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은 총재 "당분간 0.25%p씩 인상…빅스텝은 고려 안해"
2022-08-25 15:23
이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정례회의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당분간 물가 중심으로 통화정책을 운용하고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당분간 25bp(1bp=0.01%포인트)씩 인상하겠다는 것이 기조"라면서 "(빅 스텝은) 충격이 오면 원칙적으로 고려할 수 있지만 지금 상황으로는 고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당분간'은 통상적으로 '3개월'을 의미한다. 지난 1년간 기준금리를 2%포인트 올린 만큼 그 영향을 살펴보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9월 기준금리 결정, 10월 말 중국 전당대회, 11월 인도네시아 G20 정상회의, 유럽의 겨울 에너지(가스·석유) 가격 변동 등 향후 3개월간 리스크 요인을 고려해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하겠다는 설명이다.
이 총재는 연말 기준금리를 2.75∼3.00% 수준으로 보는 시장의 기대에 대해서는 "합리적"이라고 평가했다. 이 총재는 "현재는 불확실성이 워낙 큰 상황이라서 3개월 이후 기조에 대해 지금 언급하는 것은 오히려 시장에 혼선을 줄 수 있다"면서 "연말이나 돼야 내년 정책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연말 이후 기준금리를 안 올릴 것이라고 예상한 투자자가 있다면 자기 책임하에 손실이나 이익을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물가 정점은 지난달 예상했던 '3분기 말∼4분기 초'보다는 다소 앞당겨질 것으로 내다봤지만 물가 정점을 찍는 것이 물가 안정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지난 2개월여 동안 국제유가가 큰 폭으로 하락해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7월보다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다만 "물가 상승 정점이 3분기 말보다 당겨질 수 있겠지만 물가 정점을 통과한다고 해서 곧바로 물가가 안정될 것으로 보는 것은 곤란하다"면서 "올 하반기 물가 상승률이 5.9% 정도 유지될 것으로 보고 정점 상관없이 당분간 물가 중심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 하방 위험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 총재는 "성장 측면에서는 경기 하방 위험이 증대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 사태, 미국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기 때문에 대외 여건 전개 상황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스태그플레이션(물가 상승 속 경기 침체) 우려에 대해선 부정적인 의견을 드러냈다. 이 총재는 "내년 성장률 2.1%를 달성한다면 이는 긍정적인 것"이라면서 "성장률이 2%대를 유지하면 잠재성장률을 웃돌기 때문에 스태그플레이션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