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인력난 조선업계, '인력 유출' 전쟁...조선 4사, 현대重 공정위에 신고

2022-08-30 13:31

조선업계가 극심한 인력난을 겪고 있는 가운데 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대한조선·케이조선 등 조선 4사와 현대중공업그룹 간에 인력유출을 두고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조선 4사는 "현대중공업 계열 3사(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 이하 현대중공업 계열 3사)가 부당한 방법으로 자사의 기술 인력을 유인·채용해 사업활동을 방해하고 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고 30일 밝혔다.
 
조선 4사 중 일부는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한 신고서에서 현대중공업 계열 3사가 각사 주력 분야의 핵심인력 다수에 직접 접촉해 이직을 제안했으며, 통상적인 보수 이상의 과다한 이익을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일부 인력에 대해서는 서류전형을 면제하는 채용 절차상 특혜까지 제공하는 등 부당한 방식으로 인력을 대거 유인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로 인해 신고 회사들이 진행 중인 프로젝트의 공정 및 품질 관리에 차질을 야기해 직접적인 피해를 주었을 뿐 아니라 향후 수주 경쟁까지 크게 제한하는 등 공정거래법에서 금지하는 사업활동방해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이 조선 4사의 설명이다.
 
조선 4사 측은 “현대중공업 계열 3사는 특히 조선업 전반에 수주가 크게 늘어나는 시기,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이 무산된 시점에 맞춰 시장점유율을 단시간에 장악할 목적으로, 올해 들어 집중적으로 경력직을 유인·채용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했다.
 
이들에 따르면 올해 들어 현대중공업 계열 3사로 유출된 인력 규모가 70여 명에 이를 정도이며, 이들 대부분이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 및 부유식액화설비(FLNG)·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FPSO) 분야의 핵심 실무 인력이다.
 
조선 4사 측은 "인력 육성을 위한 투자 대신 경쟁사의 숙련된 인력을 부당하게 유인해 간다면, 공정한 시장 경쟁이 저해될 뿐 아니라 결국은 한국의 조선해양산업 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것"이라며 "자정 기능이 속히 회복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현대중공업 측은 전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당사는 타사에서 부당하게 인력을 빼온 적이 없으며, 경력직 채용은 통상적인 공개 채용절차에 따라 모든 지원자가 동등한 조건으로 진행됐다”며 “공정위로부터 의결서를 받으면 절차에 따라 적극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선업계가 인력 유출을 두고 극심한 마찰을 빚은 이유는 극심한 인력난에 더해,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 합병 무산 △삼성중공업의 장기 적자 △저조한 임금 인상률 등이 더해진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인력은 충원되지 않는 상황에서 저조한 임금인상률을 이직을 통해 해결하는 직원들이 늘면서 이 같은 상황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특히 상대적으로 자금사정이 좋은 현대중공업 계열로 연구직 등 직원들이 몰리는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는 연말까지 최소 1만 명 이상의 노동자가 충원돼야 정상적인 조업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인력 충원과 관련한 해법이 없는 가운데 국내 조선업계간의 인력 쟁탈전은 자칫 원자재 가격 인상,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동자 파업에 이은 또 다른 대형 악재가 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처우가 좋은 회사로 이직을 하는 게 공정위에 신고할 사항인지에 대해서는 갑론을박이 있다"며 "결국 사람은 필요하고, 돈은 더 주기 힘든 조선업계의 현실이 동종업계간 싸움으로 확대됐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