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닻 올린 HMM 매각] CB·BW 주식 전환 땐 몸값 9조 육박···매각 뒤흔들 최대 변수

2022-08-22 05:00

윤석열 정부 정권 초기 공식화된 HMM 매각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는 역시 몸값으로 꼽힌다. 다만 다른 인수·합병(M&A) 거래보다 몸값을 뒤흔들 변수가 훨씬 많다는 점이 눈에 띈다.

이 중 가장 큰 변수로 KDB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가 보유한 영구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꼽을 수 있다. 내년부터 2025년까지 모든 CB·BW 물량을 전부 주식으로 전환한다면 현재 40.65% 수준인 정책금융기관 보유 지분율은 71%를 넘어서게 된다. 이에 따라 HMM 몸값은 현재 5조원 수준에서 9조원 가까이로 급등할 수 있다.

21일 해운·M&A 업계에 따르면 현재 HMM 몸값(정책금융기관 보유 지분)을 산정하기가 간단하지 않은 상황이다.

물론 단순히 보면 방법이 없지는 않다. 상장사인 HMM 몸값을 주식시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는 시각에서다. 산은과 해진공이 보유한 HMM 지분 1억9879만156주(지분율 40.65%)를 지난 19일 주식시장 종가 2만3250원에 단순 대입해 4조6219억원을 몸값 기준으로 삼는 방식이다.

문제는 이 같은 주식시장에서 평가된 가치가 조만간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이다. 산은과 해진공이 보유한 CB·BW 물량이 2조6800억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HMM은 2017~2020년 대규모 CB·BW를 산은과 해진공을 상대로 발행했다. 이는 HMM 경영이 악화된 탓에 자본 시장에서 단독으로 자금 조달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이에 국책금융기관들은 HMM에 부족한 유동성을 공급하고 자본 확충을 지원하기 위해 해당 CB·BW를 인수했다.

해당 CB의 조건은 모두 비슷하게 설정돼 있다. 만기는 30년 정도로 길지만 발행 후 5년까지는 3%, 6년부터 6%로 이자율이 뛰어오르는 스텝업 조항이 있다. 추가로 7년 차 이후부터는 직전 연도 이율에 매년 0.25% 이자율이 가산돼 최대 10%까지 급등하게 되는 구조다.

최대 10% 수준인 이자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HMM은 CB에 대한 조기 상환(콜옵션)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 같은 조기상 환 요청이 행사됐을 때 정책금융기관은 해당 CB를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주식 전환권을 행사할 수 있다.

주식 전환권이 행사되지 않는다면 HMM과 아시아나항공은 CB로 조달한 자금을 상환해야 하지만 주식 전환권이 행사된다면 이를 상환하지 않아도 된다. 또 정책금융기관도 해당 자금을 주식으로 전환해 주가 차이에 따른 평가이익을 확보할 수 있다. 따라서 주식 전환권 행사를 기업과 정책금융기관 간 '윈윈'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문제는 정책금융기관의 주식 전환권으로 주식시장에서 HMM 가치가 급격히 변화한다는 점이다. HMM은 지난 6월 말 기준 나머지 CB·BW 6건 모두 주식으로 전환된다면 5억3600만주(발행 시점에서 세부 변동 가능)가 발행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현재 HMM 주식 총수 4억8903만9496주보다 훨씬 많은 수준이다.

이렇게 된다면 산은과 해양진흥공사가 보유한 HMM 주식 물량은 현재 1억9879만156주에서 산술적으로 7억3479만0156주(71.68%)로 급격히 늘어난다. 이에 따라 HMM 새 주인이 지불해야 할 몸값도 크게 뛰어오르게 된다.
 

*향후 변동 가능 [자료=HMM]

물론 신주 발행으로 주가가 하락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이 그나마 몸값 급등을 억제해준다. 신주 발행에 따른 주가 하락이 어느 정도 수준일지 정확히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HMM의 본질적인 가치가 변하지 않는다면 시가총액 자체는 지금과 유사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1년 동안 HMM 시가총액은 11조~16조원 수준을 기록했다.

비교 편의를 위해 지난 19일 종가에 따른 시가총액인 113702억원을 기준으로 추산할 때 CB·BW 물량이 모두 주식으로 전환된 이후 정책금융기관이 보유하게 되는 지분율 71.68% 가치는 산술적으로 8조1500억원을 넘어서게 된다. 현재 주식시장에서 정책금융기관 보유 지분 가치 기준인 4조6219억원에 비해 3조5000억원 이상 몸값이 뛰게 되는 셈이다.

관련 업계는 이를 단순히 추산으로만 생각할 수는 없다고 주장한다. 실제 지난해 6월과 10월 두 차례 총 9000억원의 CB를 주식으로 전환한 결과 지난해 3월 말까지 5514만3147주(15.98%) 수준이었던 정책금융기관 보유 지분이 1억9879만156주로 3배 이상 늘었다.

이에 정책금융기관이 보유한 지분 가치도 지난해 3월 말 종가 2만9000원 기준 1조60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됐으나 현재 2만3250원으로 주가가 떨어졌음에도 4조6219억원 수준으로 3조원 이상 늘어나는 일이 현실화했다. 즉 지난해 하반기에도 CB의 주식 전환으로 정책금융기관 보유 지분 가치를 크게 늘렸기에 앞으로도 이 같은 일이 반복될 수 있다는 점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지난해 하반기 정책금융기관의 성급한 주식 전환 결정이 매각을 가로막는 허들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HMM 몸값이 너무 높아져 원매자를 찾기가 더욱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앞서 정책금융기관 보유 지분이 많지 않을 때에도 매각하기가 쉽지 않았는데 이제는 몸값 규모가 더욱 커진 탓에 더욱 어려워졌다는 진단이다.

M&A 업계 관계자는 "결국 매각해야 하는 시점에서 살펴보면 CB의 주식 전환이 매각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는 셈"이라며 "내년부터 HMM이 콜옵션을 청구하더라도 주식 전환권 행사에 매우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