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예대금리차 비교 공시, 금리 담합 우려 살펴야

2022-08-27 09:00

서울 시내에 설최된 주요 은행들의 현금인출기. [사진=연합뉴스]

지난 22일,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은행권 예대금리차 비교 공시제도가 첫발을 내디뎠다. 은행별 홈페이지에 공시되던 예대금리차를 은행연합회 홈페이지에서 한눈에 볼 수 있는 게 골자다. 공시 주기도 3개월에서 1개월로 대폭 줄었고, 신용평가사(CB)의 신용점수를 50점 단위로 나눠 공시해 은행별 대출금리를 직관적으로 비교할 수 있게 했다. 예금금리도 기본금리와 최고 우대금리, 전월 취급액 기준 평균 금리를 각각 공시한다.

예대금리차란 평균 대출금리에서 저축성 수신금리를 뺀 값이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은행이 금리 인상기에 예금금리보다 대출금리를 더 빨리 올려 과도한 ‘이자 장사’를 한다고 보고, 당선 이후 예대금리차 공시 제도 도입을 추진했다. 이를 통해 은행 간 금리 경쟁을 유도, 소비자들의 선택권이 넓어질 것이란 기대가 깔려 있다. 은행권은 정부가 시장의 가격(금리) 결정에 과도하게 개입한다는 비판을 제기하기도 했다.
 
새 정부의 노림수는 어느 정도 통한 모양새다. 예대금리차 1위 은행으로 찍히지 않으려는 은행권은 경쟁적으로 대출금리를 낮추고 예금금리는 올리고 있다. 올해와 같은 금리 인상기에 이례적인 모습이다. 시중은행 예대금리차 1위, 인터넷전문은행 예대금리차 1위를 각각 차지한 신한은행과 토스뱅크는 각 사의 사정을 설명하는 설명자료를 배포하기도 했다. 신한은행은 대출금리가 높은 서민 대출상품을 다른 은행보다 많이 취급한 결과라고 해명했고, 토스뱅크는 이번 공시제도가 중저신용자 대출 취급 비중이 높은 은행이 불리한 구조라고 호소했다.
 
당분간 은행권의 눈치 싸움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관건은 그 이후다. 은행권이 경쟁하는 과정에서 금리 담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예대금리를 적정 수준으로 맞추는 과정에서 타행의 금리 수준을 의식하다 보면 은행권 금리가 특정 구간에 수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신규 사업자 진입이 사실상 불가능한 은행권에서 이 같은 불공정행위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한다. 금융당국은 담합 같은 불공정행위가 있는지 모니터링과 예방조치를 강화하고, 적발 시 엄격히 제재해야 한다.
 
또한 특정 금융회사의 예대금리가 높다고 해서 비난하거나 불이익을 주어서도 안 된다. 금리는 시장원리에 따라 결정되는 게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예대금리차를 줄이기 위해 은행권이 수신금리를 올리면 자금 조달 비용이 증가해 대출금리가 오히려 더 오를 것이란 지적도 나오는데, 이에 대한 관리·감독도 필요하다.
 
금융당국은 앞으로도 금융권 금리 경쟁을 촉진하겠다고 강조했다. 금리 인상 속도가 완만한 신잔액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대출을 활성화하고, 제2금융권으로 예대금리차 비교 공시를 확대하는 등의 추가 대책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금융소비자의 원리금 상환 부담을 완화하면서도 시장 개입은 최소화하는 묘수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