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中에 반도체 장비수출 제한 검토…삼성전자·SK 하이닉스 타격 우려
2022-08-02 15:22
상무부, 14나노 이하 장비 수출 거부 촉구에 이어 강화된 모습
미국 상무부가 미국 반도체 제조장비 업체 제품에 대한 중국 수출 제한 기준을 기존 10나노미터(㎚)에서 14나노미터 이하로 강화하기로 한 지 불과 사흘 만에 추가 제한 조치가 발표된 것이다.
이번 제한이 현실화하면 128단 이상인 낸드 플래시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미국 반도체 장비에 대해 중국 수출이 금지된다. 메모리 반도체 일환인 낸드 플래시는 기본단위인 셀을 얼마나 적층할 수 있는지가 기술력 차이를 가른다. 현재까지 양산에 성공한 최고 기술은 미국 마이크론의 232단이다. 그 뒤로 한국 SK하이닉스·삼성전자만이 176단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만 중국 국영기업 YMTC가 이를 쫓고 있다. YMTC는 176단 양산 경험도 없지만 지난 5월 192단 시제품 관련 성능 테스트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검토가 최종 승인된다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으로 낸드플래시 부문에서 삼성전자 시장점유율은 1위(35.3%)였고 SK그룹(하이닉스+솔리다임)은 3위(18%)였다. 이들 업체는 중국에 공장을 보유하고 있어 이번 수출 제한이 시행되면 치명적인 피해를 입게 된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에 낸드 생산시설을, SK하이닉스는 다롄에 낸드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 수출 제한 논의를 보며 외신은 비메모리 반도체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가 아닌 메모리 반도체 위주 논의가 이뤄지는 점에 주목했다. 미국이 중국 반도체 산업이 메모리 반도체 위주로 성장하고 있는 것을 의식했다는 분석이다.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급성장하던 중국 YMTC(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는 이번 수출 제한으로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시장 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YMTC는 2% 안팎 점유율을 기록하며 인텔 다음으로 전 세계 낸드 점유율 7위를 기록했다. 특히 최근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3분기 YMTC의 낸드플래시 사업 매출은 4억6500만 달러(약 5521억원)로 1년 만에 4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2020년 YMTC의 낸드플래시 시장점유율은 1% 이하 소수점에 머물렀지만 매출 증가세와 함께 점유율이 꾸준히 늘어 지난해 3분기에는 2.5%를 기록했다.
실제로 백악관에서는 YMTC 성장세에 대해 우려하기도 했다. 지난해 6월 백악관 보고서는 YMTC의 낮은 가격은 미국 메모리 생산 기업 마이크론과 웨스턴 디지털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보고서는 YMTC를 중국의 "챔피언"이라 표현하고 중국 정부에서 보조금 약 240억 달러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산업을 둘러싼 미·중 간 긴장감은 나날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미국 상부무가 자국 내 반도체 장비업체들에 '14나노 공정보다 미세한 제조기술을 적용한 장비를 중국에 수출하지 말라'는 공문을 보냈다고 보도했다.
팀 아처 램리서치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27일 콘퍼런스콜에서 "정부의 수출 제한 조치가 확대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14나노 공정보다 미세한 제조기술을 적용한 반도체 장비는 중국에 수출하지 않도록 하라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반도체 장비 업체 KLA의 릭 월리스 CEO도 같은 내용의 수출 제한조치를 정부 측에서 통보받았다고 했다.
메모리 반도체 중 하나인 D램은 나노가 낮을수록 첨단 기술이 들어간 것으로 판단한다. 이 선폭이 줄어들수록 정보 처리 속도가 빨라진다. 앞서 2020년 12월 미국 상무부는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기업 ASML에 공문을 보내 중국 반도체 기업 중신궈지(SMIC)에 10나노 이하 장비를 공급하지 못하게 막았다.
하지만 SMIC가 지난해 7월부터 7나노 반도체를 시험 생산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에 미국 상무부는 14나노 공정으로 장비 수출 제한 범위를 확대하며 중국 반도체 기업을 향한 압박을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