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인도ㆍ태평양 지원 멈추지 않을 것" vs 중국, 대만 포위 실사격 훈련 강행
2022-08-04 14:51
미ㆍ중 갈등 심화되고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대만 방문을 마치고 떠났다. 그러나 후폭풍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중국의 대만 보복에도 인도·태평양 지역 지원 활동을 계속할 것을 시사했고 중국은 예고했던 '대만 포위 군사훈련'을 단행했다. 전문가들은 대만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장기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3일(이하 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오전 안보팀과 회의를 한 사실을 공개하고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과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꾸준한 지원 등 다양한 우선순위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외신은 백악관이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과 이에 대한 중국의 반발을 둘러싼 대응책을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백악관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대만을 둘러싼 미국 정책에 변화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펠로시 의장의 이번 방문은 미국의 기존 (대만과 중국 관련) 정책의 연상선상에 놓인 것이며, 중국이 이번 방문을 위기 상황으로 인식할 이유가 전혀 없다"면서 "우리는 1979년 대만관계법에 기반하고 있는 미국의 '하나의 중국' 정책에는 변화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미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에는 변화가 없다는 입장을 공개했지만, 중국의 반발은 좀처럼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지난 2일 밤 펠로시 의장이 대만을 방문하자 중국은 대만을 상대로 즉각적 경제 보복에 나섰다. 지난 3일부터 중국산 모래의 대만 수출을 금지하고 대만 감귤류 등 물품의 수입을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중국 관계자는 수출 금지에 대해 "상관 법률 규정에 따른 조치"라고 설명하고 감귤류 수입을 중단한 것은 수입품에서 유해 생물이 발견됐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관련 조치들이 모두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 뒤 발표됐다는 점을 감안할 때 경제 보복의 성격을 지닌 것으로 풀이된다.
미리 예고한 대만 포위 실탄 사격 훈련도 실행에 옮겼다. 중국 국영방송 CCTV는 인민해방군(중국군)은 4일 낮 12시(대만 시간)부터 대만 본토 인근 해안 6개 지역에서 전투 훈련을 시작했다. 훈련 기간 동안 선박과 항공기는 영해와 영공을 진입해서는 안 된다"고 전했다. 이어 오후1시(대만 시간)께 중국 매체 펑파이는 "대만을 관할하는 인민해방군(중국군) 동부전구 육군 부대는 대만해협 동부에서 장거리 실탄 사격 훈련을 해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을 계기로 미·중 갈등은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사회과학원의 루샹 연구원은 중국 집권 공산당 산하 타블로이드판 글로벌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대응은 일시적인 조치가 아니다. 중국 정부는 대만 주변의 안보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복 행위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루 연구원은 대만을 둘러싼 지역에서 개최될 예정인 중국의 군사 훈련은 전례가 없는 것이며 "(이번 훈련은) 무력으로 (대만을) 통일하고, 통일을 방해할 수 있는 외부 세력에 맞서 싸우는 상황을 상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판 시핑 대만 국립 정치대학원 교수는 대만과 중국의 갈등은 양안만의 일이 아니라고 봤다.
판 교수는 워싱턴포스트(WP)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이번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을 막기 위해 노력한 것은 대만 문제가 더 이상 양안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만일 중국이 대만을 상대로 무력을 행사한다면 중국이 받을 제재는 현재 러시아가 받는 수준보다 강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