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친코' 이민진 작가 "역사 통해 큰 상자 채워나갈 수 있다"

2022-08-08 15:31
출판사 인플루엔셜, 소설 '파친코' 출간...원서 구성 그대로 담아

8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내셔널프레스클럽에서 열린 간담회에 참석한 이민진 작가 [사진=인플루엔셜]

 
“고통을 받는 젊은 세대들에 관한 관심이 많아요. 그들은 정체성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성별, 종교 등 정체성을 이야기할 때 역사가 빠지면 의미가 없거든요. 역사적인 이야기를 통해 큰 상자를 채워주고 싶어요.”
 
이민진 작가가 8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내셔널프레스클럽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장편소설 ‘파친코’가 품은 의미에 관해 밝혔다.

‘파친코’는 재미교포 1.5세대인 이민진 작가가 30년에 달하는 세월에 걸쳐 집필한 두 번째 장편소설이다.
 
2017년 출간되어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현재까지 전 세계 33개국에 번역 수출되었으며, BBC와 아마존 등 75개 이상의 주요 매체의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을 뿐 아니라 전미도서상 최종 후보에 이름을 올리며 평단과 대중을 모두 사로잡았다.
 
2017년 국내에 소개된 후 판권 계약이 종료되며 지난 4월 절판되었던 ‘파친코’는 새로운 번역과 디자인으로 한국 독자들에게 돌아왔다. 1권이 지난 27일 발매됐고, 2권은 오는 8월 25일 출간될 예정이다.
 
이 작가는 “작품의 단어 하나하나가 중요한데, 출판사 ‘인플루엔셜’은 정확한 번역을 해줬고, 나의 의견도 존중해줬다. 신승미 번역가의 고된 작업도 고맙다”라며 출판사를 선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새롭게 번역된 ‘파친코’는 소설의 첫 문장인 “역사는 우리를 저버렸지만, 그래도 상관없다”에서부터 원문의 의미를 더욱 충실하게 전달하고자 했다.
 
또한 작가가 처음 의도한 구조와 흐름을 살리기 위해 총 세 부분(1부 ‘고향’·2부 ‘모국’·3부 ‘파친코’)으로 된 원서의 구성을 그대로 따랐다.

[사진=인플루엔셜]

 
이 작가는 일곱 살 때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간 한국계 미국인 작가다. 이민 1.5세대이자 역사 전공자로서 불안정한 국제 정세와 일제 침략이 낳은 한국 근현대사의 비극에 관심을 갖게 된 작가는 ‘역사가 함부로 제쳐놓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써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예일대에서 역사학을 공부하며 ‘자이니치’의 존재에 대해 처음 알게 된 때부터 이 책을 출간하기까지 30년이라는 긴 시간이 필요했다. 일본계 미국인 남편과 함께 4년간 일본에 머물면서 수많은 사람을 만나 인터뷰한 작가는 그때까지 쓴 초고를 챕터 1개만 빼고 모두 버릴 정도로 혼신의 힘을 다했다.
 
4대에 걸친 가족사를 일제강점기부터 한국전쟁, 일본 버블경제에 이르기까지 역사적 흐름 속에서 다룬 이 책은 미국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 작가는 “한국계 미국 작가의 작품이 점점 많아지고, 한국의 수많은 예술가가 노력해 한류가 만들어지면서 상승효과가 일어난 덕분인 것 같다”라고 미국에서 많은 사랑을 받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가 한국인 이야기를 쓰는 이유는 분명하다. 그만큼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5000년의 역사를 갖고 있으며 온갖 놀라운 상황들을 견디며 분투해온 한국인은 지적으로나 감성적으로나 깊이 있는 이야기의 주인공이 될 가치가 있다는 것이 이 작가의 생각이다.
 
이 작가는 “내 책을 읽은 이들이 한국 사람을 만나면 5000년의 역사가 있는 한국을 알았으면 좋겠다”라고 설명했다. ‘한국인 디아스포라 3부작’을 쓰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작가는 2008년 미국 이민자의 이야기를 담은 첫 장편소설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Free Food for Millionaires)’을 통해 극단적인 자본주의를 비판했다.
 
현재는 ‘한국인 디아스포라 3부작’의 대미를 장식할 ‘아메리칸 학원(American Hagwon)’을 집필하고 있다.
 
이 작가는 “한국 사람을 이해하려면 학원을 이해해야 한다. 그래서 ‘파친코’처럼 ‘학원’을 고수했다”라며 “전 세계에 펴져 있는 한국 사람이 교육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교육이 사람을 억압할 수 있는 요인은 없는지, 교육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등 다양한 부분에 대해 관심이 많다”라고 소개했다.
 
한 독자의 ‘파친코를 읽은 후 엄마를 이해하게 됐다’라는 말을 듣고 보람찼다고 밝힌 이 작가는 “연결성이 중요하다. 우리가 가족처럼 다른 사람과 연결되면 못 해낼 것이 없다”라며 사인 문구인 ‘we are a powerful faimliy’의 의미에 대해 밝혔다.

이 작가는 이번 방한 기간 한국 독자들과 직접 소통하는 자리를 갖는다. 오는 9일 오후 2시에는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사인회를, 오는 10일 오후 7시에는 서울 광진구 세종대 대양홀에서 북토크를 개최한다. 또한 ‘파친코’는 윌라를 통해 오디오북으로 오는 10일 사전 연재를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