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늘었지만 수요 위축...29만원대 다낭 패키지 쏟아내며 '경쟁'
2022-08-03 14:23
8월 초 베트남 여행을 계획 중이라는 주부 김미선 씨(가명·38세)는 고민 끝에 국내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코로나19 재확산세를 비롯해 고물가와 고환율 등 문제가 여행자의 발목을 잡으면서 여행 심리가 급격히 위축됐다. 증가하는 여행 수요에 대비하기 위해 항공좌석 확대에 주력했던 여행사들은 여행 수요가 기대치만큼 뒷받침되지 않자, 제주도 항공권 비용보다도 저렴한 가격의 베트남 여행 패키지 상품을 쏟아내고 있지만, 수요 증가는 여전히 미미한 상황이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여행시장이 회복하는가 싶었는데 다양한 변수가 또다시 여행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며 "특가 상품 판매가 한창임에도 공급 대비 수요가 채워지지 않고 있어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제주 왕복 항공권보다 저렴한 다낭 패키지
여행사들이 최근 동남아 특가 패키지 상품을 잇달아 쏟아내고 있다. 8월 초 극성수기임에도 불구하고 베트남 다낭 패키지 상품 등 다수 동남아 패키지 상품은 최저 29만9000원부터 판매 중이다. 김포-제주도 왕복 항공권 평균 가격(오전 10~12시 사이 출발 오후 4~6시 회귀)보다도 저렴한 수준이다.
실제로 주요 여행사 누리집(홈페이지)을 보면, 여름 성수기로 일컫는 8월 초 출발하는 동남아 패키지여행 가격은 최저 29만원대부터 시작한다. 평균 금액도 30만~40만원 안팎으로 저렴하다.
8월 4일 출발하는 노랑풍선 다낭 패키지 상품 판매가는 29만9000원부터 판매하기 시작했다. 다수 여행사는 풀빌라에서 묵는 고가 상품을 제외한 대부분 패키지를 평균 30만~40만원대에 판매 중이다.
여행사들이 특가 상품을 쏟아내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공급량은 증가했지만, 여행 수요가 기대치만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항공권뿐만 아니라 여행사들이 미리 확보한 좌석이나 전세기 상품도 모객이 부진한 상황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후 베트남 여행 수요가 코로나19 이전 수준까지 증가할 것에 대비해 여행·항공업계는 노선 확대에 주력해왔다. 하지만 여행 수요는 예상보다 오르지 않았다.
A 여행사 관계자는 "사회적 거리 두기 해제 후 억눌린 수요가 폭증하기 시작했다. 이에 공급석 부족 부담이 커지면서 업계는 부정기편(전세기)을 비롯해 공급석 확대에 주력해왔다"고 전했다. 하지만 7월 중순 이후 여행 심리가 급격히 냉각됐고, 예약 문의나 실질적 여행 수요도 눈에 띄게 감소했다는 것이다.
그 관계자는 "코로나19 재확산세가 심상치 않은 것이 큰 이유겠지만, 여기에 고물가·고환율이 여행심리를 크게 위축시킨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여행사 입장에서는 출혈이 크다. 공급량은 늘었는데, 그만큼 수요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손실은 고스란히 여행사가 떠안을 수밖에 없다.
◆"지금쯤 예약 들어와야 하는데" 추석 기간 여행 예약도 '시들'
대표적인 성수기로 꼽히는 추석 연휴 기간 해외여행 예약도 시들한 모습이다. 원래대로라면 8월 초에는 추석 연휴 여행 예약 문의가 이어져야 한다.
올해 추석 연휴는 9월 9일부터 12일까지 이어진다. 여기에 연이어 휴가를 내면 최장 10일까지 쉴 수 있는 '황금 연휴'다.
이에 여행사들은 오늘 9월 추석 연휴를 겨냥한 해외여행 상품 기획전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지만 예약 문의는 미미하기만 하다.
B 여행사 관계자는 "7월 20일 후부터 예약 문의는 물론, 상품 구매 고객 수도 확연히 줄었다"며 "코로나 재확산세, 고물가, 고환율 등 트리플 악재가 겹쳤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물론 과거 오미크론 확산 때처럼 수요가 제로(0)에 수렴되거나 취소가 폭증하는 상황은 아니다. 또 8월 1~2일 기준 신규 수요가 전주보다 60~70% 이상 올라온 것을 확인했다"며 "앞으로 상황은 호전될 수 있는 만큼 추석 직전까지 동향을 면밀히 파악할 계획"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