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총리 "남성 간 성관계 처벌 법안 폐지할 것"

2022-08-22 07:38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 [사진=AP·연합뉴스]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가 남성 간 성관계를 처벌하는 형법 377A조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21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리 총리는 이날 국경절 기념 연설에서 “나는 이것이 옳은 일이며 싱가포르인 대부분이 이제는 받아들일 것이라고 믿는다”며 형법 377A조를 폐지하겠다고 말했다.
 
싱가포르에서는 형법 377A조에 따라 남성 간 성관계의 경우 최대 2년에 달하는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지난 수십 년간 상호 동의에 따라 이뤄진 성인 남성 간 성관계에 대해 유죄 판결을 내린 적은 없다. 해당 법에는 여성 간 성관계를 처벌하는 내용 등은 담겨 있지 않다.
 
리 총리는 남성 간 성관계를 비범죄화하겠지만, 결혼은 남성과 여성 간에 이뤄진다는 법적 정의를 변경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그는 싱가포르 사회, 특히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게이를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자리 잡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CNBC는 해당 법안이 언제 폐기될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고 전했다.
 
최근 아시아에서는 성소수자(LGBTQ)에 대한 차별을 끝내려는 움직임들이 나타나고 있다. 인도는 지난 2018년에 과거 식민지 시대 도입된 동성애 금지령을 철회했다. 태국은 동성 간 결합을 인정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다. 해당 법안이 통과하면 동남아에서 처음으로 동성 커플 간 각종 권리를 법적으로 보장하는 나라가 나오게 된다.
 
그간 싱가포르에서는 성소수자들이 형법 377A조를 폐지하기 위해 법적 문제를 제기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올해 2월 싱가포르 최고 법원은 해당 법이 사실상 시행되고 있지 않은 점에 비춰 원고들의 주장과 달리 헌법상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리 총리는 이슬람교도, 가톨릭교도, 일부 개신교도 등 특정 종교 집단이 해당 법을 폐지하는 데 반감이 있다고 말했다. 싱가포르의 550만명에 달하는 인구 가운데 약 16%가 이슬람교도다. 
 
리 총리는 전통적인 결혼의 중요성은 강조했다. 그는 “결혼은 남자와 여자 사이에서 이뤄져야 하며, 아이들은 그런 가정에서 자라야 한다"며 "전통적인 가족이 사회를 형성해야 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