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외계+인' 김우빈 "이 순간을 기다려왔어요"
2022-08-03 16:00
아주경제는 영화 '외계+인'으로 스크린 복귀한 김우빈과 대면 인터뷰를 가졌다. '외계+인' 합류 과정과 촬영 뒷이야기 등 다양한 이야기를 함께 나눌 수 있었다.
"이 순간을 오래 기다려 온 것 같아요. 영화가 공개되고 인터뷰도 앞두고 있으니까 조금 설레기도 하더라고요."
김우빈의 스크린 복귀작 '외계+인'은 '타짜' '도둑들' '암살' 등으로 '쌍천만 감독' 대열에 오른 최동훈 감독의 작품이다. 1부와 2부로 제작되어 올해 여름 1부가 공개됐다. 1부에서는 고려 말 소문 속 신검을 차지하려는 도사들과 외계인이 출몰하는 2022년 현재 사이에 시간의 문이 열리며 펼쳐지는 기상천외한 이야기를 담아내 영화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평소에도 제 연기를 편안하게 보는 편이 아니라서요. 내내 땀을 흘리면서 봤어요. '외계+인' 1부는 2번이나 보았는데 2번 모두 귀가 빨개지고 땀을 뻘뻘 흘렸죠. 하하하. 아쉬운 모습만 자꾸 보이고요. 긴장하지 않을 줄 알았는데 엄청나게 긴장했던 것 같아요."
너무나 갑작스러웠다. 2011년 드라마 '화이트 크리스마스'로 데뷔해 드라마 '신사의 품격' '학교 2013' '상속자들' '함부로 애틋하게', 영화 '기술자들' '스물' '마스터' 등 안방극장과 스크린을 오가며 활발하게 활동했던 그가 갑작스레 활동 중단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김우빈은 2017년 비인두암 진단을 받고 모든 활동을 중단한 뒤 치료에만 전념했다.
"(비인두암) 치료를 마치고 5년째가 되어서 검사를 해보았어요. 검사 결과가 좋았고 (의사가) '이제 건강하다'고 말씀해주셨어요. 여러분이 응원해주신 덕이죠."
"'도청'을 함께하지 못하게 되었을 때 감독님께서 '다른 건 신경 쓰지 말고 회복에만 전념하라'고 하셨어요. 그 말을 듣고 여유를 가지고 회복할 수 있었죠. '빨리 돌아가야겠다'는 마음을 버렸어요. '충분히 쉬고 다시 연기할 수 있을 때 돌아가야겠다' '내게 휴가를 준 거다' 생각하기로 했죠. 몇 년 뒤 '이쯤이면 복귀도 가능하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때마침 감독님께서 '외계+인' 이야기를 꺼내셨어요. '복귀한다면 무조건 최동훈 감독님의 작품을 찍겠다'고 마음먹고 있었는데 타이밍이 좋았죠. 어떤 역할이든 할 작정이었는데 시나리오도, 캐릭터도 참 좋더라고요. 감사한 마음으로 함께 했죠."
김우빈은 극 중 외계인 죄수를 관리하는 '가드'와 조력자 '썬더'를 연기했다.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묵묵히 맡은 일을 해내는 '가드'와 다정다감하고 능청스러운 '썬더'를 오가며 김우빈만의 매력을 십분 보여주었다.
"'가드'와 '썬더'는 외계 기술로 만들어진 로봇이에요. 특히 '가드'는 임무 수행을 위해 만들어진 로봇이기 때문에 그에 맞는 캐릭터를 만들려고 노력했어요. '임무'만을 생각하고 맡은 바를 해내기 위해 사력을 다하죠. '썬더'는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귀여운 느낌이더라고요. '가드'를 잘 알고 있고 그의 가장 친한 친구기도 했죠. 말투나 행동에서 둘의 관계가 잘 드러나길 바랐어요. 촬영 중간중간 감독님과 상의하면서 '가드'와 '썬더'의 캐릭터를 찾아갔죠."
