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한훈 통계청장 "물가에 현실 반영…배달비 추가하고 가구별 지표 작성"

2022-07-27 15:16
"다양한 통계 데이터, 증거 기반 정책 뒷받침"

[사진=통계청]

30여 년간 통계와 데이터를 이용해 정책을 설계하던 인물이 통계를 생산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무 총괄자로 자리를 옮겼다. 기획재정부 차관보 등을 역임하며 우리나라 주요 경제정책을 수립해온 한훈 통계청장 이야기다.

지난 26일 정부대전청사에서 만난 한훈 청장은 "업무 파악을 위해 조사 현장을 방문하고, 통계 전문가는 물론 각계 통계 이용자들과 만나며 통계청 발전 방향을 가다듬기 위해 바쁜 시간을 보냈다"면서 통계청의 역할과 주요 업무에 대해 빈틈 없는 설명을 이어갔다.
 
물가에 배달비 별도 반영 검토···연령별·가구별 물가지수 작성도 추진

현재 통계청에서 가장 이목이 집중돼 있는 통계는 단연 소비자물가지수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가 6.0%를 기록하며 IMF 외환위기였던 1998년 11월(6.8%) 이후 약 2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그러나 체감물가는 통계치를 웃돈다. 민감도가 높은 외식물가가 크게 올랐고 물가지수를 구성하는 458개 품목의 가중치가 다르기 때문이다.

한 청장은 "그간 배달비는 소비 대상과 결합해 지출되는 특성을 고려해 외식 가격에 포함해 조사했다"며 "외식 시장이 커지면서 물가 동향의 현실 반영률을 높이기 위해 배달비를 별도로 분리하는 조사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령대·가구특성별 현실을 반영한 지표 작성도 추진 중이다. 소비자물가는 개인이 소비하는 바구니에 따라 계층별 체감도가 달라 보다 정확한 통계를 산출하기 위해서다.

그는 "외식을 특히 많이 하거나 교육비를 많이 지출하는 등 세대별, 가구 구성원별로 느끼는 물가가 다를 수 있다"며 "올 10월 내부 시산 후 내·외부 전문가 의견 수렴, 국가통계위원회 보고 등 필요한 절차를 거쳐 공표 계획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물가 산정에 주거비가 제외돼 객관성이 떨어진다는 일부 지적에 대해서는 "현재 자가 주거비는 국제기준 부재, 물가지수 변동성 확대 우려 등으로 보조지표로 공표 중"이라며 "주요국 사례 검토, 대내외 전문가 의견 수렴, 유관기관 협의 등을 통해 주요 지표 전환 여부와 현행 작성 방식 개선 여지에 대해 지속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노후생활 종합적 파악···포괄적 연금통계, 내년 10월 공표 예정

포괄적 연금통계 개발 기대 효과[그래픽=통계청]


통계청 역점 사업 중 하나는 '포괄적 연금통계'다. 통계등록부를 중심으로 기초연금·국민연금·주택연금 등 공적·사적 연금 데이터 11개를 연계해 국민 전체 연금 가입과 수급 현황을 파악할 수 있도록 한다.

2021년부터 연금통계 개발 계획을 수립한 통계청은 통계 시산과 분석 후 2023년 10월 공표할 예정이다.

한 청장은 "정부가 정밀한 노후소득보장책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현 상황을 종합적·입체적으로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며 "속성별 특성을 알면 훨씬 풍부한 정책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제대로 된 연금통계 시스템이 갖춰지면 연금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포괄성), 얼마나 많이(충분성), 얼마나 오래(지속 가능성) 받는지 정부가 확인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연금 미수급 계층 등 정책 사각지대에 대한 보다 촘촘하고 안정적인 복지정책 수립도 가능하다.

여기에 학계·연구기관의 추가적인 정책 연구와 분석, 민간 금융업계의 개인 맞춤형 연금 상품 출시 등에 대한 산업적 지원 등 다양한 파급 효과도 기대된다.
 
각종 통계정보 한곳에···데이터 연계·활용 작업 속도

포괄적 연금통계와 같이 각 부처 데이터 통합에 대한 필요성은 인지하면서도 다양한 사업이 불가능했던 이유는 구체적인 데이터 협력 성과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데이터 연계·활용에 따른 개인정보 유출·노출·오남용 우려와 책임 소재 등도 기관 간 데이터 흐름을 제약하는 요인이었다.

통계청은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국가적·공익적 목적의 통계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전향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보건복지부와 MOU를 체결한 'K-CURE'다. K-CURE는 의료 데이터 중심 병원 임상정보, 검진·청구 데이터와 사망 원인 정보 등을 환자 중심으로 연계·결합해 연구자에게 개방하는 플랫폼이다.

한 청장은 암 환자를 예로 들며 "주무 부처인 복지부는 환자에 대해 치료·납부정보밖에 알 수 없었다"며 "사망 원인, 사망일자 등 정보는 통계청이 갖고 있어 그동안 암 관리에 대한 제대로 된 정책 운용이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번 MOU를 계기로 암과 관련한 정보를 공유하면서 복지부는 2025년까지 한국인이 많이 걸리는 암 10종에 대한 데이터 통합을 완료할 예정이다.

우리 경제의 뇌관으로 꼽히는 가계부채 문제를 제대로 들여다보기 위한 작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그는 "가계부채 통계는 주로 빅데이터 형태로 신용정보회사가 갖고 있어 공개되는 정보는 부채 총액, 연령 수준에 그친다"며 "제대로 된 가계부채 정책을 펼치기 위해서는 다각적인 데이터가 필요한 만큼 민간 CB사인 코리아크레딧뷰로(KCB)와 연계해 가구별 부채 분석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부처에 흩어져 있는 각종 통계 정보와 민간에서 갖고 있는 빅데이터를 효율적으로 활용해 통계 정보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며 "중요한 정책 수행을 위한 기초 통계는 가급적 많이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빅데이터 활용한 실험적 통계 확대···일주일 통계도 확인 가능

[사진=통계청]


최근 한 청장은 빅데이터에 기반한 '실험적 통계'에 관심을 갖고 있다. 실험적 통계는 국가가 승인한 공식 통계는 아니지만 새로운 유형의 데이터를 활용하거나 새로운 방식을 적용해 실험적으로 작성하는 통계다.

그는 "과거엔 글로벌 회의에서 행정자료를 어떻게 활용할지 의견을 나눴다면 지금은 빅데이터로 어떻게 정책 수행에 유용한 통계 정보를 생성하는지 이야기를 나눈다"며 "유럽 선진국에서는 이미 통계를 플랫폼화해 정책에 유용한 정보로 활용하는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는 통신모바일 데이터를 이용한 '인구이동 통계'나 '신용카드 이용내역'이 대표적인 실험적 통계다. 하루 혹은 일주일 단위로 변화를 확인할 수 있어 정부와 기업의 신속한 의사 결정에 도움을 준다. 코로나19가 한창 확산했을 때도 휴대폰 이동 경로를 통해 이동률 변화를 확인하거나 신용카드 통계를 통해 어느 지역 매출이 얼마나 줄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는 "실험적 통계는 분명 한계가 있지만 흐름을 빠르게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통계청에서 제공하는 조사 통계는 시차가 있어 빅데이터를 활용한 속보성 지표를 함께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변화 속도가 빠르고 불확실성이 증가하는 현대사회에서 중앙정부와 지자체, 개인과 기업의 증거 기반 의사 결정을 뒷받침할 수 있는 다양한 통계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빅데이터 활용해 시의성 있는 속보성 지표를 추가로 발굴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