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만남은 없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4일 방한 중인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 의장과 전화 통화하고 "이번 펠로시 하원 의장 일행의 방문이 한·미 간 대북 억지력의 징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효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1차장은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과 펠로시 하원 의장 간 전화 통화 내용에 대해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서초동 자택에서 펠로시 의장과 통화했다. 통화는 오후 2시 30분부터 약 40분간 진행됐다. 앞서 펠로시 의장이 지난 1일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대만에서 해당 국가 서열 1위인 리셴룽 총리, 이스마일 사브리 야콥 총리, 차이잉원 총통과 회담한 것과 달리 전화 통화에만 그친 것이다. 여권 인사인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조차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과 통화한 펠로시 의장은 먼저 "윤 대통령이 첫 여름휴가에서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가운데 시간을 내준 데 대해 감사하다"고 인사를 건넸다.

그는 "한·미 동맹은 여러 관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지만 도덕적 측면에서도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이 있다"며 "워싱턴에서 최근 한·미 추모의 벽 제막식이 거행됐듯이 그동안 수십 년에 걸쳐 수많은 희생으로 지켜온 평화와 번영의 약속을 반드시 지키고 가꿔 나갈 의무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한·미 간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질서를 가꿔 나가자"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지난 5월 21일 서울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을 두고 "조 바이든 대통령과 글로벌 포괄적 전략 동맹을 앞으로 발전시키는 데 미국 의회와도 긴밀히 협력할 것을 약속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펠로시 의장 일행의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방문 일정에 대해 "이번 펠로시 의장 일행의 방문이 한·미 간 대북 억지력의 징표가 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전화 통화에 배석한 미국 연방하원 의원단에는 "각 지역구에 코리안 아메리칸 한인들에게 특별히 배려해 달라"고 재차 당부하기도 했다.

이날 통화에서는 외교·국방, 기술 협력, 청년, 여성, 기후변화 등 여러 현안에 대한 토의가 상당 시간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통화 배경을 두고 "만남이 가능한지 (연락이) 전달됐지만 윤 대통령이 지방 휴가계획을 확정한 상황에서 서울에 오면 (면담이) 힘들지 않겠느냐고 2주 전 양해를 구했다"고 말했다.

또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은 약 일주일 뒤에 결정됐고 따라서 우리가 만나지 않은 것은 중국을 의식해서가 아니다"고 했다. 이어 "대통령이 전화라도 따뜻한 인사를 하고 싶다는 의향을 오늘 아침 일찍 타진했다"며 "그 말을 듣자마자 펠로시 의장이 흔쾌히 감사하다며 같이 온 사람과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고 싶다고 해 꽤 긴 통화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