 피해 지역 배송 지연 불가피
택배노동자들, 폭우와 강풍에도 배송 강행
재난상황시 법제도적 장치 마련 시급 촉구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울산을 관통한 6일 오전 울산시 북구 한 해안가 도로가 파손돼 산산조각 나 있다. [사진=연합뉴스]

택배 물량이 평소 대비 20~30% 급증하는 추석 명절에 태풍이 급습하면서 배송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택배사에서는 큰 피해가 발생하지 않아 배송이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배송지연이 이뤄지면서 여전히 태풍의 여파가 남아있는 상황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북상하면서 포항 등 침수지역과 제주, 전남, 경남 등 일부 지역에서 택배 배송에 차질을 빚고 있다.
 
지난 5일 태풍의 중심부에 들었던 제주도 전 지역은 택배사의 배송이 잠정 중단됐고, 침수 피해를 입은 포항 지역과 울산, 경주 등에서 배송 지연이 이어지고 있다. 힌남노가 북상함에 따라 잠시 집하와 배송이 중단됐던 대부분의 지역에서 배송이 재개됐지만, 여전히 지역에 따라 일부 배송 업무에 차질을 빚고 있는 상황이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생각보다 피해가 크지 않아서 시설 운영이나 배송에는 큰 차질이 없지만 남부지방 등 태풍 피해에서 늦게 벗어난 곳들에서 배송 지연이 불가피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한진택배 관계자는 “어제(5일) 일부 태풍의 영향권에 있는 지역에서 안전을 위해 집하나 분류 작업을 제한했지만, 포항 등 직배송이 어려운 일부 침수지역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정상화됐다”면서 “정상적인 운영으로 배송 차질이 없게 하되 현장 상황에 맞춰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글로벌로지스 관계자는 “전날 제주와 경상도 지역 등 피해가 예상되는 지역을 중심으로 집하 제한을 했다”면서 “다만 큰 문제가 없이 지나가서 이날 9시 기준 정상배송을 진행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물량은 지난주에 처리한 상황이라 큰 타격은 없었다”고 전했다.
 
택배사들은 태풍으로 인한 피해가 크지 않고 택배기사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배송 일선에 있는 택배기사들은 택배 물량 증가로 인해 폭우와 태풍이 쏟아져도 쉴 수 없다는 입장이다.
 
통상적으로 명절 연휴 기간에는 평소 대비 20~30%가량 물량이 증가하는 시기다. 선물세트 등으로 배송 물량이 쏟아지는 이 시기에 하루의 물량이 쌓이게 되면 당일 2배의 물량을 소화해야 하기 때문에 택배기사들은 폭우에도 배송을 강행할 수밖에 없다.
 
특히 추석 명절에는 신선식품 배송 물량이 많은 만큼, 배송 과정에서 배송이 1~2일 지연될 경우 제품이 상하는 등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강풍과 폭우 등 천재지변으로 인한 물품 파손에도 택배기사들이 면책 사유를 인정받기는 쉽지 않다. 제품 배송 단계에서 손상이 발생할 경우 소비자 민원은 고스란히 택배기사들의 몫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강민욱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택배노동조합 교육선전국장은 “추석 특수기에 태풍이 맞물리면서 당일 배송물량을 처리하지 못하면 다음날 처리할 물량이 두배가 되기 때문에 강풍과 폭우에도 무리한 배송을 강행할 수밖에 없다”면서 “과로로 인한 문제나 재해로 인해 파손된 물품에 대한 처리방안 등에 대해서 법제도적 장치가 전무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