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최진석 도시계획국장 "대변신 앞둔 용산, 글로벌 경쟁력 올릴 랜드마크 될 것"
2022-08-02 06:00
이처럼 오랫동안 정체기에 놓였던 용산 개발에 드디어 시동이 걸렸다. 지난달 26일 서울시가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구상’을 발표하면서 사업이 급물살을 타게 된 것이다. 서울시는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이 이뤄지면 이 일대가 ‘아시아의 실리콘밸리’로 거듭날 것으로 내다봤다. 서울시는 토지 소유자인 코레일과 여러 차례 실무 협의와 다양한 전문가 자문을 거쳐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구상 비전과 개발 방향을 설정했다. 이번 발표에 따르면 용산국제업무지구는 △융·복합 국제도시 △녹지생태도시 △입체교통도시 △스마트도시로 조성된다.
우선 전체 부지를 다수 획지로 나누고, 이 획지들을 업무복합, 주거복합과 같은 복합 용지로 계획함으로써 24시간 활력이 넘치는 미래형 도시 공간으로 조성한다. 직주 혼합 실현을 위해 최첨단 테크기업과 연구개발(R&D)·인공지능(AI) 연구소, 국제기구 등이 입주할 수 있는 업무공간과 마이스(MICE)시설, 비즈니스호텔 등이 들어선다. 앞으로 용산국제업무지구에 첨단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선 글로벌 인재들이 살고 싶은 도시가 돼야 한다는 전제하에 일과 주거, 여가의 즐거움을 함께 제공하면서 기업과 인재를 끌어모은다는 방향이다.
또한 50% 이상 녹지율 확보를 목표로 용산국제업무지구에서 용산공원과 한강으로 뻗어나가는 방사형 녹지체계를 조성한다. 아울러 용산국제업무지구 내부를 연결하고 용산역까지 이어지는 ‘입체보행네트워크’도 만든다. 가령 건물과 건물은 브리지를 통해 공중으로, 지하 보행로를 통해 지하로 각각 연결되는 식이다. 날씨와 관계없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게 되고, 건물 저층부와 지하공간에는 다양한 상업‧문화시설도 조성될 것으로 기대된다.
지상부를 녹지와 보행 위주의 사람 중심 공간으로 확보했다면 지하에는 차량 중심의 도로교통 체계를 구축한다. 이를 통해 용산이 도심, 강남뿐 아니라 공항, 수도권 전역 그리고 전국으로 연결되는 교통거점으로 거듭날 것으로 보인다. 강변북로, 한강대로, 청파로 등 주요 간선도로와 직접 연결되는 지하도로를 개설해 서울 도심·강남, 인천공항 등에 대한 광역 접근성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용산역과 인접한 부지에는 미래항공교통(UAM),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지하철 등을 잇는 대중교통 환승거점인 ‘모빌리티 허브’가 생긴다. 철도는 현재 5개 노선(경부선, 호남선, 국철 1호선, 서울지하철 4호선, 경의중앙선)에 3개 노선 (GTX-B노선, 수색~광명 고속철도, 신분당선)이 추가돼 총 8개 노선 환승 체계가 구축된다.
정보통신기술(ICT) 기반 미래 도시 인프라도 도시 전역에 마련된다. 도로에서는 지능형 교통시스템(ITS)과 자율주행 통신시스템(V2X) 등을 통해 자율주행이 가능해지고, 주택에는 사물인터넷(IOT) 기반 관리시스템이 설치될 예정이다. 서울시는 이 같은 안으로 용산이 가진 무한한 잠재력과 기회를 극대화하고, 최첨단 미래 산업을 육성할 국제업무지구 청사진을 제시했다.
그동안 용산의 변화 방향을 누구보다 깊이 고민한 최진석 서울시 도시계획국장을 만나봤다.
-개발 구상에 중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
“기후 위기와 팬데믹 위협 증가, 디지털 전환 가속화와 글로벌 기술 경쟁 심화 등 글로벌 이슈에 대한 분석과 대응이 우선적으로 이뤄졌다. 변화된 여건과 미래 환경에 부합하는 키워드를 담아내는 데 주력했다. 그중에서도 새로운 용산국제업무지구의 핵심 키워드는 바로 ‘하이테크(첨단 기술)다. 기업으로 친다면 ICT 기업인데, 용산은 이들 기업을 중심으로 인공지능(AI), 자율주행, 사물인터넷(IoT), 핀테크 등이 어우러진 스마트시티의 결정판이 될 것이다.”
-용적률에 대한 관심이 많다. 국제업무지구 용적률은 어느 정도까지 가능한가.
“평균 용적률은 1200% 내외로 추산된다. 물론 초고층 랜드마크 등 창의적인 개발이 필요한 부지는 법적 상한인 1500% 이상으로 파격적으로 부여할 수 있다."
