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넘보는 中 전기차] 보조금 허점 비집고 승용차까지 군침…韓 시장 흔든다

2022-08-02 07:00

중국 1위 전기차 업체 비야디(BYD)의 전기버스 모델. [사진=BYD 홈페이지 ]

중국산 전기차가 한국 시장을 조용히 흔들고 있다. 중국 내수 시장에서 달성한 규모의 경제를 발판으로 한국 시장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더욱이 국내 전기차 보조금의 허점까지 파고들며 저가 공세를 강화하는 중이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현 상태를 방관한다면 국내 전기차 산업 근간을 흔드는 심각한 위협 요소가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1일 한국무역협회와 코트라 등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자국 내에서 300만대에 달하는 전기차를 판매했다. 이는 전년 대비 약 160%를 넘는 폭발적 성장률이다. 같은 기간 전기차 판매 2위국인 미국(약 50만대)과 비교하면 6배가량 많으며, 우리나라(약 4만대)와는 수십 배 격차다. 올해는 상반기에는 약 220만대를 판매해 연 500만대 판매량에 근접할 전망이다.

당초 중국 정부는 2025년까지 연간 전기차 판매량 목표를 500만대로 잡았다. 이를 3년이나 앞당겨 달성한 결과다. 중국 정부가 올해를 끝으로 전기차 보조금을 전면 중단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자국 전기차 산업이 정부 주도에서 시장 주도로 자력 성장할 수 있는 규모의 경제를 이뤘다는 확신이다.

그동안 보조금을 받으며 성장했던 중국 전기차 업체들은 자국 보조금이 없어지자 수출에 목을 매고 있다. 보조금 없는 내수 시장보다 보조금을 주는 해외시장이 판매 경쟁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 시장에 중국산 전기 상용차와 이륜차 비중이 크게 높아지는 것도 이러한 배경이 작용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전기버스 2838대에서 중국산은 890대(31.4%)를 차지해 국산을 압도했다. 국산보다 최대 1억5000만원 이상 저렴해 운수업체들마다 중국산을 앞다퉈 구매한 덕분이다. 올해는 점유율을 절반 이상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중국산 전기버스가 보조금을 싹쓸이하는 상황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이륜차(오토바이)도 비슷한 흐름이다. 올해 환경부 보조급 지급 대상인 전기 이륜차 103종에서 중국과 홍콩에서 만든 제품이 39종(37.9%)에 달한다. 더욱이 국내 이륜차 제조사들도 중국산 저가 부품을 대거 사용해 중국 업체들의 배만 불려주고 있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중국 전기차 업체들은 국내 전기 승용차 시장도 노리고 있다. 최근 중국 최대 전기차 업체인 BYD(비야디)는 내년 1월 일본에 첫 전기차 모델을 출시하겠다고 밝혀 한국 진출을 위한 준비 작업을 암시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급격한 전동화 전환 시기에 정부가 현 상황을 방관하면 한국의 완성차 제조국 지위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규모의 경제로 원가 절감에 성공한 중국 업체들이 저가형부터 고급형까지 다양한 차종을 쏟아내 시장을 빠르게 잠식할 수 있다는 우려다. 국내 완성차 제조사들 중 현대자동차와 기아만 전기차를 생산하는 것도 위기감을 높이는 요인이다.

전문가들은 우선적으로 전기차 보조금에 대한 대대적인 개편에 착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중국은 배터리 교환서비스(BaaS) 기술력 증대를 위해 해당 기술이 적용된 차량에 추가 혜택을 주는 등 자국 기업에 보조금을 몰아줬다. 독일은 자국 완성차 기업이 내연기관 기술에 강점을 보이는 것을 십분 활용해 내연기관을 탑재한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에 상대적으로 많은 보조금을 지급한다. 이탈리아 역시 자국산 전기차 양산 시점에 맞춰 보조금 지급을 조절하는 탄력적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원칙적으로 세계무역기구(WTO)나 국가 간 자유무역협정(FTA) 등에 따라 특정 국가 제품을 차별할 수 없지만 이미 세계 각국은 자국 전기차 산업 진흥에 유리한 방향으로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는 친환경차 판매에 치우쳐 이러한 실익 계산이 부족했지만, 지금이라도 자국 기업 기술 혁신을 촉진하고 원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보조금 전략으로 바꾸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픽=아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