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급했던 이건희 소장품 활용방안 되풀이하는 청와대 활용법
2022-07-27 16:06
‘이건희 컬렉션’의 국가 기증은 2021년 문화예술계에서 가장 큰 뉴스였다.
고(故) 이건희 회장 유족 측은 지난해 4월 28일 이 회장의 소장품 1만1023건, 2만3000여점을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 등에 나눠 기증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국가지정문화재 등 예술성·사료적 가치가 높은 주요 미술품을 대규모로 국가에 기증한 것은 사실상 국내에서 최초였다. 이는 해외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큰 규모다.
겸재 정선(1676~1759)의 ‘인왕제색도’(국보 제216호), 현존하는 고려 유일의 ‘고려천수관음보살도’(보물 제2015호), 단원 김홍도(1757~1806?)의 마지막 그림인 ‘김홍도필 추성부도’(보물 제1393호) 등을 직접 볼 수 있게 됐다는 소식에 코로나로 지친 국민은 모처럼 활짝 웃었다.
하지만 ‘활용 방안’을 놓고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잡음이 생겼다.
당시 문체부 장관이었던 황희 의원은 지난해 7월 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국가기증 이건희 소장품 활용방안’을 발표했다. 가칭 ‘이건희 기증관’을 통합된 별도 공간으로 건립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기증관을 건립할 후보지로 국립중앙박물관 용산 부지와 국립현대미술관 인근 송현동 부지를 꼽았다.
발표 직후 거센 반발이 일었다. ‘이건희 기증관’ 유치를 희망해온 지자체 40여곳, 그리고 미술계의 분노를 샀다. 지자체와 미술계를 대상으로 한 공청회나 토론회가 단 한 차례도 없었기 때문에 ‘불통’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기증품을 파악하는 것은 기증관의 뼈대를 세우는 매우 중요한 작업이다. 미술계는 오랜 시간이 필요한 이 작업을 건너뛰고, 문화재와 미술품을 한곳에 모으는 ‘통합 전시관’으로 결정한 것은 성급했다고 꼬집었다. 미술계 일각에서는 ‘짬짜면’이라는 비유까지 했다.
기초적인 조사 없이 ‘활용 방안’ 추진을 위해 속도전을 낸 것이 결국 탈이 난 것이다.
이는 2022년에도 반복되고 있다. 개방된 청와대는 ‘이건희 컬렉션’만큼 국민적인 관심사로 떠올랐다.
문체부는 지난 20일 청와대 활용방안에 관한 사전 설명회를 열고 “건물의 원형 보존이라는 대원칙하에 문화·예술이 접목된 ‘청와대의 복합문화예술공간화’ 계획을 추진하겠다”라고 밝혔다.
본관은 1층 로비와 세종실(335㎡)·충무실(355㎡)·인왕실(216㎡), 관저는 본채 거실과 별채 식당, 춘추관은 2층 기자회견장(450㎡)을 전시 공간으로 탈바꿈한다. 주요 외빈을 위한 행사장으로 활용됐던 영빈관(496㎡)은 10m 높이의 층고를 장점으로 활용해 특별 기획전시장으로 꾸미겠다는 구상이다.
이르면 올가을 ‘청와대 컬렉션 특별전’이 열린다. 허백련·장우성·이상범·김기창·서세옥 등 한국화 거장 24인의 작품 30여점을 선보인다.
청와대의 복합문화예술공간화를 추진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점 중 하나가 역사적인 공간의 보존인데, 기초 조사 연구도 진행하지 않은 상황에서 청와대를 개방한 것은 성급했다는 일각의 지적이 있다.
문화재청이 조달청을 통해 진행한 ‘경복궁 후원 기초 조사 연구’가 곧 시작될 예정이다. 소요 기간은 4개월로 빨라도 11월 말에야 기초 조사 연구가 나온다.
문화재청노조는 지난 25일 논평을 통해 “문체부는 문화유산을 보존·관리하고자 하는 관계 전문가와 현재 청와대를 관리하고 있는 문화재청의 의견을 묻고 들은 적이 있는가”라고 꼬집고, “소위 상위 부처라고 하여 일방적으로 통보한 것은 아닌가? 천년 역사의 청와대를 대대손손 보존하고 향유할 이 중차대한 계획을 몇몇 관료들의 단기간 기획으로 갈음할 수 있는가?”라며 이의를 제기했다.
한 문화재 전문가는 “문화재에는 보존해야 할 핵심적인 부분이 있다. 핵심적인 부분을 보존하면서 활용해야 한다”라며 “청와대 건물의 핵심 부분에 관한 조사가 아직 안 돼 있다”라고 짚었다.
문체부, 문화재청, 대통령실 관리비서관실이 협의를 통해 활용방안을 추진한다고 하지만 현장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는 다르다. 동등한 위치에서 치열하고 생산적인 협의가 이뤄지는 것이 과연 가능할지 의문이다.
최응천 문화재청장은 27일 서울 중구 한국의집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청와대 활용 방안’에 관한 집중적인 질문을 받았다.
1시간 넘게 이어진 간담회에서 최 청장은 “문화재청은 본연의 업무를 충실히 할 것이고 어디로 (관리·운영 권한이) 이관되든 우리가 맡은 부분, 활동은 그대로 유지할 예정이다. 활용보다는 보존 쪽에 방점을 둘 것이다”라는 소극적인 답변만 되풀이했다.
