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 먹고 쑥쑥… 원조 뛰어넘은 청출어람 스타트업 '주목'

2022-08-30 07:00
자본 한계 아이디어로 극복한 스타트업 강세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유통, 물류, 숙박 분야에서 스타트업의 성장세가 무섭다. 새로운 트렌드에 따라 과감하게 비즈니스를 피보팅하거나 소비자들의 다양한 니즈를 고려해 창의적인 서비스를 선보인 기업들이 알짜 기업으로 올라서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유통 관련 사업을 운영하는 스타트업들도 소비자 니즈를 충족시킨 서비스와 제품을 대거 선보여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중소형 지역 마트 O2O 플랫폼 ‘맘마먹자’를 운영하는 더맘마는 지난해 창고형 와인숍 브랜드 '와인팩토리'를 맘마마트 천안점에 오픈했다. 와인팩토리는 350평(1150㎡)에 이르는 대규모 창고형 와인 판매점이다. 다양한 와인과 와인 안주를 판매하고 있다.

특히 스마트오더 서비스를 통해 소비자가 와인을 미리 구입하고 매장에서 픽업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 가장 큰 차별점이다. 이 밖에도 와인팩토리에는 더맘마가 자체 개발한 판매시점관리시스템(POS) 연동 전자가격표시기(ESL)도 적용돼 있다. 
 

식문화 이커머스 스타트업 페어링컴퍼니의 플랫폼 렛츠와인 [사진=렛츠와인]

식문화 이커머스 스타트업 페어링컴퍼니는 와인&라이프스타일 이커머스 플랫폼 ‘렛츠와인’을 운영하고 있다. 렛츠와인은 트렁크오더(Trunk Order)라는 차별화된 와인 구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트렁크오더는 프랑스 남서부 보르도 그랑크뤼 와인부터 미국에서 소량 생산되는 컬트 와인까지 와인 애호가들의 소장 욕구를 자극하는 프리미엄 와인들을 선별해 제공하는 서비스다.

페어링컴퍼니는 수십 년 경력의 주류 판매자와 상호 협력해 최고의 와인을 선정한다. 고객들은 이렇게 선정된 와인을 렛츠와인에서 사전 예약하면 전 세계 출시일에 맞춰 구매할 수 있다.

기술과 아이디어 하나만으로 대규모 자본과 시장의 진입장벽을 뛰어넘는 물류 스타트업도 있다. 장보기 슈퍼앱 ‘패스켓’은 지역 기반 커머스 플랫폼으로 도심형 물류시설인 마이크로 풀필먼트센터(MFC)를 기반으로 온·오프라인 판매자의 상품을 고객에게 전달하는 하이퍼커넥트 서비스다.

고객이 플랫폼을 통해 동네 혹은 전국 유명 상품까지 장바구니에 담으면 도심 ‘밀크런’ 시스템을 통해 한번에 배달한다. 현재 약 1000개 상품이 등록돼 있고, 주문과 동시에 출고돼 주문 이후 평균 1시간 이내에 상품을 받을 수 있다.

패스켓은 지난 5월 본격적인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석 달 만에 가입 회원이 5000명을 넘어섰다. 특히 이용 고객 만족도가 높은 편이며 재주문율이 약 70%에 달하고 있다.

브이투브이의 물류배송 서비스 ‘투데이(today)’는 ‘대중물류망’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했다. 대중물류망은 정해진 노선을 순환하며 차량 간 환승을 통해 사람을 출발지에서 목적지로 이동시키는 대중교통과 같다. 한마디로 정해진 노선을 운행하는 배송 차량을 이용해 상품을 배송하는 도심형 네트워크 배송 기술을 뜻한다. 

실제 투데이는 대중물류망이 구축된 지역에서 모든 물품을 빠르면 3시간, 늦어도 당일 내에 목적지로 배송한다.

투데이 당일배송 서비스는 기술력을 인정받아 국토교통부가 실시하는 ‘2022 디지털 물류 서비스 실증 지원 사업’에 참여 기업으로 선정됐다. 특히 국책 연구 사업으로 인천시와 함께 송도 국제도시에서 당일배송을 통한 물류 혁신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추후 인천시와 서울시 전역으로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스마트 물류센터를 운영하는 스타트업 파스토(FASSTO)도 최근 기술력과 시장 경쟁력을 인정받아 유안타인베스트먼트에서 150억원 추가 투자를 유치하면서 시리즈C 투자라운드를 950억원 규모로 마무리했다. 

파스토는 자체 구축한 AI와 빅데이터 기반 풀필먼트 시스템, 물류센터 제어시스템 등을 갖춘 물류 플랫폼 스타트업이다. 풀필먼트 기업 중 유일하게 파스토의 용인1센터가 지난해 국토교통부 제1호 스마트 물류센터 1등급 인증을 받았고 용인2센터도 1등급 인증을 받았다.

