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분별한 노조 파업에 '피멍' 드는 기업들, 하반기에도 줄줄이 대기
2022-07-26 06:00
우선 국내 완성차 업계는 현대자동차 노사가 올해 임단협(임금 및 단체협상)을 일찌감치 마무리 지었지만, 르노코리아차와 한국GM은 파업 수순을 밟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부산지방노동위원회는 이날 르노코리아 노조가 제기한 조정 신청에 대한 1차 조정회의에 나섰다. 노사 간극이 커 조정 중지 결정이 유력한 것으로 보인다. 르노코리아차 노조는 지난 13~14일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해 전체조합원 1852명 중 1653명(80.6%)이 찬성표를 던졌다. 중노위가 교섭 중지 결정을 내리면 노조는 합법적으로 파업을 벌일 수 있다.
노조는 기본급 9만7472원 인상, 일시금 500만원 지급, 정규직 채용 등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쟁점으로 작용하는 임단협 다년 합의는 사측이 임단협 주기를 3년으로 바꾸자고 요구하고 있으며, 노조는 매년 임단협 진행으로 맞서고 있다.
박종규 르노코리아 노조 위원장은 호소문을 통해 “임단협 다년 협의는 노조가 행사할 수 있는 노동3권을 없애고자 하는 것”이라며 “노조가 무력화되면 다른 회사로 인수 또는 매각될 경우, 우리의 일자리를 지켜낼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국GM 노조도 월 기본급 14만2300원 인상, 통상임금의 400% 성과금(약 1694만원) 지급 등을 내세우고 있다. 한국GM도 올해 말 부평 2공장 폐쇄 방안을 두고 노사 의견차가 극심하다. 노조는 전기차 인프라 투자를 요구하고 있으며, 사측은 경영 정상화 이후가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노조는 내달 12일 4차 쟁대위에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결정할 방침이다.
타이어 업계와 완성차 부품업계도 파업 전운이 감돌고 있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의 민주노총 소속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타이어지회는 20일 부분파업에 들어갔다. 다만 제2노조인 한국노총 소속 고무산업연맹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노동조합은 부분파업에 동참하지 않으면서 노노갈등 양상이다.
현대제철은 최근 울산공장 협력사의 파업에 생산을 일시 중단했다. 협력사 노조의 임금 인상 요구로 인한 부분파업이며, 갈등을 여전히 봉합하지 못해 생산 중단이 다시 일어날 가능성이 남아 있다. 앞서 현대제철 노조는 지난 5월부터 사장실을 70일 이상 불법 점거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임금협상이 여전히 교착상태에 빠져있다. 노사는 급여 체계와 휴식권 등을 두고 17차 동안 실무 교섭을 이어왔으나 9개월 동안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서 노조의 쟁의권 행사 여부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2009년부터 2019년까지 10년 동안 한국과 주요 5개국(G5)의 파업으로 인한 연평균 근로손실일수를 비교한 바에 따르면 한국이 38.7일로 가장 높았다. 한국은 일본과 비교하면 193.5배나 높은 수준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주요국과 같이 사업주 대체근로 허용과 노조의 사업장 점거 제한, 엄정한 공권력 대처 등 노사관계 선진화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지금과 같이 파업으로 인한 산업계 손실이 여전할 것”이라며 “윤석열 정부의 노동정책을 시험하기 위한 목적도 짙어 하반기 정부의 대응책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말했다.