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특사]윤 대통령, 취임 후 첫 특별사면 단행...그 면면을 살펴보자

2022-08-13 12:00
이재용 복권·신동빈 사면…이명박·김경수 등 정치인 제외

윤석열 대통령(가운데)이 12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임시 국무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8·15 광복절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사면권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으로, 윤 대통령이 이를 행사한 것은 취임 후 이번이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경제살리기'를 강조하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다수의 경제인들을 사면했다. 관심을 모았던 이명박 전 대통령과 김경수 전 경남지사 등 정치인들은 사면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전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임시 국무회의를 주재해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가 심사해 상정한 광복절 특별 사면안을 의결했다. 

윤 대통령은 "이번 사면을 통해 장기간 지속된 코로나로 어려운 서민들의 민생을 안정시키고, 중소기업인과 소상공인을 비롯해서 서민과 우리 사회의 약자들이 재기할 수 있도록 기회와 희망을 드리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어 "사면의 대상과 범위는 어려운 경제를 극복하기 위해 각계의 의견을 넓게 수렴해서 신중하게 결정했다"며 "이번 특별사면으로 국민 모두가 힘을 모아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희망했다.
 
그러면서 "정부도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공공부문의 긴축과 지출 구조조정, 그리고 이를 통해서 만들어진 재정 여력으로 우리 사회의 약자들에게 우선적으로 두텁게 지원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2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윤석열 정부 첫 특별사면인 '8·15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자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이재용 복권·신동빈 사면…이명박·김경수 등 정치인은 제외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사면 관련 브리핑을 열고, 서민생계형 형사범·주요 경제인·노사관계자·특별배려 수형자 등 1693명을 이달 15일 자로 특별사면·감형·복권 조치한다고 밝혔다.
 
한 장관은 "범국가적 위기 극복이 절실한 상황을 고려해 주요 경제인에게 경제발전에 동참할 기회를 줘 (사면) 효과를 극대화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주요 경제인에는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유죄 판결로 징역 2년 6개월 형을 확정받고 복역했으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5년간 취업이 제한됐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국정농단 사건과 업무상 배임 등으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이 포함됐다.
 
회삿돈으로 상습 해외도박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가 2016년 징역 3년 6개월 확정 판결을 받았고 2018년 가석방된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 계열사 부당지원 등으로 지난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확정 판결을 받은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도 이름을 올렸다.
 
또한 조상수 전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위원장, 허권 한국노총 상임부위원장, 한영석 현대중공업 대표 등 노사 관계자 8명을 사면했다. 중소기업이나 소규모 자영업을 운영했던 32명도 명단에 들었다.
 
다만 정치인과 공직자는 사면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한 장관은 "현시점에서 우리 사회에 시급하고 중요한 현안이 국민 민생경제라는 점을 고려한 것"이라며 "국민이 힘 모아 경제 위기를 이겨내는 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부연했다.
 
이에 사면이 유력시됐던 이명박 전 대통령은 사면을 받지 못했다. 그는 '다스 자금 횡령'과 '뇌물수수' 등으로 징역 17년과 벌금 130억원을 확정받고 복역하다가 지난 6월 형집행정지로 풀려났다. 함께 사면될 것으로 관측됐던 김경수 전 경남지사는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으로 징역 2년 형이 확정돼 창원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다.
 
이 밖에 정부는 건설업, 자가용화물차·여객운송업, 공인중개업, 생계형 어업인 어업면허·허가, 운전면허 등 행정제재 대상자 총 59만3509명에 대한 특별감면 조치를 함께 시행했다. 모범수 649명도 가석방했다. 여기에는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포함됐다.

광복절 특별사면·복권 대상자에 포함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2일 서울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부당합병 혐의 관련 공판에 출석한 뒤 나와 복권 결정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與野, 특사에 온도차...'정치인 배제'에는 "아쉽다"
 
여야는 이번 특사에 다소 온도차를 드러냈다. 국민의힘은 민생과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환영했으나 더불어민주당은 대기업 총수의 사면은 '특혜'라고 날을 세웠다. 다만 이 전 대통령, 김 전 경남지사 등 정치인 사면이 불발된 것에는 모두 아쉽다는 평가다.
 
박형수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12일 논평에서 "윤 대통령이 국민에게 보내는 경제위기 극복과 민생경제 활성화, 노사 통합 및 사회적 약자 배려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 표명"이라며 "경제위기 극복에 활력소가 되고 사회 통합의 희망이 되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다만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은 "국민통합 차원에서 많은 정치인들이 포함됐으면 하는 바람을 이전에 말씀드렸고 지금도 갖고 있다"며 "제 기준에 못 미쳐서 아쉬운 점이 있다"고 밝혔다. 주 위원장은 과거 이명박 정부에서 특임장관을 지낸 '친이계' 인사로 분류된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이번 특사가 '검찰의 잣대'로 이뤄졌다면서 "아무런 감흥도 없는 밋밋한 실무형 사면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홍 시장은 "사면은 정치의 잣대로 하는 국정 이벤트 행사"라며 "좋은 반전의 기회였는데 안타깝다"고 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국민통합은 온 데 간 데 없고 전례없는 경제인에 대한, 말 그대로 특별한 사면을 해준 경우가 아닌가"라며 "재판이 진행 중인 사람에 대해 선의를 행사하는 사면권 행사 역시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선례를 명분으로 내세운 게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이는 이재용 부회장과 관련된 '제일모직-삼성물산 부당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 분식회계 의혹'에 대한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것을 지적한 것이다.
 
우상호 민주당 비대위원장은 "국민통합을 위해 사면을 할 때 정치인을 포함한 게 관례인데, 이번에 유독 정치인만 제외하는 것이 타당한지 유감"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지난 6월 28일 횡령과 뇌물 등 혐의로 징역 17년을 확정 판결받고 수감된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3개월 형집행정지를 결정했다. 사진은 이 전 대통령의 모습.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