父 회사, 가족은행? 子 회사는 내부거래로 연명⋯국세청, KPX그룹 돋보기 검증
2022-09-11 08:02
씨케이엔터프라이즈, 해외 내부거래로 매출 폭증
그룹에서 사실상 최상위지배자로 평가받는 티지인베스트먼트와 씨케이엔터프라이즈 등 KPX의 핵심 관계사들은 그간 일감몰아주기 및 배당금을 이용한 사익편취, 편법 증여 의혹 등 세무조사에서 주요 쟁점이 되는 논란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KPX그룹을 대상으로 진행 중인 세무조사에서 KPX홀딩스와 진양산업 외 핵심 관계사 여러 곳도 조사 대상에 포함시킨 것으로 파악됐다.
우선 양규모 KPX홀딩스 의장 개인회사인 티지인베스트먼트는 계열사들이 배당금을 통해 오너일가에 현금 밀어주기를 일삼는다는 지적이 지속돼 왔다.
부동산임대업을 영위하는 티지인베스트먼트는 2011년 설립된 후 해마다 계열사로부터 5~9억원을 오가는 배당금을 받았다.
설립 후 매출이 5억원 이상을 넘긴 적이 한 번도 없었던 점을 감안하면, 배당금으로 연명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해석이 나온다. 매출이 전혀 없었던 지난 2019년 티지인베스트먼트의 배당금수익은 7억8000만원에 달했다.
티지인베스트먼트의 2019년 매출액은 0원이다. 2017년 107억원에 달하는 토지와 건물을 모두 처분했기 때문이다.
티지인베스트먼트의 2018~2019년 임직원은 1명이었으며, 양 의장 막내딸인 양수연씨가 대표이사로 재직했다. 2년간 티지인베스트먼트가 임직원을 대상으로 지급한 급여는 13억1200만원으로, 이 급여는 양씨가 받았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풀이된다.
티지인베스트먼트는 매년 총수일가에 수십억원의 현금을 빌려주거나 빌려온 것으로 나타났다.
일례로 양 의장은 티지인베스트먼트에 2018년 60억원을 빌려주고, 2019년엔 32억원을 빌렸다. 2017년엔 양수연씨가 회사에 25억원을 빌려줬다가 당 해에 돌려받았다. 다만 이자율은 공개하지 않았다.
◆ 씨케이엔터프라이즈, 해마다 배당금 수십억 거둬⋯매출 상당은 내부거래
배당금을 이용한 사익편취 논란은 씨케이엔터프라이즈에서도 일었다. 양 의장의 장자인 양준영 KPX홀딩스 회장 개인회사다. 또한 이 회사는 세무조사 단골 소재인 내부거래 비율 또한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씨케이엔터프라이즈의 지난해 배당금수익은 29억원으로 KPX홀딩스에서 15억원, 진양홀딩스에서 13억원대를 받았다. 지주사인 KPX홀딩스와 중간지주사 격인 진양홀딩스에서 해마다 거둬들이는 배당금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다.
티지인베스트먼트와 마찬가지로 씨케이엔터프라이즈도 부동산임대업을 주요 사업으로 하는 회사였으나 최근엔 도매업을 병행하고 있다.
지난 2011년 3억원에 그쳤던 매출이 1년 만에 40억원대로 폭증한 것은 상품 수출 덕이었다. 실제로 도매업을 시작한 후 씨케이엔터프라이즈의 매출은 고공행진을 보이며 지난해엔 87억원을 기록했다. 2011년과 비교하면 무려 2500%대로 폭증한 수준이다.
씨케이엔터프라이즈의 매출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진양산업의 해외 종속회사인 비나폼(VINA FOAM)과의 내부거래인 것으로 파악됐다.
씨케이엔터프라이즈의 지난해 총매출액 87억원 중 84억원이 특수관계자 거래이며, 이 중 82억원이 비나폼에서 발생했다. 이같은 매출 구조는 지난 10년간 비슷한 형태를 유지했다.
사정기관 관계자는 “특별세무조사는 보통 사주일가 개인 비리나 탈세 혐의를 포착했을 경우 착수한다”며 “자금 이동 및 내부거래 적정성 등을 면밀하게 살펴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