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동금리부채 리스크] 이자 빚 15조에 짓눌리는 항공·해운사

2022-08-18 05:00
하반기에만 금리 1%포인트 인상 현실화
타산업보다 타격 커 모니터링 필요

올해 하반기에도 금리 인상이 급격히 진행되면서 대규모 변동금리부채를 떠안고 있는 기업들이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산업권 가운데서 구조적으로 변동금리부채가 많은 항공과 해운산업의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대형 항공·해운사가 올해 15조원 규모의 변동금리부채로 어려움에 처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는 지난달에 이어 올해 하반기 기준금리가 급격히 인상돼 이자 비용이 늘어날 것이라는 시각에서다.

국내 기준금리는 지난해 5월 0.5% 수준까지 떨어졌으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점차 급박하게 상승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달에는 금융통화위원회 사상 처음으로 금리를 단 번에 50bp(1bp=0.01%포인트)를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한 결과 2.25%까지 금리가 올랐다.

그러나 같은 달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한꺼번에 75bp 올리는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하면서 국내보다 높은 2.5%까지 기준금리를 끌어올렸다. 국내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낮을 경우 해외 투자자들이 국내 시장을 이탈할 우려가 있는 점 등을 감안하면 조만간 국내 기준금리도 2.75%까지 인상될 것이라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 경우 올 하반기에만 금리 1% 인상이 현실화되는 것이다.
 

[그래픽=아주경제 인포그래픽팀]

이 같은 금리 급등으로 변동금리부채가 많은 기업들은 당장 이자 비용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기업의 부채는 시중금리에 영향을 받는 변동금리부채와 영향을 받지 않는 고정금리부채로 나눌 수 있는데, 변동금리부채가 많을 경우 금리 인상기에 대규모 이자 부담을 피할 수 없다.

실제 국내 산업계에서는 변동금리부채가 많은 항공사와 해운사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지난 6월 말 기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대형 항공사의 변동금리부채는 7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해 말 기준 대형 해운사의 변동금리부채도 8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업계 상위권 대형사만 하더라도 15조원이 넘는 변동금리부채로 이자 부담을 걱정해야하는 셈이다. 실제 지난 6월 말 기준 금리가 100bp 상승하면 대한항공은 470억원, 아시아나항공은 250억원 이자비용이 늘어난다고 밝혔다. 현재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한 저비용항공사(LCC)들도 1억~5억원 안팎의 이자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지난해 말 기준 금리가 100bp 상승 시 SK해운은 314억원, HMM은 226억원 수익성이 줄어들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팬오션, 폴라리스쉬핑, 대한해운 등도 100억원 이상의 수익성 감소가 예상된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 글로벌 경제 성장 둔화와 금리 상승 기조로 국내 기업의 이자 비용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항공·해운 등 기업은 변동금리부채가 많아 다른 산업부문보다 타격이 클 것으로 보여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래픽=아주경제 인포그래픽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