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활동의 정치학] 봉사활동 나서는 與 의원들...김성원 '실언' 논란

2022-08-11 22:17
봉사 활동, 때로는 이미지 쇄신, 때로는 여론 비판

11일 수해 복구 자원봉사를 위해 오전 서울 동작구 사당동을 찾은 권성동 국민의힘(왼쪽) 원내대표가 나경원 전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15년 만에 쏟아진 역대급 폭우로 침수·붕괴 피해가 속출하면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수해 복구 봉사활동에 나섰다. 국민의힘은 11일 서울 동작구 사당동에서 수도권 수해지역 자원봉사 활동을 진행했다.

수해 피해를 입은 현장에 정치인이 찾아가 봉사 활동을 하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정치인들은 봉사 활동을 통해 민심의 현장을 살피고, 이미지 쇄신의 계기로 삼기도 한다.

◆회의까지 마다하고 봉사활동…정책위 세미나 불참한 성일종

자원봉사를 주관한 정희용 의원은 이날 "국민들이 수해로 피해를 입어서 참담하다"고 했다. 수해 복구 봉사 활동 현장에는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 권성동 원내대표, 송언석 원내수석부대표, 성일종 정책위의장, 정 의원 등 50여명의 국민의힘 의원들이 참석했다.

성 의장은 이날 정책위 주최로 하는 세미나에 모두 불참하고 봉사 활동에 매진했다. 이날 성 의장이 참석하기로 예정됐던 세미나는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위원 및 유럽 연합(EU) 집행위 고문 초청' 세미나와 '일본식 문화재체제 60년, 국가유산체제로의 패러다임 전환' 정책토론회다.

당 지도부도 이날 오전 일정을 모두 비우고 봉사 활동 현장에 참석했다.

주 비대위원장은 이날 "국민들에게 다시 한 번 위로 말씀을 드리고 두 번 다시 준비 없는 재해가 일어나지 않도록 저희 국민의힘이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말 흉내만 내지 말고 해 떨어질 때까지 내 집 수해입은 것처럼 최선을 다해 일을 해주길 바란다"라며 "수해를 입은 수재민들의 참담한 심정을 놓치지 말고 장난 치거나 농담하거나 심지어 사진을 찍는 일을 안 해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취재진도 주객전도 되지 않도록 일하는데 방해되지 않도록 과열 취재 하지 않으면 고맙겠다. 하루 끝날 때까지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봉사를 하겠다"라며 "짧은 공지에도 불구하고 우리 국민의힘이 어려움을 당한 국민과 함께 한다는 마음으로 국민 인정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권 원내대표는 "어려울 때 국민과 함께하는 것이 우리 공동체의 오랜 전통이고 정신이다. 이게 바로 민주공화국 정신"이라며 "오늘 하루지만 어려운 이웃분들의 아픔을 느끼면서 제대로 봉사 활동 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그는 "어제 '당정 협의회' 수해 관련 자리에서도 말한 바와 같이 근본적 수해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라며 "서울 도심의 경우 대심도 배수터널 공사 (시기를) 당겨야 한다. 어제 당정 협의회에서 강남 지역 일대의 터널 예산을 마련하라고 정부에 요청했다"라고 밝혔다.

아울러 "동작구를 비롯해 양평군, 여주시 등 이번에 수해를 입은 여러 지역에 빠른 시간 내에 특별재난지역이 선포될 수 있도록 다시 한번 정부에 요청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주호영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가운데)과 권성동 원내대표가 11일 오전 서울 동작구 사당동 남성사계시장에서 수해 복구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치인의 봉사 활동… 때로는 이미지 쇄신, 때로는 비판 직면

지난 2020년에도 유례없는 폭우로 전국 곳곳에 비 피해가 극심하자 여야 주요 인사들이 수해 복구 봉사 활동에 나서기도 했다.

당시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였던 주 비대위원장은 폭우로 피해를 입은 충북 충주·단양에 이어 전남 구례·하동을 잇달아 방문했다.

주 비대위원장은 그 당시 국회에서 예정됐던 회의마저 취소하고 초선 의원들과 함께 전남 구례와 경남 하동에서 봉사 활동을 했다. 유상범 의원은 봉사 활동 이후 "수해의 현장을 눈으로 보니 참혹함을 금치 못했다. 수마가 휩쓸고 지난 자리에는 이재민 분들의 상처만 남아있었다"라며 "조속히 피해 복구가 되도록 간절히 소망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도 당시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충북 음성군 삼성면 대야리 마을을 찾아 수해 복구 활동에 나섰다. 이낙연 전 대표와, 김태년 의원 등은 당시 전당대회 일정을 미루면서까지 수해 복구 현장에 손을 보태기도 했다.

이 전 대표는 "재해·재난 행정이 많이 개선됐으나 복구지원금 지급 기준의 현실화는 아직도 과제인만큼 정부와 협의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봉사 활동이 이미지 쇄신의 계기가 되기도 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봉사 활동을 두고 '보여주기식'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와 의도와는 다른 결과를 가져올 때도 있어서다.

국민의힘의 이날 수해 복구 봉사활동 현장에서도 이 같은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수해 복구 현장에서 나경원 전 의원과 대화를 나누며 웃음을 짓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돼 비판을 받았다.

또 김성원 의원은 자원 봉사 활동 중 "솔직히 비 좀 왔으면 좋겠다. 사진 잘 나오게"라고 말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논란이 일자 김 의원은 입장문을 통해 "엄중한 시기에 경솔하고 사려깊지 못했다"고 사과했다.

김 의원은 "남은 시간 진심을 다해 수해복구 활동에 임할 것이며 수해로 피해를 입은 분들께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며 "제 개인의 순간적인 사려깊지 못함에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지난 2020년 수해 복구 현장에서는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깨끗한 옷과 신발을 신은채 봉사 활동을 하는 모습이 사진에 담겨 '보여주기식' 봉사 활동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이후 당시 김종철 정의당 선임대변인은 입장문을 내고 "다수 시민께서 댓글로 재해 지원 관련 사진을 올리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주셔서 이를 받아들여 사진을 삭제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심 의원의 사진은 복구 활동 초기에 잠깐 찍은 것"이라며 "실제 복구지원 활동에 참여한 당직자들은 복구 활동에 경황이 없어서 심 의원의 이후 복구 지원 사진을 제대로 찍지 못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