숙박·여행업계도 옥석 가리기가 극명해지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세에 등장한 숙박·여행 스타트업들은 투자 빙하기 속에서도 역대 최고 실적을 찍으며 고공 행진 중이다.

특히 새로운 여행 트렌드에 따라 주요 사업 무대를 국내로 선회한 기업들이 알짜 기업으로 올라서고 있다. 투자 빙하기 속에서도 역대 최고 실적을 찍으며 고공 행진 중인 곳으로 지냄, 트래블메이커스, 마이리얼트립이 있다.
 

[사진=지냄]

중소형부터 최고급 호텔에 이르기까지 국내 숙박시설 전반을 다루는 ‘지냄’의 올해 상반기(2022년 1~6월) 매출은 지난해 전체 매출액 대비 352% 이상 증가했다. 

이는 작년 상반기 매출과 비교 시 약 15배(1390%)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특히 상반기 영업이익률 30%를 넘기며 코로나 한파 속 수익과 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냄의 상반기 매출은 부동산 개발·운영 직영사업 ‘더리프’와 생활형 숙박 관리·운영 브랜드 ‘와이컬렉션’이 견인했다. 전 객실에 자쿠지와 스파 시설을 갖춘 하이엔드 호텔 브랜드 더리프는 스몰럭셔리,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추구하는 MZ세대들에게 감성 호텔로 알려지며 높은 예약률을 기록 중이다.

실제 명동 1호점은 누적 객실 점유율이 95%에 달하며, 자산 투자가치를 평가하는 내부수익률(IRR)도 37%를 기록해 상업용 부동산 상품으로서 가치를 입증했다.

부산 해운대 랜드마크 ‘엘시티 더 레지던스’에 론칭한 생활형 숙박 브랜드 ‘와이컬렉션’도 생활형 숙박시설에서는 경험하기 힘든 최고급 호텔식 버틀러(집사)와 컨시어지 서비스로 일반 고객은 물론 기업 시장에서도 최고급 휴양지 겸 워케이션 장소로 눈길을 끌고 있다.

지냄은 연내 부산을 기점으로 생활형 숙박시설 위탁운영 사업인 와이컬렉션을 공격적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트래블테크 스타트업 트래블메이커스는 코로나19로 여행이 불가능한 상황을 역으로 활용해 호텔에 6박 이상 장기 거주할 수 있는 ‘롱스테이’라는 새로운 여행 문화를 선도하고 있다.

트래블메이커스는 호텔 한 달 살기 플랫폼인 ‘호텔에삶’을 통해 지난해 매출액 40억원, 영업이익 2억2000만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전년 대비 4176% 증가했으며, 영업이익도 흑자 전환했다. 대형 여행사는 물론 다른 트래블테크 스타트업 매출액이 쪼그라들거나 영업적자를 기록한 것과 대조적이다.

트래블메이커스는 당초 해외 현지 전문가가 기획한 여행을 소비자와 연결해주는 플랫폼이었으나 코로나19 여파로 하늘길이 막히자 서비스 방향을 선회해 ‘최소요건제품(MVP)'으로 ‘호텔에삶’을 내놨다.

이 서비스는 호텔에 단기 거주하려는 호캉스 수요와 임직원 복지, 리모트 워크 등 기업 고객 수요를 동시에 충족시키며 이용률이 빠르게 증가했고, 비즈니스 가능성을 본 트래블메이커는 호텔에삶 플랫폼을 재작년 11월 정식 론칭했다.

트래블메이커스는 지난 5월 펄어비스, 굿닥 투자 VC인 마젤란기술투자와 신용보증기금 공동 투자로 10억원 규모 프리 시리즈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또 올해 말까지 국내 70여 개 추가 호텔 입점을 계획하고 있으며, 베트남, 일본 등 해외로 롱스테이 서비스를 확대하고 B2B 제휴를 통해 매출액 200억원을 목표하고 있다.

마이리얼트립은 코로나 기간 몸집이 두 배가량 늘어나 7000억원대 기업 가치를 평가받았다. 지난 6월 거래액은 약 640억원으로 코로나19 이전 역대 최고액을 기록했던 2020년 1월(약 520억원)보다 18.7% 성장했다. 직원 수는 250여 명으로 약 두 배 늘었다.

줄곧 해외여행에만 집중해 온 마이리얼트립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영업 활동에 제동이 걸리자 사업모델을 국내 제주 상품으로 개편해 위기를 넘겼다. 여기에 값보다 질에 집중해 고급 숙소와 다양한 여행 콘텐츠를 제공한 전략도 주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