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기후변화, 자연은 인간 용서 안해…ESG 경영은 되돌릴 수 없는 큰 흐름"(종합)

2022-08-30 00:08
대한상의, 네이처誌와 '글로벌 ESG 포럼' 첫 동시 개최
반 전 총장, 지속가능 발전 주제 첫 번째 기조 강연 맡아
세계적인 석학·기업인 등 100여 명…55개국 1000여 명 참석

“제가 퇴임 후 로마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 기후변화에 대해 환담을 했습니다. 그때 교황께서 저한테 이렇게 말했습니다. 신은 어떤 경우에도 어떤 사람도 용서를 합니다. 인간 사회는 기분이 좋으면 때때로 용서한다. 그러나 늘 용서하는 건 아니다. 자연은 절대 용서 안 한다. 아주 정신이 번쩍 드는 이야기입니다.”

반기문 전(前) UN 사무총장은 29일  대한상공회의소와 국제ESG협회, 고려대 ESG연구센터가 공동 주관하고 LG가 후원하는 ‘2022 글로벌 ESG 포럼’에서 ‘ESG와 지속가능발전’을 주제로 한 첫 번째 기조강연에서 “기업의 ESG 경영은 되돌릴 수 없는 큰 흐름”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반 전 총장은 “ESG는 한때 유행이 아니다”라면서 “그 첫째 이유로, 유엔의 책임투자원칙 거기에 기반한 ESG 투자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2020년에 글로벌 금융기관에 ESG 운영자산이 우리나라의 GDP 1.3조 달러의 25배인 45조에 달했고, 2030년에는 글로벌 전체 운용자산의 95%가 ESG 투자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이어 “기후변화가 위기를 넘어서서 이제는 재앙으로 현실화되고 있고, 따라서 가장 책임이 큰 기업에 대해서도 강도 높은 기업 기후 대응 경영을 요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29일 서울 중구 상의회관에서 열린 '2022 글로벌 ESG 포럼'에서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이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대한상공회의소]

두 번째 기조 강연자로 나선 박준성 ㈜LG ESG팀장(전무)은 LG의 ESG 비전을 공유했다. 그는 “LG의 경우 ESG가 재무적 가치를 훼손하지 않고 오히려 기업의 가치가 최대화되도록 이끌고 있다”며 “궁극적인 목표는 지속가능한 미래”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LG는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기 위해 향후 5년간 미래 세대와 공존하는 지속가능한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클린테크(Clean Tech)’ 관련 사업을 적극 육성하고 관련 분야에 2조원 이상을 투자하기로 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ESG 경영이 필수로 자리잡으면서 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비재무적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계열사별로 사업 특성에 맞춘 RE100 전환, 탄소중립 등 친환경 목표를 설정하고 실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지막 기조강연자인 아머 아멜자데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는 ‘자본시장에서 ESG의 역할 -최근의 발전과 미래’를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자본시장에서 ESG는 ‘리스크 관리’에서 ‘영향 측정’으로 발전할 것”이라며 “향후 ESG 정보를 활용하는 데 있어서 주주활동, 포지티브 스크리닝 그리고 자산운용 프로세스 내 ESG요소 통합이 투자자들에게 더 중요하게 고려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경제 구조를 재설정하는 데 있어서 많은 투자비용이 필요하지만 기업의 미래와 인류의 미래를 위해서는 피할 수 없는 과제”라고 강조했다. 

 

29일 서울 중구 상의회관에서 열린 '2022 글로벌 ESG 포럼'에서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이 환영사를 하고 있다. [사진=대한상의]

글로벌 ESG 포럼 공동대회장인 옥용식 고려대 교수는 개회사를 통해 “한국기업들은 ESG 관련 기존 규칙을 단순히 따르는 수동적 입장에서 벗어나, 새로운 규칙을 제정하는 데 좀 더 적극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포럼은 ESG 관련 글로벌 석학과 실무자 그룹으로 구성된 글로벌 지식 네트워크를 구축해 ESG 시대에 한국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ESG경영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집단지성의 기초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환영사를 통해 “ESG에 대한 여러 비판적인 시각에도 불구하고 ESG가 ‘우리 기업이 가야만 하는 길’이라는 것은 분명하다”며 “우리 기업들도 기후나 환경과 같은 사회문제 해결을 단순히 ‘비용’이나 ‘부담’으로 여기지 말고 신기술 개발과 신산업 진출의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로 활용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이방수 LG에너지솔루션 사장도 축사를 통해 “환경과 사회, 경제 생태계를 지속가능하게 만들려는 노력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이며 이 과정에서 기업의 역할도 점차 강조되고 있다”며 “ESG 경영은 기업의 회복탄력성을 높이고, 이해관계자와 긍정적 관계를 형성하며 위기를 기회로 바꿔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어나가는 혁신과 도전을 견인하는 수단”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포럼은 이날부터 오는 31일까지 총 3일간의 일정으로 △ESG 전반 △기후변화·생물다양성 △폐기물·플라스틱 △탄소중립·에너지·그린수소 경제 등 18개 세션을 다루고, 행사 둘째 날인 30일에는 네이처(Nature) 포럼과 동시에 진행될 예정이다. ESG에 대한 높은 관심으로 세계적인 석학 100여 명을 포함 전문가, 기업인 등 총 55개국 1000여 명이 참석했다.

네이처 포럼은 ‘ESG 중의 E(환경)와 지속가능한 비즈니스’를 주제로 토드 코트 미국 예일대 교수, 에미 마이어스 제프 미국 에너지경제협회장, 이승환 ㈜LG ESG팀 총괄책임, 이재혁 국제ESG협회 공동회장이 주요 연사로 참여할 예정이다. 마지막 날에는 폐기물·플라스틱 등과 관련된 ESG 경영에 대해서 논의할 계획이다.

윤철민 대한상의 ESG경영실장은 “오늘 시작된 글로벌 ESG 포럼은 세계 최고 권위 학술지인 네이처와 ESG 포럼을 동시에 처음 개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한국의 ESG 연구성과와 국내 기업들의 ESG경영 실천 노력을 해외에 널리 알릴 기회”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