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김헌동 SH 사장 "반값 아파트·분양원가 공개…서울시민 내집마련 도울 것"
2022-07-14 07:00
“아파트를 살 때 땅을 함께 사야 할 필요가 있나요? 아파트가 위치한 땅엔 꽃 한 송이 마음대로 심을 수 없습니다. SH는 건물 분양 아파트(반값 아파트)를 공급해 서울 시민들이 평생 집 걱정 없이 살도록 할 것입니다. 또 서울형 건축비로 100년 동안 쓸 수 있는 명품 아파트로 지을 겁니다.”
김헌동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이 취임한 지 8개월, 그는 서울시민들의 내 집 마련 꿈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 중이다. 현재 가장 신경을 쓰고 있는 사업은 절반 가격에 분양할 수 있는 이른바 반값 아파트다.
"무주택자 조급할 필요 없어…반값 주택 당장이라도 공급 가능"
김 사장은 13일 강남구 일원동 SH 본사에서 진행한 본지 인터뷰를 통해 무주택자들이 내 집 마련을 위해 전혀 조급해 할 필요가 없다고 전했다.
김 사장은 "올해 상반기에 반값 아파트를 공급할 준비는 마쳤다"며 "정부와의 협의만 이뤄진다면 당장이라도 시장에 내놓을 수 있다"고 했다.
반값 아파트는 토지는 공공이 소유하고 건물만 분양하는 주택이다. 토지 가격을 분양가에서 제외하고 건축비, 부대비용 등을 포함해, 공급가를 절반 이하로 낮추는 ‘토지임대부 주택’이다.
김 사장은 이를 통해 전용 59㎡(25평) 기준 강남은 5억원 내외, 서울 기타 지역은 3억원에 아파트를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 보고 있다.
이 주택에는 시민들이 100년 동안 마음 편하게 살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김 사장은 "반값 아파트에 서울 시민들이 평생 살려면 임대 기간이 99년은 돼야 한다"며 "이런 행정적인 절차를 진행해야 하고, 아울러 건물을 잘 지어 100년 동안 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사례가 해외뿐만 아니라 국내에도 이미 있다고 전했다. 김 사장은 "서울 강남구 LH 브리즈힐, 용산구 중산 시범아파트 등 건물만 분양한 실현 사례가 존재한다"며 "주택은 아니지만, 여의도 IFC몰도 서울시가 99년간 토지를 임대한 사례"라고 소개했다. 아울러 뉴욕 허드슨야드, 배터리파크, 싱가포르 등 해외에도 건물만 분양한 사례가 적지 않다고 전했다.
이어 "강남 자곡동 LH강남힐스테이트는 토지와 건물을 약 3억원에 분양했는데, 지금은 17억원쯤 한다"며 "그 옆에 있는 LH브리즈힐은 토지는 LH가 가지고 있고 건물만 2억2000만원에 분양했는데 지금은 12억원 정도 한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반값 주택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전했다. 재산권에 대해 걱정을 하지만, 국가가 토지 임대를 하는 99년의 기간 동안 주민들은 법으로 지정된 방식으로 권리행사를 충분히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를 강하게 반대하는 사람들은 결국 집값이 덜 오를까 봐 걱정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100년이 가는 건축물을 짓기 위해서는 서울형 건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사장은 "정부의 분양가 상한제 건축비 제도 내에서는 고품질 장수명 주택 구현이 어려운 실정으로, 30~50년 사용하면 재건축을 해야만 한다"며 "SH공사는 한번 지을 때 100년 이상 지속가능한 고품질의 장수명 주택인 ‘백년주택’을 준비하고 있다. 서울형 건축비는 100년 이상 지속가능한 고품질 장수명 주택을 짓기 위한 새로운 건축비 제도"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서울형 건축비를 도입하면, 결국 시민뿐 아니라 공사비가 올라 건설사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값 아파트가 들어설 후보지로는 강서구 마곡, 강동구 고덕강일, 송파구 위례 등이 꼽히고 있다. 김 사장은 "고덕강일지구가 첫 번째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내부 검토 및 서울시와의 협의, 법·제도 개선 등의 절차를 거쳐 공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반값 아파트 분양은 사전 청약과 같은 방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SH공사는 기본적으로 후분양을 하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앞으로 우리가 확보한 땅에 예약을 받는 이른바 '사전 예약제'를 실시할 것"이라며 "이미 청약시스템 구축, 행정절차, 위치 선정은 끝난 상태"라고 전했다.