-용적률을 과도하게 높이면 민간에서 과한 개발이익을 취할 우려는 없는지.
“용도지역 상향을 통해 발생하는 개발이익은 코레일과 SH공사 측에서 일정 부분 공공기여를 받아 광역교통 개선 등 주변 지역 환경 개선에 사용하고, 입소구역 지정을 통해 추가되는 용적률은 개별 부지를 개발하는 민간에 추가적으로 공공기여를 통해 녹지와 공공시설을 확보하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법적 상한인 1500%를 넘는다는 것인가. 가능한 방법이 있나.
“용산국제업무지구 중에서도 고밀 개발이 필요한 부지는 입지규제최소구역으로 지정한다. 2015년 국토계획법에 처음 도입된 제도로, 이를 활용하면 주거·상업·업무 등 복합 기능 지역으로 개발하기 위해 건축물 허용 용도, 용적률 등을 별도로 정하는 일종의 특별구역이 가능해진다.”
-그 정도 용적률이면 교통 문제가 발생하지 않겠나.
“고밀 개발이 이뤄지는 만큼 교통량도 분명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광역교통 처리를 위해 강변북로를 지하로 직접 연결하고 한강대로와는 지하차도로 연결할 계획이다. 또한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다고 판단되는 원효대교, 원효로, 청파로를 활용한다면, 교통 처리 분산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도심 한복판에 초고층 건축물이 들어가는 셈인데, 대통령 경호실과는 협의된 사항인가.
“지난 3월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대비해 서울시와 대통령 경호실 간 집무실 주변 높이제한에 대한 협의를 했고, 별도 높이규제가 없음을 확인했다. 여러 언론에서도 고층빌딩과 대통령 경호 문제에 대한 상충이 있지 않을까 우려를 하는 편인데, 큰 염려를 하지 않아도 될 것으로 본다. 사업지가 대통령 집무실과는 1㎞ 이상 거리가 있기도 하고 새 정부 출범 이후 집무실 인근 (약 600m) 신용산 북측 1구역이 38층 고층개발임에도 건축심의가 통과된 사례도 있다.”
-사업구역에 대한 고민도 많았을 텐데.
“용산변전소 부지와 용산역 후면 부지, 그리고 예전엔 포함되지 않았던 철도 선로 부지까지 포함해 49만㎡ 정도로, 사업 실현성과 토지 활용성을 최대한 고려해서 설정했다.”
-주택 문제를 빼놓을 수 없다. 국토부에선 1만가구 공급을 공식화한 적이 있는데 몇 가구를 계획하고 있나. 국토부와는 협의가 됐나.
“공급할 주택은 전체 지상 연면적 30% 이내로 정할 계획이고, 이것을 가구 수로 환산해보면 최대 6000가구로 예상된다. 국토부와도 협의를 마쳤다. 참고로 국내외 복합 개발 사례를 보면 지상 연면적 기준으로 주거비율은 종전 용산국제업무지구 28%, 송도국제업무단지 32.4%, 뉴욕 허드슨야드 32.3%, 도쿄 롯폰기힐스 25% 정도다.”
-사업비와 조달 방법이 궁금하다. 서울시는 어떤 지원을 하는가.
"현재 사업시행자(코레일과 SH공사)가 예상하고 있는 사업비는 토지비 포함 약 12조원으로 잡고 있다. 사업비는 코레일의 현물(토지) 출자와 SH공사의 현금 출자 및 토지 분양 수입을 재원으로 계획하고 있다. 서울시는 직접 재정 지원을 하는 것은 아니고, 입지규제최소구역 지정, 신속한 인허가 등 행정적 지원이 이뤄질 것이며, 기업 유치에 있어 서울시 투자 유치 전담기구인 서울투자청과도 적극적인 협력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사업 실현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여전히 존재한다.
“10여 년 전에 추진했던 방식은 기반시설 구축 등 부지 조성과 건축물 개발이 일괄 진행되고 또 민간에 크게 의존했던 방식이어서 금융위기 등 외부 환경 변화에 따른 리스크가 컸던 부분이 있다. 이에 부지 조성과 인프라 구축, 선도 사업을 공공이 선시행한 후 민간 부지는 설계공모 등 조건을 부여해 창의적으로 개발되도록 해 체계적이고 단계적 방식으로 실효성을 높이고자 한다.”
-향후 추진 계획은.
“내년 상반기까지 도시개발구역 지정과 개발계획을 수립하고자 한다. 아울러 2024년 하반기 기반시설 착공, 2025년 앵커 부지 착공이 목표다. 보다 장기적으로는 용산국제업무지구를 중심으로 여의도 금융 중심지, 예술섬으로 변화를 준비 중인 노들섬을 삼각편대로 삼아 서울의 도시경쟁력을 견인할 매력 거점으로 완성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