고(故) 이건희 회장 유족 측은 지난해 4월 28일 이 회장의 소장품 1만1023건, 2만3000여점을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 등에 나눠 기증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국가지정문화재 등 예술성·사료적 가치가 높은 주요 미술품을 대규모로 국가에 기증한 것은 사실상 국내에서 최초였다. 이는 해외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큰 규모다.
겸재 정선(1676~1759)의 ‘인왕제색도’(국보 제216호), 현존하는 고려 유일의 ‘고려천수관음보살도’(보물 제2015호), 단원 김홍도(1757~1806?)의 마지막 그림인 ‘김홍도필 추성부도’(보물 제1393호) 등을 직접 볼 수 있게 됐다는 소식에 코로나로 지친 국민은 모처럼 활짝 웃었다.
하지만 ‘활용 방안’을 놓고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잡음이 생겼다.
당시 문체부 장관이었던 황희 의원은 지난해 7월 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국가기증 이건희 소장품 활용방안’을 발표했다. 가칭 ‘이건희 기증관’을 통합된 별도 공간으로 건립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기증관을 건립할 후보지로 국립중앙박물관 용산 부지와 국립현대미술관 인근 송현동 부지를 꼽았다.
발표 직후 거센 반발이 일었다. ‘이건희 기증관’ 유치를 희망해온 지자체 40여곳, 그리고 미술계의 분노를 샀다. 지자체와 미술계를 대상으로 한 공청회나 토론회가 단 한 차례도 없었기 때문에 ‘불통’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기증품을 파악하는 것은 기증관의 뼈대를 세우는 매우 중요한 작업이다. 미술계는 오랜 시간이 필요한 이 작업을 건너뛰고, 문화재와 미술품을 한곳에 모으는 ‘통합 전시관’으로 결정한 것은 성급했다고 꼬집었다. 미술계 일각에서는 ‘짬짜면’이라는 비유까지 했다.
기초적인 조사 없이 ‘활용 방안’ 추진을 위해 속도전을 낸 것이 결국 탈이 난 것이다.
이는 2022년에도 반복되고 있다. 개방된 청와대는 ‘이건희 컬렉션’만큼 국민적인 관심사로 떠올랐다.
문체부는 지난 20일 청와대 활용방안에 관한 사전 설명회를 열고 “건물의 원형 보존이라는 대원칙하에 문화·예술이 접목된 ‘청와대의 복합문화예술공간화’ 계획을 추진하겠다”라고 밝혔다.
본관은 1층 로비와 세종실(335㎡)·충무실(355㎡)·인왕실(216㎡), 관저는 본채 거실과 별채 식당, 춘추관은 2층 기자회견장(450㎡)을 전시 공간으로 탈바꿈한다. 주요 외빈을 위한 행사장으로 활용됐던 영빈관(496㎡)은 10m 높이의 층고를 장점으로 활용해 특별 기획전시장으로 꾸미겠다는 구상이다.
이르면 올가을 ‘청와대 컬렉션 특별전’이 열린다. 허백련·장우성·이상범·김기창·서세옥 등 한국화 거장 24인의 작품 30여점을 선보인다.
청와대의 복합문화예술공간화를 추진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점 중 하나가 역사적인 공간의 보존인데, 기초 조사 연구도 진행하지 않은 상황에서 청와대를 개방한 것은 성급했다는 일각의 지적이 있다.
문화재청이 조달청을 통해 진행한 ‘경복궁 후원 기초 조사 연구’가 곧 시작될 예정이다. 소요 기간은 4개월로 빨라도 11월 말에야 기초 조사 연구가 나온다.
문화재청노조는 지난 25일 논평을 통해 “문체부는 문화유산을 보존·관리하고자 하는 관계 전문가와 현재 청와대를 관리하고 있는 문화재청의 의견을 묻고 들은 적이 있는가”라고 꼬집고, “소위 상위 부처라고 하여 일방적으로 통보한 것은 아닌가? 천년 역사의 청와대를 대대손손 보존하고 향유할 이 중차대한 계획을 몇몇 관료들의 단기간 기획으로 갈음할 수 있는가?”라며 이의를 제기했다.
한 문화재 전문가는 “문화재에는 보존해야 할 핵심적인 부분이 있다. 핵심적인 부분을 보존하면서 활용해야 한다”라며 “청와대 건물의 핵심 부분에 관한 조사가 아직 안 돼 있다”라고 짚었다.
문체부, 문화재청, 대통령실 관리비서관실이 협의를 통해 활용방안을 추진한다고 하지만 현장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는 다르다. 동등한 위치에서 치열하고 생산적인 협의가 이뤄지는 것이 과연 가능할지 의문이다.
최응천 문화재청장은 27일 서울 중구 한국의집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청와대 활용 방안’에 관한 집중적인 질문을 받았다.
1시간 넘게 이어진 간담회에서 최 청장은 “문화재청은 본연의 업무를 충실히 할 것이고 어디로 (관리·운영 권한이) 이관되든 우리가 맡은 부분, 활동은 그대로 유지할 예정이다. 활용보다는 보존 쪽에 방점을 둘 것이다”라는 소극적인 답변만 되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