아울러 그는 반값아파트는 공공과 시민이 상부상조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앞서 미분양 때문에 마곡지구에서 총 3000여 가구를 분양하고 남긴 돈이 500억∼600억원 정도"라며 "건물과 토지를 다 분양하면 이러한 미분양 사태가 생기지만, 건물만 떼서 분양하면 SH나 시민 모두에 이익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마곡지구 내 공공주택(장기전세주택·국민임대주택) 5696가구의 시세가 4조7041억원으로 취득가액 1조5923억원의 3배에 달한다고 언급했다. 김 사장은 "본업인 공공주택 공급에 충실하면 SH공사는 상당한 이익이 생기고 자산이 늘어나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SH공사의 모든 것 공개…공공의 이익 도모한다"
20여 년간을 시민운동가로 서민 주거안정을 위해 살아온 그는 SH공사의 사장으로 취임한 후 다른 공기업은 못 했던 일을 차근차근 진행 중이다. 그는 이런 움직임이 결국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사장은 특히 분양원가 공개에 집중했다. 그는 분양가를 공개하면 집값은 저렴해질 수밖에 없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집을 짓는 데 돈이 얼마나 드는지 원가를 공개하면 결국 비싼 공급가격이 조정되리라는 것이다.
그는 "서울 강남 아파트 원가가 5억원인데, 경기도의 아파트를 7억~8억원에 분양하면 청약할 것인가"라고 반문하며 "앞으로 분양하는 주택에 대해서 전부 초등학생이라도 알 수 있도록 쉽게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현재 "SH공사는 분양원가 공개, 자산 공개 등 투명한 경영으로 공기업의 주인인 1000만 시민이 모든 정보를 알게 하겠다"며 "분양가를 처음 공개할 때는 우려가 크더니 지금은 칭찬 일색이다"고 전했다.
실제로 SH는 최근 건축도면을 포함한 공공정보 공개를 새롭게 진행하고 있다. 새로 공개한 공공정보는 마곡지구 15단지 아파트의 건축도면, 토목도면, 기계도면, 조경도면, 전기도면 등이다. 이 정보들은 SH홈페이지를 통해 볼 수 있다. 세금으로 만들어진 자료이기 때문에 당연히 공개돼야 한다는 것이다.
김 사장은 "아파트에 대한 상세도면 등을 공개하면 건축설계 사무소는 물론, 건축을 공부하는 학생에게도 도움이 된다"며 "아파트 구조 문제나 안전, 재난 시 구조 등에 필요한 정보도 공개돼 시민들에게 이익이 돌아간다"고 말했다.
앞으로 SH는 사업계획서 등을 추가로 공개할 예정이다. 사업계획서를 공개하면, 전문가와 시민들이 SH공사의 사업에서 부족한 점 등을 지적할 것이란 설명이다.
김 사장은 또 "앞으로 주요 사업지구에서 사업 착수 전 사업성 검토와 비교해 실제 어느 정도의 이익이 났는지 결과를 분석해 시민에게 공개할 계획"이라며 "미흡한 부분을 지적받아 고치면 SH공사는 더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북 사옥 지을 것…공기업 부동산세 과중, 자금 주거 안정에 써야
한편 최근 들어 내부 찬반 대립이 심화하고 있는 SH공사 본사 이전에 대해서는 지금 강남구에 있는 본사를 팔고 이전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공사 직원이 1500명 정도 있는데, 본사에서 일하는 직원이 700명쯤이고 나머지 800명은 이곳저곳 흩어져 있다"며 "강북에도 사옥이 필요해 추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랑구 등 강북에 사옥을 짓는다면 1~15층은 사무실, 16~49층까지는 주택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공사의 세금 부담이 과중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공공임대주택 등을 지속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자산을 대규모로 보유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재산세 요건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부담이 된다는 것이다.
지난해 SH공사는 재산세 603억원, 종합부동산세 462억원을 냈다. 실제로 지방공기업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클린아이’에 따르면 SH에서 한 해 인건비로 나가는 금액은 약 700억~800억원 수준으로 부동산 관련 세금이 인건비보다 많이 나간다.
김 사장은 “SH공사가 보유하는 주택은 시세 차익을 보기 위한 용도가 아니다"라며 "세금을 임대주택 공급 확대와 주거 안정에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김 사장은 "불로소득이 판을 치고 있다. 우리 사회는 열심히 일하면 그 대가를 받을 수 있도록 바뀌어야 한다"며 "그런 나라가 될 수 있도록 지금 위치에서 열심히 하겠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