김우빈은 '가드'와 '썬더' 외에도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했다. 1인 4역까지 소화한 그는 "각각 성격과 에너지가 다르다"라고 표현했다.
"기운에 차이를 두려고 했어요. 에너지가 달라지면 호흡도 달라질 거고 질감이나 표현도 차이가 있을 거로 생각했거든요. 로봇이기 때문에 심장은 없으나, 심장 박동을 느껴보려고 했어요. 또 차이를 주어야 하니까 스타일링의 도움도 많이 받았죠."
그는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로 꽃분홍색 정장을 입은 '썬더'를 꼽았다. 인간 특히 여성에게 접근한 경험이 있다는 로봇 캐릭터였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예요. 우리끼리 '낭만 썬더'라고 불렀어요. '낭만 썬더'는 의상 피팅을 위해 조상경 의상 감독님 숍에서 여러 의상을 입던 중 발견하게 됐어요. 왜인지 모르겠지만 그 의상을 입으니 몸이 자유로워지더라고요. 그 모습을 '낭만 썬더'로 만들어 나갔죠."
그는 '외계+인' 촬영 현장과 최동훈 감독과의 협업에 칭찬을 아끼지 않으며 "다시 가고 싶은 현장"이라고 표현했다.
"사람들이 왜 최동훈 감독님과 일하고 싶어 하는지 알겠더라고요. 만나 보면 아시겠지만, 굉장히 에너지가 좋고 밝은 분이세요. 그 기운이 모두에게 전파되는 것 같고요. 배우와 제작진을 사랑하는 마음이 커서 그 사랑을 온전히 다 받는 기분이 들어요. 그 순간들이 참 행복했어요."
오랜만에 돌아온 현장에서 긍정적인 에너지를 받을 수 있었다고 털어놓은 그는 "일하면서 스트레스를 거의 받지 않았다"며 활기차게 답했다.
"과거의 저는 스스로 인정하지 못해서 채찍질만 했었거든요. '더 잘해야 해' '더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해'하면서요. 쉬는 동안 돌이켜 보니 그게 참 슬프더라고요. 저는 위로를 잘하는 사람인데 정작 저 자신에게는 위로해주지 않았더라고요. 그때부터 저를 아껴주려고 노력했어요. 잠들기 전에는 스스로 사랑한다고도 말하고요. 그러다 보니 다른 사람들을 더 사랑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김우빈은 말 그대로 '치유의 시간'을 가졌다. 몸도 마음도 치유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스스로에 대해 너그러움을 갖자, 그의 생활도 서서히 변화하기 시작했다.
"저는 항상 미래에 살았어요. 오늘 운동을 하더라도 '너무 하기 싫지만, 내일의 나를 위해서 하자'는 마음이었거든요. 하지만 지금은 달라졌어요. 눈앞에 있는 걸 소중하게 생각하게 되었거든요. 운동을 하더라도 운동하는 순간의 즐거움을 찾으려고 해요. 저의 마음을 느껴보려고 하고 연기할 때도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되었어요. 상대방의 대사에도 귀를 기울이고 함께 호흡하고 공감하는 방법을 알게 된 것 같아요."
그는 '외계+인' 2부의 기대도 당부했다. 1부의 궁금증이 2부로 인해 완벽히 해소될 것이라며 다양한 장르를 한 영화에서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부에 등장하지 않았던 분들도 등장하고 거기에서 오는 재미도 클 거예요. 2부를 보고 나면 비로소 '아, 이런 이야기였구나' 정리될 것 같아요. 편한 마음으로 오셔서 신나게 즐기시다 가셨으면 좋겠어요. 바쁘시더라도 극장에 오셔서 저희와 호흡하셨으면 합니다."
오랜만에 스크린 복귀한 그는 "차기작은 미정"이라며 여유롭게 시나리오들을 돌아보고 싶다고 말했다.
"차기작은 미정이에요. '택배기사' 촬영은 이미 마쳤고, 내년에는 '외계+인' 2부도 공개되니 천천히 생각해보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